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M9

자동차
HOME > 자동차 > 시승기

[시승기] “열심히 살아온 당신에게 바친다” 렉서스 LM

발행일 : 2024-09-24 11:23:12
[시승기] “열심히 살아온 당신에게 바친다” 렉서스 LM

1989년 등장한 렉서스 LS는 당시 최고급 세단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가 주름 잡던 이 시장에서 뛰어난 정숙성과 품질, 좋은 연비와 안락한 승차감으로 경쟁자들을 긴장하게 했다.

35년이 흐른 지금, 렉서스는 경쟁 브랜드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차종으로 한국을 공략한다. LM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LM은 앞서 등장한 토요타 알파드의 렉서스 버전이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좁고 높은 차체는 다분히 일본풍인데, 이는 좁은 일본의 도로 사정에 최적화된 설계 때문이다.

4인승 로열 트림 실내 <4인승 로열 트림 실내>

LM은 여기에 렉서스만의 고급스러움으로 무장했다. 인테리어 컬러는 솔리드 화이트와 블랙 두 가지. 로열 트림과 이그제큐티브 트림은 색상 조합에서 미세한 차이를 보인다.

이그제큐티브 트림은 6인승으로, 비즈니스용으로 활용해도 좋지만 패밀리카로 써도 좋다. 이에 비해 로열 트림은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에 격벽을 마련한, 제대로 된 비즈니스 미니밴이다. 뒷좌석에서 격벽 유리를 올리고 내릴 수 있으며, 투명도도 조절할 수 있다. 모름지기 중요한 비즈니스에서 오가는 말은 쥐도 새도 모르게 해야 하는 법이다.

이 격벽 아래에는 48인치 와이드 스크린이 마련된다. 널찍한 스크린을 통째로 써도 되지만, 좌우 나눠 두 개의 화면으로 쓸 수도 있다. 때로는 회장님과 비서가 각기 다른 콘텐츠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실내 무드 조명은 14가지 중에 고를 수 있다.

[시승기] “열심히 살아온 당신에게 바친다” 렉서스 LM

시트는 웬만한 럭셔리 세단보다 훨씬 고급스럽고 안락하다. 특히 4인승 로열 트림은 시트를 눕혔을 때 머리를 잘 잡아주는 항공기 타입 헤드레스트와 다리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레그 서포트 기능이 훌륭하다. 로열 트림의 리어 클라이밋 컨시어지는 '드림' '릴렉스' '포커스' 에너자이즈' 등 네 가지 모드가 프리셋 되어 있어서 에어컨과 시트 열선, 시트 포지션이 자동으로 조절된다.

로열 트림 좌석 사이에는 냉장고가 마련돼 더운 여름에도 시원한 음료를 마실 수 있다. 뒤 시트에는 각각 AC 파워 소켓과 C타입 USB 포트 2개, HDMI 포트 2개를 마련돼 이동 중에도 각종 전자 장비를 쓰기에 불편함이 없다. 다만 알파드와 마찬가지로, 접이식 테이블은 노트북을 놓기에 좀 작은 편이고, 태블릿 PC 정도 올려놓기에 적당하다.

차에 타고 내릴 때는 파워 슬라이딩 도어가 보조한다. 내외부 핸들과 계기반, 오버헤드 콘솔, 전자 키 등으로도 이 문을 여닫을 수 있다. 문이 열릴 때는 B필러 사이에 우산을 수납하는 공간도 나온다.

[시승기] “열심히 살아온 당신에게 바친다” 렉서스 LM

앞모습은 다소 강한 인상의 알파드에 비해 매끈하게 생겼다. 렉서스 특유의 스핀들 그릴을 더 확장해서 얼굴 전체에 새롭게 녹여냈다. 개인적으로는 이보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더 단순하면 좋겠다.

LM은 하이 루프 버전이 따로 나오지 않는다. 이날 시승회에 맞춰 방한한 렉서스 개발 담당자에게 “한국인들은 차체 지붕을 높여서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는 경우가 있다. 카니발 하이리무진이 그런 경우인데, LM은 그럴 계획이 없느냐”라고 묻자 그는 “한국에서 그런 줄은 몰랐다. 차체는 이미 충분하게 높지 않은가?”라고 답한다.

차체 크기는 길이 5135㎜, 너비 1890㎜, 높이 1955㎜이고, 휠베이스는 3000㎜다. 토요타 알파드가 5005×1850×1950㎜인 데 비해 모든 면에서 수치가 커졌다. 같은 플랫폼을 쓴 만큼 휠베이스는 동일하다.

[시승기] “열심히 살아온 당신에게 바친다” 렉서스 LM

그러나 파워트레인은 차이가 크다. 알파드는 2.5ℓ 가솔린 하이브리드 엔진을 얹어 총 출력 250마력을 내는데, LM은 2.4ℓ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총 출력 368마력을 자랑한다.

이러한 출력 차이는 주행할 때 꽤 크게 느껴진다. 특히 2000~3000rpm의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 터지는 46.9㎏·m의 최대토크가 갑갑함 없이 폭발적인 가속감을 뽐낸다.

승차감은 비행기 일등석처럼 편안하다. 대부분 럭셔리 세단들이 낮은 차체로 인해 갑갑함을 주는 반면에, LM은 특유의 높은 차체로 탁 트인 시야와 넉넉한 실내 공간을 뽐낸다. 이것이 기존 럭셔리 세단과 LM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기분 좋은 승차감을 만들어주는 비결 중 하나는 훌륭한 오디오다. 마크레빈슨 오디오야 두말할 나위 없는데, 특이하게도 로얄 트림에는 23개, 이그제큐티브 트림에는 21개의 스피커를 장착했다. 스피커 개수가 두 개밖에 차이 나지 않는데, 그냥 23개로 통일하는 건 어떨까?

[시승기] “열심히 살아온 당신에게 바친다” 렉서스 LM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 링크 타입이고, 여기에 전자식 서스펜션을 더했다. 주행안전성은 이미 알파드에서 확인한 그대로다. 차체는 높지만, 무게중심이 아래쪽에 형성돼 기대 이상의 안정감을 보인다. 특히 좌우로 급격히 조향을 꺾어도 오뚜기처럼 꿋꿋하게 버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인증 연비는 도심 9.7㎞/ℓ, 고속도로 10.7㎞/ℓ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대부분 인증 연비에서 도심 기록이 잘 나오는데, LM은 고속도로가 더 높게 나오는 게 특이하다. 파워에 중점을 둔 만큼, 알파드의 연비(도심 14.3, 고속도로 12.7, 복합 13.5㎞/ℓ)보다는 좀 낮은 편이다.

가격은 1억9600만원이다.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알파드(9920만원) 역시 론칭했을 때도 비싸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잘 팔렸다. LM은 더 고급스러운 렉서스 배지를 달았고, 소재와 마무리에서 한 급 위의 고급스러움을 갖췄으니 가격만큼의 가치는 한다고 하겠다.

[시승기] “열심히 살아온 당신에게 바친다” 렉서스 LM

일부에서는 이 차의 라이벌로 기아 카니발을 언급하기도 하는데, 미안하지만 번지수가 틀렸다. 카니발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이 차의 경쟁차는 럭셔리 세단이다. 가격뿐 아니라 차의 성격, 품질 등을 골고루 따져봤을 때 그렇다는 말이다.

관건은 알파드와 마찬가지로 이 차를 타야 하는 당위성을 고객에게 설득하는 것이다. 왜 국산 고급차나 독일차가 아니라 렉서스여야 하는지, 왜 세단이 아니라 LM을 타야 더 좋은지를 고객에게 충분히 이해시킨다면 1억9600만원을 지불하고도 구매할 이들이 한국에는 많다.

다만 차 가격이 비싼 만큼, 기사를 두고 뒤에 타는 쇼퍼드리븐 사장님 혹은 회장님이라면 운전 실력이 좋은 기사를 필히 구해야 한다. 어쭙잖은 운전 실력을 갖춘 이라면 이 차의 소유주에게도, 상대편 운전자에게도 적잖은 손해를 끼칠 테니 말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