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차 업계에 부는 전동화의 바람은 상용차라고 다를 바 없다. 특히 중국산 전기차는 국내 대형 버스 시장과 중소형 전기 트럭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 국내 업체를 긴장시키고 있다. 하반기 전기 승용차 판매를 앞둔 BYD도 현재 GS글로벌을 통해 T4K 트럭을 팔고 있다.
한편으로는, 전기 트럭에 대한 불만도 많이 나오고 있다. 오너들이 얘기하는 가장 큰 불만은 짧은 주행거리와 긴 충전 시간이다. 봉고3 EV의 정부 인증 주행거리는 도심 238㎞, 고속도로 177㎞이고, T4K는 상온 기준 최대 246㎞, 저온 기준 최대 209㎞다.
봉고3 EV는 100㎾ 급속충전기로 10%에서 80%까지 47분이 걸리고, 7.2㎾ 완속충전기로는 10%에서 100%까지 8시간 30분이 걸린다. T4K는 0%에서 80%까지 100㎾ 급속충전기로 53분이 소요된다. 길지 않은 주행거리를 채우기 위해 충전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셈이다.
전동화 모델이 가장 친환경적으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특히 전기를 만들어낼 때 화력 발전을 이용한다면 전(全) 지구적인 관점에서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시점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LPG 트럭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차들은 가솔린 직접분사 엔진(GDi) 원리를 이용한 4세대 직접분사식(T-LPDi) 엔진을 얹어 출력과 효율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차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해서 오랜만에 1톤 트럭 시승에 나섰다.
◆디젤 대비 파워는?
봉고3 LPG 트럭은 제원부터 눈에 띈다. 최고출력은 수동 138마력, 자동 159마력으로 디젤 수동 133마력/자동 135마력에 비해 최대 18% 높다. 또한 최대토크는 LPG가 수동 26.0㎏·m, 자동 30.0㎏·m이고, 디젤은 각각 26.5㎏·m, 30.0㎏·m다. 이 정도면 디젤 대비 비슷하거나 살짝 높은 수준이다. 봉고3 EV의 최고출력은 184마력, 최대토크는 40.3㎏·m다.
시동을 걸면 버튼을 누르고 약간 뒤에 시동이 걸린다. LPG 모델의 전형적인 특성이다. 공회전 때의 엔진음과 진동은 디젤 모델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디젤 모델도 최근에는 많이 좋아져서 정속 주행 때의 느낌이 괜찮은 편이지만, 급가속 때의 큰 진동과 소음은 LPG 모델에 비할 수준이 못 된다.
순간 가속 성능 또한 제원처럼 디젤 모델과 엇비슷하다. 시승 중에는 적재함을 비운 채로 달린 탓에 최대 적재량을 채웠을 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단 시승 때 기준으로는 가속력을 흠잡을 게 없다.
반면 연비는 LPG 모델이 불리하다. 봉고3 디젤의 복합 연비는 수동 9.5㎞/ℓ, 자동 8.8㎞/ℓ이고, LPG 모델은 각각 7.0㎞/ℓ, 6.5㎞/ℓ다. 시승 때의 연비는 5.3㎞/ℓ로 나왔다. 봉고3 EV의 전비는 도심 3.6㎞/kWh, 고속도로 2.7㎞/kWh다.
LPG 모델은 연비가 살짝 떨어지지만, 전기차보다 충전 편의성이 훨씬 좋다. 대략 3~5분 정도면 완충이 끝나기 때문에 수십 분에서 몇 시간 걸리는 전기차보다 편리하다. 도넛형 탱크를 탑재한 봉고3 LPG는 실린더형보다 10ℓ 큰 94ℓ의 연료탱크를 갖췄고, 완충 시 최대 주행거리는 자동 488㎞, 수동 525㎞다. 짧은 충전 시간과 긴 주행거리는 영업으로 주로 이용하는 트럭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다.
◆경제성과 편의성은?
디젤 모델보다 떨어지는 연비는 낮은 연료비로 극복할 수 있다. 8월 4일 기준 전국 평균 유가는 경유 1545.79원, LPG 1016.16원으로, LPG는 경유의 65.7% 수준이다. 연간 주행거리 1만8000㎞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LPG 모델은 약 281만원, 디젤 모델은 약 316만원이다.
특히 LPG 모델은 디젤 모델에 필수적인 요소수 주입이 필요하지 않아서 더욱 편리하다. 과거와 달리 국내에 요소수 비축은 어느 정도 안정적이긴 하지만, 언제 또 '대란'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같은 기준으로 전기차와 비교하면, 봉고3 EV의 연료비는 완속/복합 기준 167만8000원, 도심 144만5000원, 고속도로 192만6000원이다. 급속/복합 기준으로는 약 188만~232만원이다. 즉, 급속충전을 많이 이용하면 LPG 모델과 전기차의 비용 차이는 49만원으로 줄어든다. 이 정도의 돈을 아끼기 위해서 전기 충전을 감수하는 게 좋은지는 각자 판단할 일이지만, 나라면 LPG 모델의 편리성에 더 높은 점수를 주겠다.
앞으로 전기차의 충전 속도가 개선되고 주행거리도 획기적으로 늘어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현시점에서 LPG 모델의 경쟁력은 충분해 보인다.
◆친환경 측면에서는?
배출가스 시험 결과에 따르면, 봉고3 LPG의 미세먼지(PM) 배출량은 0.08㎎/㎞로 SULEV30 규제치(2.0㎎/㎞)의 4%에 불과하고, 디젤 모델의 93분의 1 정도다. LPG 트럭이 10만 대 판매되어 대당 연간 1만㎞ 주행한다면,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 1.6만t, 질소산화물(NOx) 106만t을 줄일 수 있다.
봉고3 LPG는 이 같은 친환경성을 인정받아 3종 저공해차 인증을 받아 전국 공영주차장 30~50% 할인, 전국 공항 주차장 20~3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기차만 혜택이 많은 줄 알았는데 의외로 혜택이 쏠쏠한 편이다.
차량 가격은 봉고3 LPG가 2035만~2300만원이고, 최고급형 풀옵션 가격은 2556만원이다. 봉고3 EV 풀옵션은 약 4608만원이고, 국고 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을 합쳐 서울 기준 3368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여러 장단점을 두루 고려해볼 때, LPG 모델의 장점은 상당히 많다. 이런 점이 대중에게는 널리 안 알려진 측면이 있는데, 1t 트럭을 구매할 이들이라면 꼭 비교해보고 구매하길 바란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