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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르노코리아 변혁의 시작, 그랑 콜레오스

발행일 : 2024-09-19 16:32:21
[시승기] 르노코리아 변혁의 시작, 그랑 콜레오스

'자동차 회사는 신차를 먹고 산다'라는 말이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동안 신차가 없었던 르노코리아가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XM3 이후 무려 4년 만에 등장한 신차 '그랑 콜레오스'는 그래서 더욱 큰 기대를 모은다.

그랑 콜레오스는 지난 6월 부산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됐다. 티저 광고 이후 최초로 실물이 공개된 이 자리에서 그랑 콜레오스는 수준 높은 마무리와 동승석 디스플레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 8월 말 부산에서 열린 시승회 역시 어느 때보다 많은 기자가 참석해 이 차에 쏠리는 관심을 입증했다.

그랑 콜레오스의 차체 크기는 길이 4780㎜, 너비 1880㎜, 높이 1680㎜, 휠베이스 2820㎜다. 볼보자동차의 CMA 플랫폼을 사용해 볼보 XC60, 지리자동차 싱유에 L과 크기가 비슷하다.

[시승기] 르노코리아 변혁의 시작, 그랑 콜레오스

동급으로 분류되는 기아 쏘렌토는 길이 4815㎜, 너비 1900㎜, 높이 1695㎜, 휠베이스 2815㎜로, 휠베이스를 제외하고 모든 수치가 그랑 콜레오스보다 크다. 기아 스포티지의 크기는 4680×1865×1660㎜, 휠베이스 2755㎜로 그랑 콜레오스보다 작다. 전체적으로 그랑 콜레오스는 쏘렌토와 스포티지의 중간 크기임을 알 수 있다.

디자인은 기본 바탕이 된 지리자동차 싱유에 L을 바탕으로 라디에이터 그릴과 D필러, 테일램프 등에 변화를 줬다. 싱유에 L은 볼보 XC60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비슷한 세로형 줄무늬가 있는데, 그랑 콜레오스는 르노 엠블럼을 가로로 눕힌 마름모 모양이 이어져 있다. 다른 차에서 보기 힘든 스타일이어서 상당히 돋보인다.

실내는 싱유에 L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국산차 최초의 동승석 디스플레이. 12.3인치의 큰 화면에서 유튜브 동영상이나 음악 애플리케이션, 웹사이트 검색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시승회에서 유튜브와 네이버에 접속해보니 선명한 화면이 또렷하게 나타났다.

[시승기] 르노코리아 변혁의 시작, 그랑 콜레오스

시트는 그동안 르노가 선보였던 차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형상으로 꾸몄다. 앞뒤 시트 모두 착좌감이 뛰어나고 촉감도 고급스럽다. 2열 시트는 28도와 33도, 두 가지 각도로 등받이를 조절할 수 있어 장거리에서 안락함을 높여준다.

파워트레인은 하이브리드와 가솔린 터보 2WD, 가솔린 터보 4WD 세 종류다. 르노 측에 따르면 현재 가장 계약이 많은 차종은 하이브리드다. 그래서인지 시승회에도 하이브리드 모델만 마련됐다.

르노가 강조하는 건 '가장 전기차에 가까운 하이브리드'. XM3(아르카나)부터 내세우는 문구다. 발전 기능을 겸하는 60㎾(82마력) 출력의 고전압 스타트 모터가 시동 후 출발을 돕고, 100㎾(136마력) 출력의 구동 전기 모터가 가속을 담당한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엔진 출력 180마력에 전기 모터 출력 47.7㎾(65마력)인 데 비해, 그랑 콜레오스는 엔진 출력 144마력, 모터 출력 100㎾(136마력)로 차이를 보인다. 최대토크는 엔진 23.5㎏·m, 모터 320Nm(32.7㎏·m)로 역시 엔진보다 모터의 수치가 크다.

[시승기] 르노코리아 변혁의 시작, 그랑 콜레오스

그랑 콜레오스 하이브리드는 모터 출력이 큰 만큼 활용 범위가 더 넓다. 따라서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시내 주행이 많은 이에게는 쏘렌토 하이브리드보다 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인증 연비는 19인치 휠 기준 복합 15.7㎞/ℓ로, 18인치 휠을 단 쏘렌토 하이브리드 5인승과 같다. 휠 사이즈를 조금 줄이면 쏘렌토 하이브리드보다 더 나은 연비도 기대된다.

그러나 모터로만 달리다가 급가속을 시도하면 쏘렌토 하이브리드보다 반응이 느리다. 이는 3단 멀티모드 변속기를 채용한 것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듀얼 모터 시스템에 3단 기어, 컨트롤러가 내재된 인버터를 모두 결합한 일체형 구조는 동급 경쟁차보다 100㎏에 가까운 경량화를 이룬 게 특징. 3단 변속기는 연비를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만, 6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한 쏘렌토보다 세밀한 변속에 불리하다. 따라서 그랑 콜레오스로 스포티한 주행을 원한다면 요령이 다소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모터로 달리다가 풀 가속을 하는 게 아니라, 가속 페달을 쪼개서 밟으면서 서서히 가속하면 속도감이 더 살아난다.

이렇게 스포티한 주행에는 다소 요령이 필요하지만, 변속단수가 적어서 진동과 소음이 줄어든 건 장점이다. 게다가 실내외에 흡·차음재를 두툼하게 달고 흡음 타이어까지 장착한 덕분에 주행 중에는 잡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특히 차체가 높은 SUV임에도 불구하고 바람 소리가 크지 않은 게 인상적이다.

[시승기] 르노코리아 변혁의 시작, 그랑 콜레오스

타이어와 휠은 235/50 R19 또는 245/45 R20 두 가지 사이즈. 타이어는 19인치(테크노)가 넥센, 20인치가 금호 제품이고, 19인치 아이코닉 디자인 휠은 넥센과 금호 제품이 랜덤으로 장착된다. 모두 회전저항 1등급, 젖은 노면 제동력 3등급이다.

245/45 R20 금호타이어(크루젠 HP71)가 장착된 시승차는 승차감과 주행안전성이 훌륭하다. 요철에서 자잘한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하면서도, 급격한 방향 전환 때는 차체가 단단하게 버티면서 롤링을 줄여준다. 이는 멀티 펑션 보디(MFB) 밸브 쇼크업소버를 채택한 덕분이다. 차체가 높은 SUV의 승차감을 높이려다 너무 물렁물렁해지거나, 롤링을 줄이기 위해 너무 단단하게 설계하는 오류가 이 차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르노가 자체 분석한 바에 따르면, 그랑 콜레오스는 경쟁차보다 롤 제어와 핸들링, 선회 자세제어 분야에서 특히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

그랑 콜레오스의 시작 가격은 1.5 하이브리드가 3777만원, 2.0 가솔린 터보가 3495만원이다.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4028만원부터 시작하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또한 기본형인 테크노 트림에는 12.3인치 동승석 디스플레이와 풀 오토 파킹, 후방 긴급 제동 보조, 8 스피커 한 가지 옵션만 있고, 최고급형인 에스프리 알핀에도 보스 서라운드 시스템과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차음 윈드실드 글라스, 메탈릭 블랙 루프만 옵션으로 마련해 경쟁차보다 선택사양이 단순하다.

[시승기] 르노코리아 변혁의 시작, 그랑 콜레오스

최고급형 에스프리 알핀에 풀 옵션을 적용하면 4567만원이다. 쏘렌토 하이브리드 풀 옵션 가격이 5000만원이 넘는 데 비해 역시 낮은 가격이다. 다만 그랑 콜레오스는 파노라마 선루프가 옵션에 아예 마련되어 있지 않다. 베이스 모델인 싱유에 L도 파노라마 선루프가 있는데 왜 옵션에 두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향후 연식 변경 때는 추가되길 기대한다.

그랑 콜레오스는 한 마디로 '나들이에 어울리는 패밀리 SUV'라고 할 수 있다. 뛰어난 승차감과 고급스러운 실내에 정숙성이 훌륭해 온 가족이 여행을 즐기기에 딱 어울리는 차다. 그랑 콜레오스에 이어 등장할 '오로라2' 프로젝트는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벌써 기대가 크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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