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실 작가의 <불을 사냥하는 사람들(The Flame Chasers)>은 ‘불멍’을 소재로 만들어진 미디어아트 작품이다. 이 작품은 LG아트센터 서울 2층 아트 라운지에서 2024년 8월 9일부터 11월 7일까지 무료로 전시 중인 <빛과 인간을 담아내다>에서 만날 수 있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공연장에서 만나는 미디어아트 전시로 주목받는 이번 전시회는, LG아트센터 서울, LG전자 주최, 한국메세나협회 주관으로, LG아트센터 서울 개관 1주년 기념으로 진행된 ‘미디어아트 신진작가 공모전’(2023)의 선정 작가 전시이다.
◇ 불멍의 가치를 주체적으로 부여하고 싶었던 작가
류성실 작가는 <불을 사냥하는 사람들>을 통해 서로 반대될 수 있는 정서를 동시에 표현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불멍’이라는 정적인 서정성과 ‘불을 사냥’한다는 동적인 역동성을 같은 작품 안에 담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빛’을 좆는 행위는 마치 목표물을 향해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가속되는 자극에 대한 무력하고도 무의식적인 반복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라는 작품 설명 또한 일맥상통한다.
작가가 불을 통해 사냥하고 싶은 것, 불멍을 통해 사냥하고 싶은 것은 적극적인 성취일 수도 있지만, 반복되는 적극적인 성취 사이에 존재하는 작은 쉼일 수도 있다. 편안함과 멈춤, 그에 따르는 위로와 휴식일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불멍의 시간은 적극적이고 강렬한 불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적극적이고 강렬하게 살고 있는 나의 일상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이라는 점을 떠오른다.
<불을 사냥하는 사람들>을 구성하는 다섯 개의 스크린은 하나로 연결되기도 하고, 각자 별개의 영상으로 구현되기도 한다. 미디어아트 속에서 불로 표현되는 금색의 움직임은 스크린마다 별개로 구현될 때도 전체적인 일관성을 유지한 채, 각각 부분의 개별성을 존중하는 느낌을 준다.
춤을 출 때도 온몸을 하나로 사용하는 동작을 할 수도 있지만, 손, 팔, 다리. 몸통, 머리의 신체를 각각 아이솔레이션하여 안무를 할 때도 있다. <불을 사냥하는 사람들>은 사람 신체 모양의 조합이라고 볼 수도 있는 다섯 개의 스크린에서, 금빛의 춤을 아이솔레이션으로 펼치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 색체심리학으로 살펴보는, <불을 사냥하는 사람들>의 금색
<불을 사냥하는 사람들>의 금색은 가까이에서 일정 부분에 집중하여 보면 찬란한 아름다움이 느껴지지만, 멀리서 보면 현재 사람 몸에 흐르는 피처럼 보이기도 한다. 금색의 배경이 검정이고, 그곳의 작은 부분을 채우는 다양한 색 중 빨강 계열이 도드라지게 보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금색은 태양의 색이자, 빛의 색이다. 명예와 승리의 색이며, 내부에서 빛을 내뿜지만 표면에서는 강하게 반사하는 특징도 가진 색이다. <불을 사냥하는 사람들>은 이런 금색의 찬란함을 역동적이며 화려한 움직임으로 표현하고 있다.
<불을 사냥하는 사람들>에서 금색 못지않게 중요한 정서를 만드는 색은 빨강 계열의 색이다. 밝은 빨강은 적극성을 상징하기도 하고, 심장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작품 속에서 사냥을 한다는 것에 부합되기도 하고, 정열적이고 강렬한 에너지로 피가 온 몸에 흐르는 듯한 상상과 부합되기도 한다.
빨강은 검정과 만났을 때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느낌을 준다. <불을 사냥하는 사람들>의 배경이 검정이라는 점은 금색보다 빨강이 더 도드라지는 어떤 순간에는, 불멍의 편안함보다는 진짜로 불을 사냥하는 듯한 강렬함이 훨씬 더 배가되기도 한다. 시간에 따라 서로 다른 정서를 오가며 표현할 수 있는 미디어아트의 장점을 <불을 사냥하는 사람들>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