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는 2026년부터 세계 시장에 선보이는 신차는 순수 전기 구동 모델로만 출시할 계획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리고 이후로 전기차 신모델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최근 국내 시장에 판매에 들어간 '더 뉴 Q8 e-트론'도 그중 하나다.
아우디 최초의 순수 전기차는 2020년에 한국에 데뷔한 e-트론 콰트로다. 2018년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최초로 공개됐고, 2019년 3월부터 유럽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곤충 더듬이처럼 생긴 버추얼 사이드미러는 지금도 '미래형 차' 분위기가 물씬하다.
더 뉴 Q8 e-트론은 바로 이 차의 부분 변경 모델이다. 새로운 디자인의 전면 싱글 프레임과 스포티한 후면 디자인, 이전 모델 대비 배터리 용량과 충전 전력이 늘어난 게 변화의 핵심이다.
부분 변경인 만큼 변화는 크지 않다. 기본적인 디자인 흐름은 유지한 채 전면에 전자 그릴 셔터를 장착했고, 차체 하단을 완전히 덮는 언더플로어로 공기역학을 향상했다. 초기형에는 일반적인 SUV 스타일로만 나왔지만, 중간에 쿠페 스타일의 스포트백이 추가되어 지금도 유지된다. 개인적으로는 스포트백의 디자인이 훨씬 마음에 든다.
차체 사이즈는 길이 4915㎜, 너비 1935㎜, 높이 1640㎜로, 구형과 비교해 길이가 15㎜ 늘었다. 타이어는 스포트백의 경우 앞뒤 모두 265/40 R22 사이즈이고, 콘티넨탈의 스포트콘택트6를 장착했다. 오프로드 체험 시승차인 Q8 55 e-트론 콰트로는 앞뒤 모두 265/45 R21 사이즈이고 브리지스톤 제품을 신었다.
파워트레인은 세 종류다. '더 뉴 Q8 50 e-트론 콰트로'는 두 개의 전기 모터를 앞뒤 액슬에 각각 탑재해 최고출력 340마력(250㎾)과 67.71㎏·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고, '더 뉴 Q8 55 e-트론 콰트로'와 '더 뉴 Q8 스포트백 55 e-트론 콰트로'는 최고출력 408마력(300㎾)과 67.71㎏·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최고속도는 200㎞/h로 동일하고, 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 시간은 50 e-트론 콰트로가 6.0초, 55 e-트론 콰트로는 5.6초다. 라인업 중 가장 강력한 '더 뉴 SQ8 스포트백 e-트론'은 최고출력 503마력(370㎾)과 99.24㎏·m의 최대토크로 최고시속 210㎞/h, 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 시간 4.5초를 기록한다.
이번 시승회에는 온로드 시승 외에도 특이하게 오프로드 시승 기회가 주어졌다. 순수 전기차로 오프로드 시승 코스를 짠 브랜드는 한국에서 아우디가 최초가 아닌가 싶다. 이는 Q8 특유의 에어 서스펜션에 대한 자신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SUV라고 해도 에어 서스펜션이 없다면 분명한 한계가 있다. 차체 높이를 76㎜ 범위에서 올리고 내릴 수 있는 에어 서스펜션은 자갈이나 진흙, 수렁 길도 돌파할 수 있게 해준다. 이번 시승회에서도 급격한 경사의 흙길을 거침없이 오르며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를 통해 7가지 주행모드(오프로드, 올 로드, 자동, 승차감, 효율, 다이내믹, 개별) 중 취향에 맞는 주행모드를 고를 수 있는 즐거움도 여전하다.
온로드에서의 훌륭한 승차감도 그대로 유지됐다. 많은 기자가 Q8 e-트론의 승차감에서 감탄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순수 전기 SUV 중 가장 뛰어난 승차감이라 생각된다.
게다가 이번 변경 모델은 전자기장을 생성하는 코일을 12개에서 14개로 늘려 토크가 증가했고, 필요 없을 땐 전기 모터가 토크 생성을 위해 필요로 하는 에너지가 줄어 전력 소비가 감소하고 주행거리는 늘어났다. 특히 '더 뉴 SQ8 스포트백 e-트론'의 경우, 두 개의 후륜 모터는 필요에 따라 양쪽의 휠에 토크를 빠르게 배분하여 역동적이고 안정감 있는 주행을 선사한다. 나중에 시승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성능을 꼭 확인해보고 싶다.
복합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더 뉴 Q8 50 e-트론 콰트로가 298㎞(도심 299㎞, 고속도로 297㎞), 더 뉴 Q8 55 e-트론 콰트로는 368㎞(도심 363㎞, 고속도로 374㎞), 더 뉴 Q8 스포트백 55 e-트론 콰트로는 351㎞(도심 349㎞, 고속도로 354㎞), 더 뉴 SQ8 스포트백 e-트론은 303㎞(도심 297㎞, 고속도로 310㎞)다.
사실 이 정도의 주행거리는 최근 400~500㎞ 주행거리를 내는 전기차가 많아진 상황에서 크게 돋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집이나 직장 등에서 쉽게 충전할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충전 속도가 이번에 170㎾(55 e-트론 콰트로)로 개선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SQ8 스포트백 e-트론의 경우 22㎾의 완속 충전까지 지원하므로 일상에서의 충전이 더욱 빨라졌다. 다만 충전 속도는 모델별로 차등을 두지 말고 전부 개선하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가격은 '더 뉴 Q8 50 e-트론 콰트로'가 1억860만원, '더 뉴 Q8 55 e-트론 콰트로'가 1억2060만원, '더 뉴 Q8 55 e-트론 콰트로 프리미엄'이 1억3160만원, '더 뉴 Q8 스포트백 55 e-트론 콰트로'가 1억2460만원, '더 뉴 Q8 스포트백 55 e-트론 콰트로 프리미엄'이 1억3560만원, '더 뉴 SQ8 스포트백 e-트론'이 1억5460만원이다. 2020년 데뷔 때는 1억1700만원짜리 단일 트림만 있었는데, 라인업이 다양해지고 가격은 살짝 올랐다.
경쟁 모델의 가격은 메르세데스 벤츠 EQE SUV가 1억990만~1억3300만원, AMG EQE SUV는 1억5500만원, BMW iX는 1억4890만원, 캐딜락 리릭은 1억696만원이다. 가격대가 엇비슷하고 성능도 비슷해서 전기 SUV를 고르는 이에게는 고민을 안겨줄 것 같다.
아우디 코리아는 모든 아우디 e-트론 배터리에 대해 8년 또는 16만㎞까지 보증하며, 구동 모터 등 동력전달 부품을 포함한 일반부품도 업계 최고 수준인 5년/15만㎞까지 보증한다. 또한 '더 뉴 Q8 e-트론'을 출고 완료한 고객 모두에게 5년간 유효한 100만원 상당의 충전 크레딧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아우디의 전동화 속도는 시간이 갈수록 더 빨라질 것이다. 2030년쯤에는 부분적으로(PHEV) 또는 완전히 전동화된(BEV) 자동차만 보유한다는 목표다. Q8 e-트론으로 아우디의 전동화 플랜을 체험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경험일 것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