우리나라도 어느덧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웰빙'을 넘어 '웰에이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웰에이징'은 말 그대로 '건강하게 나이를 먹는 것'을 말한다. 이를 이루기 위한 조건으로 의사들은 '적당한 돈'과 '가까운 친구' 그리고 '취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폭스바겐 투아렉은 바로 이 세 가지 요건을 잘 뒷받침해주는 믿음직한 SUV다. 한일월드컵이 열리던 2002년에 처음 태어나 2018년 3세대로 진화했으며, 아우디 Q7을 비롯해 포르쉐 카이엔, 벤틀리 벤테이가, 람보르기니 우루스 등 쟁쟁한 SUV를 형제차로 두고 있다.
차체 사이즈는 길이 4880㎜, 너비 1985㎜, 높이 1710㎜, 휠베이스는 2899㎜다. BMW X5와 비교하면, 길이는 투아렉이 55㎜ 짧고 너비는 15㎜ 넓고, 높이는 45㎜ 낮으며, 휠베이스는 투아렉이 75㎜ 짧다.
파워트레인은 V6 3.0ℓ 디젤과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고, 최고출력 286마력, 최대토크 61.2㎏·m를 낸다. 요즘 시대에 무슨 디젤이냐고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폭스바겐의 V6 3.0 디젤 엔진은 정말 부드럽고 조용하다. 디젤 특유의 저회전 토크 감각도 좋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 터보 렉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반응도 즉각적이다.
주행모드는 에코와 컴포트, 노멀, 스포츠, 인디비주얼, 윈터, 오프로드 등 다채롭게 마련돼 있다. 게다가 동급에서 드물게 에어 서스펜션을 장착해 차고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에코 모드는 말 그대로 연비를 최우선으로 하므로 길이 많이 막힐 때 제격이다. 길이 조금 뚫린다 싶으면 컴포트로 놓고 보들보들한 승차감을 즐기시라. 뒷좌석에 어르신을 모셨다면 칭찬받을 가능성이 크다.
개인적으로는 스포츠 모드가 가장 즐거웠다.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가속력이 운전을 더욱 즐겁게 만든다. 과거 타봤던 V8 모델만큼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타기에는 이 엔진도 훌륭하다.
타이어는 피렐리 P 제로이고, 사이즈는 앞뒤 모두 285/40 R21이다. 프리미엄과 프레스티지 트림에 달린 285/45 R20 사이즈보다는 편평률이 낮아지고 휠 사이즈가 커졌다.
인증 연비는 도심 9.6㎞/ℓ, 고속도로 12.8㎞/ℓ인데, 외곽순환도로와 경기도 가평 일대의 국도를 주로 달린 이번 시승에서는 최고 13.4㎞/ℓ의 연비를 찍었다. 이 급의 가솔린 SUV로는 달성하기 힘든 연비로, 장거리 주행을 자주 하는 이에게 특히 어울리는 차라고 할 수 있다.
투아렉의 가격은 프리미엄 8990만원, 프레스티지 9970만원, R라인 1억470만원이다. 벤틀리 벤테이가의 3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으로 이런 듬직한 차를 소유할 수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유럽에서는 두 종류의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도 판매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가격 때문에 판매를 안 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하이브리드 모델의 인기를 고려하면 한정 모델이라도 선보이면 좋겠다.
8년 주기로 새 모델이 나왔던 전례를 보면, 4세대 모델은 2026년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새 모델이 나오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하니, 그 사이에 폭스바겐에서 투아렉을 좀 더 멋지게 꾸민 에디션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2023년 11월에 한국에 선보인 R라인 블랙 에디션이 그 좋은 예다.
포르쉐와 벤틀리가 운용하는 개별 주문 옵션 시스템을 투아렉에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유럽에서는 대중차 브랜드라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접근 가능한 프리미엄'을 표방하고 있어서다.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 시트, 안전벨트 등을 자신이 원하는 컬러와 소재로 꾸민다면 훨씬 더 고급스럽게 보일 것이다.
이 차의 라이벌은 상당히 많다. BMW X5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GLE, 볼보 XC90, 제네시스 GV80, 렉서스 RX 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즐비하다. BMW X5 x드라이브 30d의 가격은 1억1610만~1억2660만원, 메르세데스-벤츠 GLE 300d 4매틱은 1억1400만원, 볼보 XC90 B6 AWD(가솔린)는 8720만~9650만원, 렉서스 RX 350h(가솔린 하이브리드)는 9870만원이다.
가격이나 차의 성격으로 볼 때 최대 라이벌은 볼보 XC90이다. XC90은 최근 볼보코리아의 급성장을 이끈 주역으로 인기가 치솟고 있다.
투아렉은 디젤 모델만 나오지만, 이걸 오히려 강점으로 내세워도 된다. 여전히 뛰어난 연비에, 가솔린 못지않은 뛰어난 정숙성, 경쟁차에 뒤지지 않는 승차감 등 장점이 아주 많은 차다. 다만 내장재는 XC90이 투아렉보다 고급스럽다. 앞서 언급한 대로 특별 에디션을 만들거나 개별 주문 시스템을 만들어서 눈 높아진 한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면, 투아렉의 인기는 더욱 높아지리라 생각한다.
이 차에 잘 맞는 고객층은 장거리 주행이 많은 40대 이상의 오너다. 듬직한 차체와 안락한 승차감, 넉넉한 차체가 이 수요층에 잘 어울린다. 긴 인생의 여정에서 웰에이징을 꿈꾸는 이라면 투아렉을 강력히 추천한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