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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마지막 황제' 람보르기니 우라칸

발행일 : 2024-06-11 09:44:31
[시승기] '마지막 황제' 람보르기니 우라칸

“여러분은 지금 마지막 V10 자연 흡기 람보르기니를 시승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 서킷에서 이 차를 시승할 기회는 다시 오지 않습니다.”

지난 5월 24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람보르기니 트랙데이. 서킷 주행을 앞두고 들려온 인스트럭터의 이 한 마디에 가슴이 기분이 묘해진다. 하이브리드카와 순수 전기차로 라인업 재편을 앞둔 람보르기니 역사 대전환의 순간. 수많은 람보르기니의 모델들을 시승해봤지만, 이런 순간이 있었던가.

람보르기니 서울은 이번 시승 행사에 다양한 우라칸 라인업을 마련했다. 경주용차에 버금가는 경량화를 이룬 우라칸 STO를 비롯해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 우라칸 에보 RWD 스파이더, 우라칸 테크니카가 그것이다. 시승한 우라칸 STO와 에보 스파이더, 테크니카는 V10 5.2ℓ 640마력 자연 흡기 엔진을, 에보 RWD 스파이더는 V10 5.2ℓ 610마력 자연 흡기 엔진을 얹었다.

람보르기니 우라칸 테크니카 <람보르기니 우라칸 테크니카>

먼저 시승한 차는 우라칸 테크니카다. '테크니카(Tecnica)'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이 차는 우라칸의 진화한 기술력을 담고 있다. 우리칸 에보 RWD보다 30마력 높은 출력과 35% 높아진 다운포스, 20% 줄어든 공기저항, 테크니카 전용 서스펜션으로 무장했다.

이 차의 최대토크는 57.6㎏·m이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2초, 시속 200㎞까지는 9.1초 만에 주파한다. 시속 100㎞에서 정지상태까지 제동거리는 31.5m, 최고속도는 시속 325㎞가 넘는다.

가장 인상 깊은 건 놀라운 노면 추종성과 강력한 배기음이다. 일반 승용차처럼 운전이 편하면서도 도로에 착 달라붙어서 달리는 느낌이 동급 최고 수준이다. 페라리의 모델들이 우아하게 달린다면 람보르기니는 매섭고 강력하게 몰아붙이는 스타일이다.

람보르기니 우라칸 STO <람보르기니 우라칸 STO>

우라칸 STO는 2022년에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 시승한 이후 두 번째다. 당시 서킷뿐 아니라 인제군 일대 공도를 달리면서 우라칸 STO의 박력 넘치는 일상 주행 능력까지 속속들이 확인한 바 있다. 경주용차에 가깝게 제작된 만큼, 인제스피디움과 다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는 어떤 능력을 보여줄지 기대됐다.

STO는 슈퍼 트로페오 오몰로가타(Super Trofeo Omologata)의 약자로, 모터스포츠카의 레이싱 헤리티지로부터 영감을 얻어 완성된 공도 주행을 위한 슈퍼 스포츠카다. 주행모드는 STO, 트로페오, 피오자 등 세 가지. STO는 일반 도로에 최적화되어 있고, 트로페오는 마른 아스팔트 노면과 서킷에서, 피오자는 젖은 아스팔트 노면에 어울리게 셋업돼 있다.

우라칸 STO의 가장 큰 차별점이자 장점은 경량화다. 공차 중량은 1339㎏이고, 1마력당 중량비는 2.09㎏에 불과하다.

람보르기니 우라칸 STO 실내 <람보르기니 우라칸 STO 실내>

이러한 경량화는 실내외 전반에 탄소 섬유(카본 파이버) 등 특수 소재를 폭넓게 쓴 덕분이다. 외부 패널의 75% 이상에는 탄소 섬유를 사용했으며, 뒤 펜더에는 항공우주 산업에서 활용하는 탄소 섬유 '샌드위치' 기법을 반영했다. 탄소 섬유 소재 사용을 25% 줄이면서도 같은 수준의 구조 강성을 유지하는 이 기술에 힘입어, 우라칸 STO는 우라칸 퍼포만테보다 43㎏ 더 가볍다.

실내는 카펫을 대체한 탄소 섬유 바닥 매트, 도어 래치로 열 수 있는 완전 탄소 섬유 경량 도어 패널 등 스포츠 시트 전체를 비롯해 실내 전반에 탄소 섬유를 폭넓게 사용했다. 4점식 안전벨트가 있는 롤 바와 헬멧 수납공간으로 새로 설계한 앞 트렁크는 STO의 레이싱 DNA를 강조한다.

실제로 서킷을 달려보니, 우라칸 STO는 확실히 테크니카보다 가벼운 게 느껴진다. 그러나 STO는 가속 페달에 의존하지 않고 수동 모드를 활용해야 차의 성능을 100% 활용할 수 있다.

람보르기니 우라칸 STO <람보르기니 우라칸 STO>

또한 가벼워진 차체는 고속 주행에서 좀 더 세심한 컨트롤을 필요로 한다. 약간의 무게 차이지만, 직선주로를 최고속으로 달린 후 코너를 만났을 때의 브레이킹 시점과 스티어링 조작 범위에서 테크니카와 차이를 두어야 매끄럽고 안전한 코너링이 가능하다.

2022년에 우라칸 STO를 함께 시승한 현역 레이서는 이 차를 처음 몰아본다면서도 현란한 드리프트 기술로 기자를 놀라게 했다. 그는 “컨트롤하기 편하면서도 한계치가 아주 높다”라며 극찬했다.

우라칸 테크니카로 도전하는 짐카나 경주도 흥미진진했다. 출발 직후 러버콘을 지그재그로 통과한 후, 왼쪽으로 돌아 하나의 러버콘을 중심으로 360도 회전한 다음에 더 큰 러버콘을 자시 360도 회전하고 급차선 변경을 통과하는 코스다. 이 대결에서 기자는 네 명 중 3위를 기록했다. 순위는 돋보이지 않지만, 참가자 모두가 업계에서 차 좀 탄다고 하는 레벨이었다. 오전 조의 기록과 비교하면 내가 오전 조 전체에서 2위에 해당할 정도로 오후 조의 수준이 높았다.

짐카나 경주 장면 <짐카나 경주 장면>

이 프로그램에서는 순위 자체보다 우라칸 테크니카의 놀라운 순발력이 인상적이었다. 과거에도 람보르기니로 짐카나를 해본 적 있는데, 테크니카는 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층 날렵하고 재빠른 몸놀림을 자랑했다.

행사장 한쪽에는 차세대 람보르기니 모델인 레부엘토가 전시돼 있었다. 웅장한 스타일과 첨단 감각이 느껴지는 실내에서 람보르기니가 열어갈 새로운 시대를 기대하게 한다. V12 엔진과 3개의 전기 모터, V12 엔진에 처음 적용한 더블 클러치 변속기로 최고출력 1015마력을 발휘하는 이 차에 거는 기대감도 크다.

새로운 모델과 파워트레인도 기대되지만, 우라칸이 주는 V10 엔진의 굉음과 압도적인 퍼포먼스, 긴장감은 여전할 것이다. 순수 전기 슈퍼카가 등장하더라도, 이러한 매력은 한동안 마니아들을 즐겁게 할 것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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