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화재 사고로 배터리 제조사에 관한 소비자들의 궁금증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SNE리서치가 발표한 전 세계 주요 배터리 제조사의 공급 현황을 보면 이러한 궁금증을 풀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주요 고객사인 테슬라 모델3/Y, 폭스바겐 ID.4, 포드 머스탱 마하-E, GM 캐딜락 리릭 등 유럽과 북미에서 높은 인기를 보이는 차들이 견조한 판매량을 유지하며 성장세를 견인했다.
특히,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판매량이 잠시 주춤했던 테슬라 모델3의 판매량이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배터리 사용량도 매우 증가했다. 또한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간 배터리 합작법인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탑재한 신모델들이 출시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인도네시아 합작법인 HLI그린파워에서 생산된 NCMA 배터리 셀을 탑재한 기아의 콤팩트 SUV EV3와 현대 캐스퍼 일렉트릭이 공식 출시되어 소비자들에게 인도되고 있다.
HLI그린파워는 지난 4월 가동을 시작해 현재 안정적으로 제품 양산이 진행 중으로, 아시아의 신규 생산 거점으로써 빠르게 성장하는 아세안 전기차 수요에 대응해 나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전기차 수요감소에 따른 유럽 및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인한 고정비 부담 영향이 컸으나 북미 지역 배터리 판매 호조로 IRA 세액공제 효과가 2배 이상 증가하며 전 분기 대비 24.2% 영업이익 1953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속도 조절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해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2024년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 같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북미, 유럽 주요 고객사의 신차 출시에 따른 출하량 확대와 IT 고객사의 프리미엄 제품 수요 대응, 전력망 ESS 판매 확대 등 기회요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매출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된 차종은 BMW의 i4, i5, i7, iX와 아우디 Q8 e-트론, 지프 랭글러 PHEV가 유럽에서 견조한 판매량을 나타냈고 북미에서 리비안 R1T/R1S가 높은 판매량을 기록해 성장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삼성SDI는 전기차 시장의 수요 정체 현상인 캐즘의 여파로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40% 가까이 급감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중장기적으로 전지 산업이 고성장할 것으로 전망해 설비투자(CAPEX) 규모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미주 내 P6 배터리의 공급을 확대하고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및 리튬인산철(LFP)의 양산 준비와 함께 신규 고객 수주 활동을 지속할 방침이다.
SK온은 연초 판매량 부진을 보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아이오닉5, EV6가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나타내 SK온의 배터리 사용량 성장세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력 모델인 아이오닉5와 EV6 모두 SK온의 4세대 배터리가 탑재된 페이스리프트 버전이 출시되어 향후 EV9과 함께 글로벌 판매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 SK온의 배터리를 탑재하는 포드 F-150과 메르세데스 EQA/B의 견조한 판매량을 나타냈다.
SK온은 올해 2분기 기준 출범 이래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에 따른 공장 가동률 하락, 헝가리 신규 공장 가동으로 인한 초기 비용 증가 등 영향에 따라 영업손실 4601억원을 기록한 것. SK온은 하반기 메탈 가격 하향 안정화에 따른 전기차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와 고객사 신차 라인업 확대에 따른 전방 수요 증가를 예상하며 수요 개선과 원가 절감 활동을 토대로 하반기 중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일본 업체 중 유일하게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린 파나소닉은 올해 배터리 사용량 16.2GWh를 기록하며 7위에 올랐으나, 지난해보다 25.1% 역성장했다. 파나소닉의 주요 역성장 원인으로는 연초 모델3의 페이스리프트로 인한 판매량 감소로 분석된다. 최근 모델3의 판매량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개선된 테슬라향 2170 및 4680 셀을 출시할 예정이어서 향후 테슬라를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CATL은 전년 동기 대비 29.5%(137.7GWh) 성장률로 글로벌 1위 자리를 견고히 유지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내수 시장에서 ZEEKR와 AITO, Ideal 등 주요 OME들이 CATL의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고 테슬라 Model 3/Y, BMW iX(40, 한국에는 미출시), 메르세데스 EQ 시리즈, 폭스바겐 ID 시리즈 등과 같은 전 세계 주요 OEM 또한 CATL의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CATL은 올해 2분기 매출 870억 위안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3.2% 감소했으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4% 증가한 123.6억 위안을 기록하며 사상 세 번째로 높은 수익성을 보였다. CATL은 올해 4월 고성능 LFP 배터리 쉔싱 플러스(Shenxing Plus)를 출시했고, 하반기 NCM 신제품 키린(Qilin)을 출시할 예정이다. 2개의 배터리 신제품 모두 이미 탑재 차량을 다수 확정 지어놓은 상황으로 중국 내 점유율 추가 확대가 기대된다.
BYD는 22.0%(57.5GWh) 성장률과 함께 배터리 사용량 글로벌 2위를 기록했다. 최근 글로벌 OEM들 간의 하이브리드 기술 경쟁이 확대되는 가운데 1회 충전 시 2100㎞ 주행이 가능한 신형 하이브리드 차량을 출시하며 순수 전기차(BEV)와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PHEV) 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매 분기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BYD는 순수 전기차(BEV) 판매량 또한 테슬라를 제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