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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귀여운 복수자, 지프 어벤저

발행일 : 2024-09-23 08:57:07
[시승기] 귀여운 복수자, 지프 어벤저

미국 오프로더로 유명한 지프(Jeep)는 순수 전기차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특히 2022년 파리모터쇼에 '어벤저'를 공개하고 2023년 2월에 한국에 처음 선보인 이후, 올해 8월에야 드디어 미디어 시승회가 열렸다. 처음 나온 이후 시간이 좀 걸린 셈이다.

늦게 나왔지만 제품 콘셉트는 확실하다. 지프 특유의 오프로드 성능을 포기하지 않은 콤팩트 SUV라는 것. 지프 고유의 세븐 슬롯 그릴은 살리면서도 동글동글한 귀여운 외모로 가다듬었다.

차체 크기는 길이 4085㎜, 너비 1775㎜, 높이 1560㎜, 휠베이스 2560㎜로, 아주 아담하다. 수입차 중에는 볼보 EX30이 비슷한 크기인데, 각각 4233×1836×1555㎜, 2650㎜다. 국산차 중에는 기아 EV3가 4300×1850×1550㎜, 2680㎜다. 전체적으로 어벤저가 가장 작은 편이다.

[시승기] 귀여운 복수자, 지프 어벤저

어벤저는 STLA 스몰 플랫폼을 같이 쓰는 푸조 e208과 크기가 비슷하다. e208은 길이 4070㎜, 너비 1745㎜, 높이 1440㎜, 휠베이스 2540㎜다. 어벤저는 여기에 차체 높이를 키워서 차별화했다.

높이를 키운 가장 큰 이유는 오프로드 주파를 위해서다. 어벤저는 급격한 오프로드의 진입과 탈출을 돕기 위해 오버행을 줄이고 배터리 파손을 막는 쉴드를 장착했다. 이렇게 해서 e208보다 차체가 120㎜ 높아졌다. 최대 진입각은 20도, 이탈각(탈출각)은 32도다.

차체는 아담하지만 앞좌석은 키 177㎝ 성인 남자가 앉기에 부담 없다. 다만 뒷좌석은 넉넉한 편은 아니어서, 미성년 자녀가 앉기에 적당하다. 따라서 운전자 혼자 주로 타거나,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가 타기에 어울리는 차다.

[시승기] 귀여운 복수자, 지프 어벤저

트렁크 역시 아담한 편. 321ℓ인데, 트렁크 바닥을 2단으로 조절할 수 있어서 기내용 캐리어 3~4개는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60:40으로 분할되는 2열 시트를 적절히 폴딩하면 더욱 넓게 쓸 수 있다.

실내는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수평 라인을 강조한 대시보드 위에 10.25인치 디스플레이를 달았고, 여기에서 대부분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그 아래에는 공조 기능 조작 물리 버튼이 배치됐고, 그 밑에 P-R-N-D로 이뤄진 기어 셀렉트 버튼이 자리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와 공조 버튼 사이에는 자잘한 물건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길게 펼쳐져 있는데, 여기에 칸막이나 커버를 장착하는 게 좋겠다. 물건이 많아지면 회전 중에 한쪽으로 쏠릴 수 있고, 오르막길에서는 물건이 승객 쪽으로 쏟아질 수 있어서다.

작은 차지만 있을 건 다 있다. 다양한 실내 컬러를 맛볼 수 있는 멀티 컬러 앰비언트 라이트(알티튜드)에 앞좌석 슬라이딩 암레스트, 열선 내장 앞 유리, 운전석 마사지 시트(알티튜드), 보행자/자전거 감지 긴급 브레이킹 시스템 등이 갖춰져 있다. 다만 운전석 전동 시트는 알티튜드에만 있고, 동승석은 수동 시트만 장착돼 있다.

[시승기] 귀여운 복수자, 지프 어벤저

파워트레인의 최고출력은 115㎾(156마력), 최대토크는 27.5㎏·m다. 코나 일렉트릭 스탠더드 모델의 135마력, 26.0㎏·m보다 높고, EV3 스탠더드의 204마력, 28.9㎏·m보다는 낮다. 그러나 어벤저의 공차중량은 1550~1585㎏으로, 코나 일렉트릭 스탠더드의 1720~1740㎏, EV3 스탠더드의 1750~1765㎏보다 가볍다.

마력당 중량비는 어벤저가 9.94~10.16, 코나는 12.74~12.88, EV3는 8.58~8.65다. 마력당 중량비는 1마력이 감당하는 차체 중량을 뜻하는 것으로, 숫자가 낮을수록 좋은 가속력을 기대할 수 있다. 수치상으로 보면 어벤저는 EV3보다 못하지만, 코나보다는 가속 성능이 좋다.

이러한 데이터는 실제 시승에서도 확인된다. 어벤저는 폭발적인 가속을 보여주진 않아도 작은 차체를 경쾌하게 이끈다. 특히 이 차는 서스펜션 조율이 잘 되어 있어서 성인 두 명이 탄 상태에서 적당히 탄탄한 승차감을 보여준다.

[시승기] 귀여운 복수자, 지프 어벤저

주행모드는 '셀렉 터레인'을 통해 에코와 노멀, 스포트, 샌드, 머드, 스노 등 여섯 가지가 마련되고, 가파른 길을 안전하게 내려가도록 도와주는 내리막 주행 제어장치(HDC)도 갖췄다. 스포트 모드는 다른 모드보다 가속력이 훨씬 좋아지는 게 몸으로 느껴질 정도.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이번 시승회에서 오프로드 성능을 느껴보라고 '아담한' 오프로드를 시승 코스에 넣었는데, 여기에서 샌드 또는 머드 모드의 진가를 느끼기엔 역부족이었다. 오프로더가 아닌 일반 자동차로도 쉽게 정복할 수 있는 평범한 코스였던 탓이다. 물론 지프의 명성답게 어벤저는 아마도 뛰어난 오프로드 성능을 갖췄으리라 생각된다. 기회가 된다면 추가 시승을 통해 이 기능을 테스트해보고 싶다.

타이어는 론지튜드가 215/60 R17, 알티튜드는 215/55 R18 크기이고 모두 굿이어 제품이다. 그런데 서스펜션 성능에 비해 이 타이어의 그립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전륜구동(FF)을 채택한 어벤저는 급가속 때 전기차 특유의 강력한 가속력이 발휘되는데, 타이어가 헛도는 경우가 간혹 생긴다. 국내에 데뷔한 수많은 전기차 중에 굿이어 제품은 흔치 않다. 가능하다면 다른 브랜드의 타이어도 고려해보면 좋을 것 같다.

54kWh 용량의 배터리를 장착한 어벤저는 100㎾ 급속충전기로 24분 만에 2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완속 충전은 7㎾까지 가능하다. 지프에 따르면 도심 거주자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 30㎞를 운행하는 데 필요한 배터리 용량은 3분이면 충전된다는 설명이다.

[시승기] 귀여운 복수자, 지프 어벤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도심 313㎞, 고속도로 266㎞, 복합 292㎞다. 누군가는 이 수치가 별것 아니게 느껴지겠지만, 어벤저의 WLTP 인증 주행거리는 복합 400㎞다. 그동안의 수많은 시승 경험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까다로운 인증 주행거리보다는 대부분 전기차가 더 길게 달렸다. 따라서 어벤저 역시 국내 인증 거리와 WLTP 인증 거리의 중간 수준인 350㎞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

어벤저의 가격은 론지튜드가 5290만원, 알티튜드가 5640만원이다. 경쟁차종의 가격은 기아 EV3가 3995만~4850만원, 볼보 EX30은 4945만~5516만원으로, 어벤저는 매우 강력한 상대와 맞붙어야 한다.

지프는 글 서두에 언급한 대로 순수 전기차 시장 진입이 늦은 편이다. 그러나 탄소 중립 전략인 '데어포워드 2030(Dare Forward 2030)'에 따라 신속하게 전동화 전환을 서두르고 있으며, 지난 6월에는 중형 전기 SUV 왜고니어를 발표하면서 이를 입증하고 있다. 푸조 라인업에서도 전동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국내 소비자들도 내년부터는 더욱 다양한 지프와 푸조의 전기차들을 만나보게 될 것이다.

[시승기] 귀여운 복수자, 지프 어벤저

최근 벌어진 화재 사태로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잠시 주춤거리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전기차 시장은 확대될 것을 보인다. 이 시장을 누가 더 많이 장악하느냐에 기업의 지속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다. 어벤저는 지프 브랜드 전동화 전략을 알리는 본격적인 출발점이자, 성패를 좌우할 시금석이 될 것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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