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는 최근 몇 년간 익스페디션, 익스플로러, 브롱코 등 SUV를 주력 라인업으로 재편했다. 여기서 단연 눈에 띄는 모델은 브롱코다. 1966년 처음 등장해 1996년까지 생산되던 브롱코는 35년 만에 극적으로 부활했다. 그리고 데뷔 이듬해인 2022년에 한국에도 상륙했다.
브롱코는 터프한 오프로더를 원하는 이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으나, 초기 물량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계약자들의 속을 태웠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와 미국 본토의 인기가 맞물려서 한국 시장에 충분한 물량이 들어오지 않은 탓이다.
그래도 론칭 첫해에 819대, 2023년에는 522대가 팔렸으며 올해는 11월까지 612대가 판매되며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포드는 최근 기존 브롱코 2.7에 2.3을 추가해 선택 폭을 넓혔다. 트림은 기존 모델과 마찬가지로 아우터뱅크스 한 가지. 미국에서는 빅 밴드부터 블랙 다이아몬드, 헤리티지 에디션, 배드랜드, 에버글레이즈, 와일드트랙, 헤리티지 리미티드 에디션, 랩터까지 아주 다양한 모델이 출시된다.
브롱코 첫 출시 당시 포드코리아 노선희 전무는 “브롱코에는 다양한 트림이 있는데, 도심과 오프로드를 달리는 데 모두 어울리는 아우터뱅크스 트림이 가장 낫겠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차체 크기는 길이 4810㎜, 너비 1930㎜, 높이 1845㎜이고, 휠베이스는 2950㎜다. 지프 랭글러 4도어 루비콘과 비교하면, 너비는 브롱코가 35㎜ 넓지만 길이는 브롱코가 75㎜ 짧고, 높이는 브롱코가 5㎜ 낮다. 휠베이스는 브롱코가 60㎜ 짧다. 전반적으로 너비 빼면 브롱코의 크기가 조금씩 작다.
기존 브롱코가 V6 2.7ℓ 엔진으로 최고출력 314마력과 55㎏·m의 최대토크를 내는 데 비해, 직렬 4기통 2.3ℓ 엔진은 최고출력 279마력과 최대토크 44㎏·m를 보여준다. 배기량이 줄면서 공차중량도 2.7의 2295㎏보다 가벼운 2180㎏이 됐다. 변속기는 두 차 모두 자동 10단을 사용한다.
기존 2.7 모델보다 출력은 조금 낮아졌으나 공차중량이 줄어든 만큼, 브롱코의 야생마 기질은 그대로다. 10단으로 촘촘히 짜인 자동변속기는 차를 매끄럽게 이끌고, 씩씩한 배기음이 스포티한 주행을 거든다.
다만 2.7 모델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초반 가속이 살짝 아쉽다. 특히 2단에서 3단 구간으로 넘어갈 때 2.7 모델보다 가속력이 살짝 떨어진다. 대신 복합 인증 연비는 2.7이 8.2㎞/ℓ인데, 2.3 모델은 8.4㎞/ℓ로 조금 더 낫다.
브롱코는 여러 면에서 지프 랭글러, 랜드로버 디펜더와 비교된다. 매끈하게 생긴 도심형 SUV들이 많아지는 추세에서 이 세 차종은 유구한 역사에 뛰어난 오프로딩 성능을 갖춘 차라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강력한 디퍼렌셜 록 설정 기능은 이들을 비교하는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다만 디펜더는 가격에서 나머지 두 차와 격차가 크기 때문에, 브롱코의 직접적인 경쟁상대는 지프 랭글러다. 랭글러는 과거 2.8 디젤이나 3.6 가솔린 엔진을 쓰다가 현재의 모델로 넘어오면서 2.0 가솔린 터보를 정착시켜 다운사이징을 먼저 시도한 바 있다. 현재 출시되는 차는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m으로, 브롱코 2.3보다는 출력이 7마력 낮고 토크는 3.2㎏·m 낮다. 마력당 중량비(1마력이 담당하는 중량(㎏))는 브롱코가 7.81, 랭글러가 7.42~8.02다.
브롱코는 온로드만 달리기에는 아까운 차다. 1966년 첫 출시 당시 수석 엔지니어 도널드 프레이(Donald Frey)가 브롱코에 붙여준 별명에서 유래한 G.O.A.T. 모드(G.O.A.T. Modes™, Goes Over Any Type of Terrain) 지형 관리 시스템과 6가지 주행 모드(노멀, 에코, 스포츠, 미끄럼길, 모랫길, 진흙/비포장길), 트레일 턴 어시스트, 트레일 원 페달 드라이브 등이 2.7 모델과 마찬가지로 갖춰져 다양한 지형에서 마음 놓고 달릴 수 있다. 이 기능들은 브롱코 첫 출시 때 경기도 안성에 마련된 오프로드 코스에서 실컷 테스트하고 엄지를 치켜세운 바 있다.
트레일 턴 어시스트는 주행 중 뒤 한쪽 바퀴를 잠가 회전반경을 줄이는 기능이고, 트레일 원 페달 드라이브는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 없이 가속 페달로만 주행속도를 제한할 수 있는 기능이다. 두 기능 모두 오프로드에서 더없이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오프로드 기능 중 라이벌인 랭글러는 2WD, 4L, 4H 전환을 기계식 레버로 바꾸는 데 비해 브롱코는 전자식 버튼을 사용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또한 브롱코의 주행 모드가 훨씬 다양하다. 랭글러는 원초적인 감각과 마초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레버식을 고집하지만, 브롱코는 최신 추세를 적용해 전자식으로 컨트롤하도록 했다는 차이점도 있다. 이는 어떤 게 더 낫다고 결론 내리기보다는 본인의 취향을 고려해 선택하면 된다.
브롱코 2.3 모델의 가격은 7400만원으로, 8160만원인 2.7 모델보다 760만원 낮다. 또한 비슷한 급의 지프 랭글러 사하라(7890만원), 루비콘(8040만원)보다도 낮아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평소 비포장도로 주행이나 오지 캠핑을 즐기는 이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한 차다. 앞서 언급한 대로 미국에서는 다양한 트림이 나오고 있으므로, 한국에서도 선택 폭이 넓어지길 기대한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