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KG모빌리티(이하 KGM)로 사명을 변경한 지 1년 6개월여가 지났다. KGM은 출범 이후 여러 종의 신차를 내놨는데, 기존 모델의 파생 차종이 아닌 순수한 신차는 최근 내놓은 액티언이 최초다.
물론 액티언 역시 토레스를 바탕으로 나온 차이지만, 앞서 나온 토레스 EVX나 토레스 밴, 렉스턴 스포츠&쿨맨처럼 기존 차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게 차이점이다.
액티언이라는 이름은 낯설지 않다. 과거 쌍용차 시절에 나온 쿠페형 SUV의 이름이다. 그러나 앞서 나온 차는 프레임 보디 구조에 차체도 높았고, 이번 액티언은 모노코크(일체형) 보디에 도심형 SUV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콘셉트가 너무 다른 두 차에 같은 이름을 붙인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액티언의 차체 크기는 4740㎜, 너비 1910㎜, 높이 1680㎜, 휠베이스 2680㎜다. 액티언은 토레스보다 35㎜ 길고 20㎜ 넓고 40㎜ 낮다. 휠베이스는 액티언과 토레스가 똑같다.
KGM이 분류한 바에 따르면, 토레스는 아웃도어&러지드(터프한) 스타일이다. 이에 비해 액티언은 어반&슬릭(매끈한) 스타일이다. 같은 플랫폼을 쓰면서도 두 차의 성격이 정반대다. 경쟁차인 현대 싼타페와 투싼, 기아 쏘렌토와 스포티지는 토레스와 액티언의 중간 성격으로 KGM은 분류했다. 차 크기 또한 스포티지와 쏘렌토의 중간 수준이다.
토레스와 비교해보면 측면 스타일에서 가장 차이가 크다. 다만 KGM이 '쿠페'로 분류한 것과 달리, 일반적인 쿠페 스타일 SUV보다 뒷유리가 덜 눕혀져 있다. 이에 대해 KGM 이강 디자인실장은 “지금 나와 있는 쿠페형 SUV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는 소비자들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실용성을 강조한 새로운 쿠페형 SUV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두꺼운 C필러가 시야를 방해하는 건 거슬린다.
실내는 토레스와 기본적으로 같다. 액티언은 여기에 크리스털 토글 타입 변속 레버를 적용했고, 스티어링 휠 양쪽에 원형 버튼을 두 개 마련했다. 이 버튼은 왼쪽이 단축 버튼, 오른쪽이 오토 홀드 기능을 담당한다. 이 단축 버튼으로 드라이브 모드를 비롯해 앰비언트 라이트 설정, 테일게이트 여닫기, 미디어 등 다양한 기능을 한 번에 조작할 수 있다. 여러 기능을 단축 버튼으로 조작하는 건 괜찮지만, 오토 홀드 버튼을 굳이 스티어링 휠 옆에 달 필요가 있을까. 다른 차종에서도 오토 홀드 버튼이 스티어링 휠에 달린 건 보지 못했다. 따라서 왼쪽 버튼은 다기능 버튼으로, 오른쪽 버튼은 드라이브 모드로 바꾸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파워트레인은 1.5ℓ 가솔린 터보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연결했고, 최고출력은 170마력이고 최대토크는 28.6㎏·m다. 비슷한 급의 기아 스포티지는 1.6ℓ 가솔린 터보 엔진에 7단 DCT를 조합해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27.0㎏·m를 낸다.
숫자만 보면 액티언이 많이 밀릴 것 같지만, 액티언은 초반 가속력을 살려놔서 그다지 갑갑하지 않다. 이런 가속력은 대략 시속 100㎞까지 계속 이어진다. 그러나 그 이상의 가속에서는 약간 주춤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무래도 배기량의 한계는 극복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대신 이 차는 '액티브 배기 사운드'라는 재밌는 옵션을 마련했다. 보통 이런 가상 사운드는 가짜로 만든 느낌이 팍팍 나는데, 액티언은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우르릉' 거리는 소리가 제대로 난다. 특히 실내뿐 아니라 차 밖에서도 이 우렁찬 소리가 들리는 게 재밌다. 시승회에 참석한 어느 기자는 “V8 감성 같다”고 할 정도. 옵션 가격은 140만원인데, 엔진 사운드를 즐기는 이라면 선택할 만한 옵션이다.
승차감은 여러 시각이 존재한다. 시승회에 참석한 일부 기자들은 승차감이 너무 단단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기본적인 승차감은 말랑말랑하다. 정차한 상황에서 차 윗부분을 잡고 흔들어보면 좌우로 크게 흔들리는 게 그 증거다.
다만 245/45 R20 사이즈의 휠과 타이어가 간혹 단단한 승차감을 전하는 것으로 보인다. 편평률이 낮으면 노면 충격을 흡수할 여유가 적어서 아무래도 승차감이 단단해질 수밖에 없다. 스포티지는 17, 18, 19인치의 세 가지 휠을 갖추고 있어서 취향대로 고를 수 있는데, 액티언은 20인치 한 가지밖에 없다는 게 아쉽다. 토레스와 차별화하려다 보니 그런 것 같은데, 18인치나 19인치 휠도 선택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
타이어는 쌍용차 시절을 포함해 최초로 외산 제품인 미쉐린 프라이머시 투어 올시즌을 적용했다. 내부에 흡음재를 장착해 실내로 들어오는 노면 소음을 줄여주는 제품으로, 시승 중에도 상당한 정숙성을 보여줬다.
인증 연비는 2WD 기준으로 도심 10.0㎞/ℓ, 고속도로 12.5㎞/ℓ다. 4WD 모델은 각각 9.1, 11.5㎞/ℓ로 달라진다. 짧은 거리를 단시간에 오가는 시승회에서는 체크하는 의미가 없어서 들여다보지 않았다. 나중에 시승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그때 체크해볼 생각이다.
차 가격은 3395만~3649만원이고, 최고급형에 풀옵션을 갖추면 4092만원이다. 기아 스포티지는 시그니처 그래비티 트림에 풀옵션을 더하면 3664만원이다. 기아 쏘렌토의 가장 아랫급 트림인 1.6 프레스티지 트림에 풀옵션을 갖출 경우 4669만원이 된다. 이처럼 가격 또한 액티언은 스포티지와 쏘렌토의 중간 수준이다.
액티언은 KGM의 판매와 수익을 늘려준다는 점에서 비중이 크다. 다만 KGM 라인업에서 엇비슷한 크기과 가격의 네 차종(티볼리, 코란도, 토레스, 액티언)이 있어서 라인업의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액티언이 가세한 이후 판매 실적을 보면, 티볼리와 코란도, 토레스가 모두 판매가 줄어서 신차 효과가 반감된 측면이 있다. 따라서 공장 가동 효율을 고려하더라도 1~2 차종은 정리하고 나머지 차종에 집중하는 게 나아 보인다. KGM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