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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새로운 세상의 발견, 현대차 ST-1

발행일 : 2024-06-05 14:14:22
[시승기] 새로운 세상의 발견, 현대차 ST-1

전기차 판매는 잠시 주춤하지만, 완성차 업체들의 신차 중 상당수는 전기차다. 상용차 분야도 이 같은 흐름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 4월에 첫 전동화 비즈니스 플랫폼 'ST1'의 물류 특화 모델 '카고'와 '카고 냉동'을 출시했고, 기아는 2025년에 중형 PBV5를 내놓을 예정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다양한 크기의 상용 전기차를 만들고 있고, 일부 모델은 한국에 상륙해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차는 기자들이 ST-1을 확실하게 체험해볼 수 있도록 릴레이 시승회를 열었다. 2~3시간 잠시 타보는 시승회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실생활과 밀접한 환경에서 차를 꼼꼼히 살펴보라는 의도다.

ST-1은 섀시캡(Chassis-Cab) 타입 상용차 전용 플랫폼으로 만든 차다. 즉, 보닛과 승차공간(Cabin room)은 스타리아와 거의 동일하고, 여기에 배터리를 장착한 섀시를 연결한 구조다. 이렇게 표준화한 차체에 카고(화물), 카고 냉동차가 가장 먼저 나왔고, 경찰 작전차나 응급 구조차, 캠핑카 등으로 다양하게 버전을 확대할 수 있다.

섀시캡 <섀시캡>

차체는 길고, 넓고, 높다. 보닛이 돌출되지 않은 포터 EV 냉동차의 차체 길이가 5170㎜인데, 세미 보닛 스타일의 ST-1 카고 냉동(이하 ST-1)은 5625㎜로 455㎜가 길다. 휠베이스는 포터 EV가 2810㎜, ST-1은 3500㎜다.

너비는 포터 EV가 1745㎜, ST-1은 2015㎜다. 높이는 ST-1이 2230㎜로 고정된 반면에, 포터는 2120㎜(저상), 2420㎜(표준), 2670㎜(하이) 등 세 가지로 나온다. 평소 적재량에 맞춰서 구매자가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이건 ST-1 라인업에도 참고하면 좋겠다. 현재의 ST-1도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들어갈 수 있지만, 여유 공간이 적어 주차장에 진입할 때마다 조마조마해진다. 게다가 지하 주차장 일부 구간에는 배관이 있어 체감하는 높이 차는 더 적어진다. 따라서 현재보다 더 낮은 차체 버전과 높은 버전을 추가하면 좋겠다.

[시승기] 새로운 세상의 발견, 현대차 ST-1

적재중량은 포터가 1000㎏, ST-1은 800㎏으로, 적재함이 더 커 보이는 ST -1의 적재중량이 낮다. 포터 EV의 세 가지 버전은 전고가 다르지만, 적재량은 1000㎏으로 모두 같다. 이는 애초부터 트럭용 프레임을 기반으로 한 포터 EV와 상용 전기차 플랫폼을 쓴 ST-1의 차이다. 화물 운송자에게 200㎏의 차이는 크게 느껴질 수 있지만, 포터 EV도 함께 판매되니까 목적에 맞게 구매하면 되겠다.

이 차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승차감이다. 크고 높고 넓은 차체를 지녀 트럭 수준의 승차감일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승차감이 훨씬 우아하다. 요철을 만나도 웬만하면 충격을 고스란히 하체에서 흡수하고, 차체가 위아래로 흔들릴 때 삐거덕거리는 잡음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이는 후륜 HRS(Hydraulic Rebound Stopper, 유압식 리바운드 스토퍼)를 통해 쇼크 업소버가 늘어날 때 발생하는 소음과 충격을 흡수하는 덕분이다.

운전석 <운전석>

정숙성 역시 고급 세단 수준으로 훌륭하다. 앞 유리와 옆 유리에 이중 접합 구조를 채택하고, 보닛과 실내 사이에 흡차음재도 두툼하게 배치했다.

최고출력 160㎾(218마력), 최대토크는 350Nm(35.7㎏·m)의 전기 모터는 적재함을 비운 상태에서 성인 남성 둘이 타고도 가뿐한 몸놀림을 보여준다. 적재량을 완전히 다 채웠을 때는 아무래도 이보다 못하겠지만, 이 정도도 기대 이상이다.

내비게이션 화면 오른쪽에 주행 중 후방 영상을 보여주는 것도 재밌다. 큰 적재함을 장착한 데다 육안으로는 후방 상황을 확인할 수 없는데, 이런 기능이 있으니 안심하고 달릴 수 있다.

적재함 <적재함>

전용 플랫폼의 최저지상고가 낮게 설계된 덕분에 적재함도 넉넉하다. 적재함 실내 높이는 1700㎜인데, 키 177㎝인 기자도 고개를 약간 숙이면 움직이는 게 가능하다. 기존 포터 저상 특장차들의 낮은 적재함(1270㎜)과 크게 차이 나는 부분 중 하나다.

적재함에 설치된 냉동기는 센터페시아에 마련된 디스플레이에서 켜고 끌 수 있다. 여기서 냉동기를 설정할 수 있고, 온도 기록 정보도 보여준다. 이 차는 포터 EV 탑차처럼 냉동기를 위한 별도 충전이 불필요하다. 충전소에서 두 개의 충전기를 꽂느라 눈치 봤던 포터 EV 오너라면 환영할 기능이다.

넓은 전폭은 적재함을 키워주지만, 기존 주차 구획에 설치된 충전소를 이용할 때 옆 차와의 간격이 좁아 불편할 수 있다. 좌우 공간에 여유가 없을 때는 스마트 키를 이용한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기능을 써보는 것도 괜찮겠다.

실내 <실내>

따라서 너비와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모델도 구상해볼 만하다. 여행용 캐리어의 공간 확장 기능처럼, 짐이 많을 때는 적재함을 높이거나 옆으로 살짝 키우고, 짐을 다 내리면 제자리로 복귀시키는 방식은 어떨까?

선바이저 화장 거울과 조수석 기둥 손잡이가 없는 건 지적 사항이다. 룸미러가 없는데 선바이저 화장 거울도 없으니 뭔가 허전하고 빠진 느낌이다. 게다가 운전석에 있는 기둥 손잡이가 조수석에는 왜 없는지 미스터리다.

각종 도어를 여닫을 때 힘이 많이 드는 것도 거슬린다. 특히 뒤쪽 적재함 도어는 대충 받으면 여지없이 계기반 경고등이 작동하므로, '쾅'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닫아야 한다. 이 점은 향후 개선되길 기대한다.

충전 모습 <충전 모습>

가격은 포터 EV 특장차보다 비싸다. 포터 EV 하이내장탑차는 4956만원, 내장탑차는 4927만원, 저상내장탑차는 4805만원인데, ST-1 카고 냉동은 스마트 6815만원, 프리미엄 7195만원이다. 이는 배터리 용량(포터 58.8, ST-1 76.1㎾h)과 실내 편의장비, 차체 구조의 차이에 따른 것이다.

카고 냉동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상온 기준으로 도심 345㎞, 고속도로 241㎞다(카고는 도심 367㎞, 고속도로 256㎞). 전비는 카고가 3.6㎞/㎾h, 카고 냉동이 3.4㎞/㎾h다. 포터 EV(슈퍼캡, 도심 238㎞, 고속도로 177㎞)보다 늘어난 주행거리는 반갑지만, 충전 시간은 늘어났다.

11㎾ 완속으로 10→100% 충전에 7시간 20분이 걸린다. 시승 도중에 7㎾급 충전기로 65%에서 100% 충전하는 데에는 5시간 10분이 소요됐다. 가장 출력이 강한 350㎾로 10→80% 충전에 20분인데, 우리나라에서 350㎾급 출력을 내는 충전소는 많지 않다. 따라서 실제 체감하는 충전 시간은 더 오래 걸릴 것이고, 이런 점이 내연기관에 익숙한 이들에게 거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경찰 작전차 콘셉트 모델 <경찰 작전차 콘셉트 모델>

기존 포터 EV 사용자들이 바로 ST-1으로 넘어오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ST-1은 법인 화물업자를 비롯해 앞서 언급한 경찰차, 응급차, 광고용 차량 등 다채로운 신규 수요 발굴이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캠핑카로의 변신도 기대된다. 이 차의 V2L 기능을 잘 활용하면 캠프장에 휴대용 배터리를 갖고 다닐 필요가 없다. 시승하는 내내, 은퇴 후 이 차로 캠핑 가는 모습을 상상해보니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ST-1은 우리 생활 전반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기대주다. 주행거리가 긴 화물차가 이 차로 많이 전환된다면 도심 공해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고, 캠핑 문화에도 큰 변화를 줄 것이다. 앞으로 기아에서 나올 PBV 시리즈 역시 큰 기대가 된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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