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림컴퍼니 제작,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 파트원:밀레니엄이 다가온다>가 8월 6일부터 9월 2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공연 중이다. 대형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연극에 몰입하다보면, 배우보다 배역이 더 눈에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보여준다. 큰 무대를 채우면서도 배역이 돋보이게 만들 수 있는 건, 작품에 출연한 진짜 뛰어난 배우들의 힘이다.
◇ 대형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연극! 배우보다 배역이 돋보이는 이유는?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혼란을 통해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며, 동시대성을 내포하는 작품으로 높이 평가받는 작품이다. 주제와 소재가 쉽지 만은 않은 연극으로, 대형 공연장에서 펼쳐진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큰 공연장에서 연극을 할 경우, 넓은 무대를 채우기 위해 배우가 배우 자신을 연극적으로 과하게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 출연한 배우들은 배우 각자의 개성을 돋보이게 하려는 것보다는, 배역을 표현하려는데 모두 집중했다는 것을 연극을 직접 관람하면 느낄 수 있다.
배역에 몰입하는 배우들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긴 대사를 하면서도 감정 표현을 놓치지 않는 배우들을 보며 연극을 보는 새로운 재미, 대극장 연극을 보는 재미를 찾을 수도 있다.
◇ 이해하고 판단하려기보다는,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게 편한 방법일 수도 있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쉽지 않은 연극임은 분명하다. 배우에게도 관객에게도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작품은 1980년대 미국이 배경이다. 그렇기에 대사와 농담에도 미국적 뉘앙스가 담겨있다.
게다가 현재의 2024년은, 지난 세기말에 얼마나 세상이 얼마나 심란하고 불안했는지가 느껴지지 않는 세기 초반이다. 관객 중에는 세기말의 정서와 분위기가 기억나지 않는 젊은 세대도 있고, 세기가 바뀐 후에 태어난 더 젊은 세대도 있기다.
그렇기에 디테일한 정서와 감정까지 관객이 모두 받아들이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커버하는 게 <엔젤스 인 아메리카>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다. “어쩜 이렇게 연기를 모두들 잘 하냐?”라는 반문을 한 관객이 실제로 꽤 많을 것이다.
이 작품은 모든 순간을 다 이해하려고 하다보면, 다음 장면의 정서나 메시지를 놓칠 수도 있다. 80년대 미국의 시대상, 밀레니엄 이전의 사회상이 와 닿지 않더라도, 배우들의 감정선만 편하게 따라간다면 관객은 <엔젤스 인 아메리카>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현실과 환상의 교차 장면도 마찬가지이다.
두 번의 휴식시간을 포함하여 3시간이 넘는 동안 공연되는 긴 작품의 마지막에서, 극 전체에 이중적이고 양면적이고 양가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목소리의 실체가 드러난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파트원 부분으로 끝이 아니기에, 다 끝났다 싶을 때 새로운 두 번째 시작이 언제가 될지 관객은 기다리게 된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의 파트투가 공연되기 직전에, 짧은 기간이나마 파트원의 재공연이 이뤄진다면 얼마나 더 감동적일까 개인적으로 기대한다. 파트원을 지금 또 보고 싶은 마음과 함께, 파트투와 연결해서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