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자동차수입협회(KAIDA)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판매된 수입차 중에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3만7085대로 전년 동기 대비 39.3% 포인트 늘어났다. 전기차(1만3863대)는 증가 폭이 155.9% 포인트나 되지만, 판매 대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훨씬 많다.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혼다코리아의 판매도 전년 동기 대비 118% 포인트나 늘어났다.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248대, CR-V 하이브리드가 170대 팔렸고,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는 오디세이도 188대가 판매됐다.
이렇게 하이브리드 판매가 늘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일반 소비자들이나 자동차를 처음 출입하는 기자들에겐 기술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래서 혼다코리아가 최근 '하이브리드 테크 데이'를 열고 기술적인 설명과 함께 시승해볼 수 있는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가 시작되자 어느 기자가 혼다 일본 엔지니어에게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어떤 차이가 있느냐”라고 물어본다. 사실 혼다 직원이라면 기분 나쁠 얘기다.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크게 나눠서 직렬, 병렬, 직·병렬식으로 나눌 수 있다. 직렬식은 엔진이 모터를 돌리고, 여기서 이뤄지는 발전으로 바퀴를 굴리는 방식으로, 구조가 비교적 간단하지만, 에너지 손실이 크다. 병렬식은 모터 한 개가 엔진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구조는 세 가지 중 가장 간단하지만, 연비 상승효과는 가장 낮다. 현대차가 채택한 방식이 바로 병렬식이다.
직·병렬식은 크게 토요타 방식과 혼다 방식으로 나뉜다. 토요타 방식은 엔진과 모터 사이에 동력 분할 장치가 개입해 엔진이나 모터의 파워를 적절히 배분한다. 전기 모드(EV)를 별도로 선택할 수 있고, 배터리 충전량이 충분할 경우 전기로만 달릴 수 있다. 병렬식은 이게 불가능하다.
혼다의 방식은 발전용 모터와 주행용 모터 등 2개의 모터를 채택한 점에서 토요타와 유사하지만, 동력 분할 장치 대신 클러치로 조절하는 게 다르다. 따라서 토요타 방식보다 구조적으로 간단하면서도 연비와 파워 향상을 꾀할 수 있다.
혼다는 2016년 1월, 듀얼 모터를 적용한 9.5세대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한국 시장에 출시했고, 2018년에 10세대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선보였다. 최근 판매되는 모델은 10세대의 부분 변경 모델이다. CR-V는 2021년에 하이브리드를 추가했고, 2023년 9월에 6세대 '올 뉴 CR-V 하이브리드'를 선보였다.
이렇게 변화되는 모델을 전부 다 시승하고 타 회사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시승해보니 각 회사의 특징이 명확히 느껴진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2.0ℓ 직분사 앳킨슨 엔진이 147마력, 전기 모터가 184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반면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는 엔진 출력 178마력, 모터 출력 120마력이고 총 출력은 211마력이다.
혼다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경쟁차보다 전기 모터의 구동 범위가 넓고, 파워가 강력한 편이다. 전기 모터와 엔진의 구동 연결도 자연스럽다. 대신 엔진 출력이 캠리보다 상대적으로 낮아서 고속 발진 성능은 캠리가 조금 우월하게 느껴진다. 즉, 저속과 중속에서는 혼다의 하이브리드가 연비와 파워가 좋고, 고속에서는 토요타 하이브리드의 가속감이 뛰어나게 느껴진다.
혼다의 하이브리드 기술은 구조적으로도 많이 진화했다. 인텔리전트 파워 유닛(IPU)은 이전 세대보다 체적과 중량을 줄이면서도 효율을 높였다. 그 결과 어코드는 리어 시트 아래에, CR-V는 트렁크 바닥에 IPU를 배치해 트렁크 공간을 더욱 넓게 쓸 수 있게 됐다.
파워 컨트롤 유닛(PCU) 역시 전 세대 모델보다 중량 1.4% 포인트 줄이면서도 출력은 6% 포인트 증가시켰다. 이는 구조적으로 더 복잡한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 탑재에 대비한 설계다. 이렇게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특징을 이해하고 타면 연비를 향상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기술의 향상으로 정숙성도 좋아졌다. 구형은 저회전 가속 때 엔진음이 급격히 상승했지만, 신형은 엔진음이 서서히 상승하고 앞뒤에 마련된 스피커로 반대 주파수를 내보내 소음을 감소시킨다.
전반적으로 신형 어코드와 CR-V 하이브리드는 진화된 기술 덕에 뛰어난 연비와 주행 재미를 보여주는 모델이다. 가격은 구형보다 올랐지만, 충분히 그만한 가치를 느끼게 해준다. 중형 세단이나 SUV 구매를 고려하고 있는 이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한 모델이다.
한편 혼다는 상시 시승이 가능한 모빌리티 카페 '더 고(the go)'를 경기도 성남시 분당 정자동에서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혼다의 주요 자동차 또는 모터사이클을 시승해볼 수 있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