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플로러는 1990년 데뷔해 1996년에 한국에 상륙한 '고참급 수입 SUV'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집계 기준으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연속 수입 SUV 판매 1위 자리를 수성한 바 있는 포드의 대표 SUV이기도 하다. 현재도 대형급 익스페디션, 오프로드용 브롱코 사이에서 포드 코리아의 SUV 라인을 이끌고 있다. 특히 2019년 말 데뷔한 6세대 모델은 아시아에서 한국에 가장 먼저 선보이며 그 중요성을 입증했다.
최근 익스플로러는 부분 변경을 거치며 새롭게 진화했다. 기존 차체를 대부분 활용하면서 앞모습과 뒷모습을 조금 바꾸는 한편, 대시보드를 확 바꿔서 완전히 새로운 느낌을 준다. 부분 변경치고는 변화 폭이 큰 편이다.
뒤로 심하게 누워 있던 헤드램프는 각도를 조금 세웠고, 라디에이터 그릴은 폭을 넓혔다. 이렇게 해서 각도에 따라 좁아 보일 수 있는 앞모습이 더욱 당당한 얼굴로 변신했다. 뒤쪽은 리프트 게이트를 가로지르는 LED 램프로 멋을 부렸다.
ST-라인과 플래티넘 등 두 종류로 나오는 트림은 외관과 실내에서 약간 차이가 있다. ST-라인은 블랙 컬러의 벌집 구조 그릴에 21인치 휠, 독립형 2열 시트의 6인승 구조, 퍼포먼스 브레이크, 패브릭 마감재가 특징. 플래티넘은 모하비 더스크 색상의 가죽 마감재에 1열 통풍 시트, 2열 벤치 시트 구조의 7인승, 20인치 휠 등이 특징이다.
실내에서는 대시보드와 디스플레이의 변화가 크다. 구형은 8인치 가로형 디스플레이만 한국에 선보였고, 미국에서 판매되는 10.1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는 아예 들어오지 않았다. 부분 변경 모델은 가로 폭을 넓힌 13.2인치 디스플레이로 시인성이 확 좋아졌다. 그러면서 센터페시아 아래쪽에 두었던 휴대전화 무선 충전장치는 디스플레이 바로 아래에 수납하도록 했다.
대시보드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스피커는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사운드 바로 단순화했다. 전체 스피커 개수는 ST-라인이 10개, 플래티넘은 14개로 실내에 고루 배치된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아래쪽으로 일곱 가지의 은은한 앰비언트 라이팅을 설정할 수도 있다.
익스플로러는 기본 트렁크 용량이 515ℓ에 이르기 때문에 3열까지 탑승해도 대형 캐리어 몇 개를 거뜬히 실을 수 있다. 3열 시트를 접으면 1356ℓ까지 늘어나니 다섯 명이 타도 일반 승용차의 두 배 수준의 화물 적재가 가능하다. 골프나 캠핑을 즐기는 이들에게 환영받을 장점이다.
파워트레인은 직렬 4기통 2.3ℓ 가솔린 터보 한 가지만 사용한다. 최고출력은 304마력, 최대토크는 42.9㎏·m이고 10단 자동변속기와 조합했다. 이 엔진은 높은 완성도 덕에 브롱코와 레인저, 머스탱에도 폭넓게 사용된다.
이번 모델 변경에서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은 사라졌다. 이에 대해 포드 관계자는 “PHEV 모델은 가격이 조금 높은데, 소비자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면이 있다”라면서 “포드 라인업에서는 없어지지만, 링컨 모델에는 계속 적용한다”라고 설명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아쉽다. 익스플로러 PHEV는 주행 감성과 파워, 연비 면에서 내연기관 모델보다 훨씬 우수한 면모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물론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그 값어치는 충분히 한다고 봐서 더욱 아쉬움이 느껴진다.
힘이 다소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브롱코에서 맛봤던 느낌과 다른 건 기분 탓이 아니라 셋업의 차이로 보인다. 저속부터 힘차게 치고 나가 고속까지 쭉 뻗는 가속감이 기가 막힌다. 그 과정에서 들리는 우렁찬 배기음은 귀를 즐겁게 만든다.
주행모드는 노멀(Normal), 스포츠(Sport), 트레일(Trail), 미끄러운 길(Slippery), 에코(Eco), 깊은 눈/모래(Deep Snow/Sand), 견인/끌기(Tow/Haul) 등 7가지. 온로드에서 에코와 노멀, 스포츠의 차이는 뚜렷하다. 견인/끌기 모드로는 최대 2.2t를 견인할 수 있어 트레일러뿐 아니라 요트를 끌고 가는 것도 가능하다.
후륜 기반 사륜구동 플랫폼과 적당히 탄탄하고 적당히 안락한 서스펜션 셋업도 여전하다. 시승차의 타이어는 피렐리 제품이고 255/55 R20 사이즈다. 4년 전 타본 시승차에는 미쉐린 프라이머시 올시즌이 장착됐는데, 이번 시승회에 나온 다른 차에는 미쉐린 제품이 장착된 모습도 보였다.
인증 연비는 도심 7.6㎞/ℓ, 고속도로 10.4㎞/ℓ, 복합 8.7㎞/ℓ다. 구형 익스플로러의 도심 8.1㎞/ℓ, 고속도로 10.2㎞/ℓ, 복합 8.9㎞/ℓ와 비교해 도심 연비는 낮아졌으나 고속도로 연비는 좋아졌다.
구형 익스플로러 2.3 모델의 가격은 6080만원부터였는데, 신형은 ST-라인 6290만원, 플래티넘 6900만원이다. 달러의 강세로 인해 대부분 수입차의 가격이 오른 흐름을 익스플로러도 피해 가진 못했지만, 그래도 적게 올랐다.
경쟁 모델로 꼽히는 쉐보레 트래버스는 5640만~6075만원인데, 곧 다운사이징된 새 모델로 풀 체인지될 예정이다. 콜로라도도 다운사이징하면서 가격을 크게 올린 만큼, 신형 트래버스의 가격 책정은 익스플로러의 판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가격대에서 이 정도로 믿음직한 중형 SUV는 여전히 찾기 힘들다는 점은 익스플로러의 매력. 수입 SUV를 찾는 이라면 한번 눈여겨볼 만한 차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