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오랜 기간 공들여 개발한 인 휠 모터 시스템의 양산이 임박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하이엔드급 승용차에 먼저 적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모비스가 향후 2~3년 내 상용화될 모빌리티 신기술 65종을 대거 공개했다. 올해에만 역대 최대 규모인 1조70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전동화와 전장 분야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결과다. 현대모비스는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미래 먹거리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R&D 전략을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일 경기도 의왕연구소에서 국내 주요 언론사를 초청해 '2024 R&D 테크데이'를 개최했다. 테크데이는 현대모비스가 원래 격년 단위로 연구개발 성과를 모아 고객사에만 선보이던 일종의 프로모션 행사다. 올해는 이를 외부에도 공개하면서 미래 모빌리티 연구개발 결과물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테크데이가 개최된 현대모비스 의왕연구소 전동화 연구동은 차세대 전동화 기술을 연구하는 전문 연구 시설로 지난해 말 준공됐다. 연구개발을 포함해 시험과 평가, 품질분석 등 전동화 핵심부품 개발을 모두 담당하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테크데이의 주제를 '영감의 집합'이라는 뜻의 'Collective Inspiration'으로 정했다. 현대모비스가 연구개발 중인 모든 연관 부문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하나의 거대한 모빌리티 통합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테크데이에서는 전동화와 전장, 안전, 램프 등 65개의 주요 핵심기술이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 가운데는 15개의 세계 최초 기술도 포함됐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모빌리티 트렌드에 맞는 선행 과제 추진과 탄력적인 연구개발 문화, 대규모 투자에 따른 인재 확보로 이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구동 시스템과 배터리 시스템, 전력변환시스템이라는 전동화 핵심부품 3대 개발 전략도 함께 발표했다. 지난 2011년 하이브리드용 배터리 시스템, 모터와 인버터 등 전동화 주요 부품 개발에 성공한 이래 지금까지 확보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단위 부품에서 시스템, 더 나아가 AAM과 로보틱스에 특화된 전동화 솔루션으로 업계를 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전동화 엔지니어링실장 이영국 상무는 “캐즘이라는 대외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곳 의왕연구소에서 수백 명의 연구진이 차질 없는 연구개발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라며 “현대모비스의 전동화 부품 경쟁력은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업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은 상태로, 이번 R&D 테크데이에도 유럽을 포함한 다수의 글로벌 고객사들이 방문했다”라고 밝혔다.
먼저 현대모비스의 3대 전동화 부품 개발 전략 가운데 한 축인 구동 시스템은 모터와 감속기 인버터를 통합한 '3 in 1 구동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시스템을 소형화하고, 고효율의 전자기 설계와 오일 냉각, 전력 모듈 기술이 핵심이다. 이를 바탕으로 목적기반차량(PBV)이나 미래항공 이동성(AAM)에 특화된 구동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배터리 시스템은 열관리 안정화 기술을 중점 확보하고 있다. 열 전이를 지연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원천 방지하는 내열성ㆍ내화성을 갖춘 시스템 개발이 목표다. 또한 현재의 배터리 셀-모듈-팩 형태로 이어지는 시스템 구성 단계에서 모듈화를 건너 팩으로 직접 만드는 셀 투 팩(Cell to Pack) 기술을 통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 밖에 차세대 배터리 셀이나 폐배터리를 활용한 선행기술도 미래 신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전력변환시스템은 전기차 충전용 통신 제어장치로 불리는 EVCC(Electric Vehicle Communication Controller)를 통합한 차세대 ICCU(Integrated Charging Control Unit)를 중점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 스마트홈 기능을 연결하는 궁극적인 전기차용 V2X(Vehicle to Everything)를 실현한다는 전략이다. 현대모비스는 이에 필요한 전력반도체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수년간 CES를 포함한 글로벌 전시회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일반 관람객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과 함께 글로벌 고객사 대상 해외 수주로 이어지는 비즈니스 창구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차원이다.
이번 R&D 테크데이에 역대급으로 많은 전시품을 공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총 65종의 전시품 가운데는 전장부품이 21개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자율주행과 첨단 센서류, 주차지원 시스템,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커넥티비티를 아우르는 인포테인먼트 신기술이 주를 이뤘다.
주요 제품으로는 최대 탐지거리를 350m로 늘린 고성능 전방 레이더, 악천후 기상 상황에도 인식 기능을 개선한 적외선 카메라, 차량 케어에 특화된 생성형 AI, 시야각을 넓힌 3D 디스플레이 등이다.
전동화 부품은 시장 동향과 고객사 요구사항에 맞춰 시장을 주도할 차세대 제품군을 선보였다. 대표적으로 크랩 주행이 가능한 인 휠 모터를 비롯해, 도심 운송에 특화된 소형트럭용 차세대 구동 시스템, 고전력 밀도를 확보한 양방향 ICCU 등이다. 전기차 핵심 전력변환 변환 부품인 인덕터에 고가의 희소금속인 니켈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니켈프리 금속분말로 만든 코어 장치, 초고속 배터리 충전 냉각기술도 눈길을 끌었다.
이영국 상무는 “인 휠 모터 개발의 난관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좋은 기술도 시장에서 흡수할 수 있는 게 중요한데, 모터가 바퀴에 들어가 구동되는 걸 고객이 불안해하는 경우가 있어서 장기간 테스트를 하고 있다. 또, 여러 모션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그에 대한 전략을 세우고 여러 조건에서 점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인 휠 모터의 첫 적용 예상 차종에 대해 이 상무는 “모터가 각기 독립 제어되기 때문에 다이내믹스가 좋은 하이엔드급 승용차에 적용하면 좋다. 또한 목적기반차는 좁은 공간에서 모션의 자유가 있어야 해서 인 휠 모터의 활용도가 높다”라고 설명했다.
안전과 섀시분야도 에어백과 램프, 제동과 조향 등 주요 핵심부품 분야에서 세계 최초 신기술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현대모비스는 충돌 시 뇌 상해를 줄이는 동승석 에어백과 HD LED를 적용해 도로 위의 주변 상황들과 소통하며 적절한 정보를 표출하는 커뮤니케이션 헤드램프, 3세대 회생제동시스템, 그리고 북미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가 혁신 기술로 선정한 후륜 조향 시스템 등을 선보였다.
이날 또 하나 눈길을 끈 것은 셀프 스탠딩 에어백이다. 이 에어백은 목적기반차(PBV)를 위해 개발된 것으로, 일반 에어백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일반 에어백은 경사가 큰 앞 유리를 지지대로 삼아 에어백이 전개되지만, PBV는 보통 앞 유리가 수직에 가깝게 서 있어 유리를 지지대로 삼아서 전개할 수 없다. 따라서 에어백이 위보다는 앞으로 전개되도록 설계돼 셀프 스탠딩 에어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모터쇼에 선보였던 후방 에어백은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후방 에어백은 차체 뒤 범퍼에 내장되었다가 후방 추돌이 예상될 때 자동으로 전개되는 에어백이다. 뒤에서 다가오는 차의 속도가 높으면 상해를 완벽히 막을 수 없지만, 에어백이 없는 경우보다 인체의 상해를 줄여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었다. 이에 대해 현대모비스 연구원은 “상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개발이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