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신재생 수소와 e-퓨얼 연료 보급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한국수입차협회가 주최한 2024 자동차 정책 세미나에서 카이스트(KAIST) 배충식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한국 정부는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0% 감축하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으며, 이를 위해 2023년 3월에 수정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발표했다. 여기서 수소 및 e-퓨얼(Fuel)은 에너지 운반체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e-퓨얼은 수소와 이산화탄소의 반응 과정을 통해 생성되며, LCA(Life Cycle Assessment, 전 과정 평가) 탄소 중립(Net-Zero) 달성이 가능한 연료로 평가받는다.
배 교수는 “수송 분야에서 탄소 중립을 위해 수소와 e-연료 활용이 중요하다”라면서 “Renewable Energy(재생 에너지)를 기반으로 생산된 신재생 수소 및 e-퓨얼의 활용은 높은 에너지 밀도를 필요한 장거리의 유상, 해상, 항공수송 분야에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배 교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에너지 믹스의 80%를 화석연료(원유 29%, 석탄 26%, 천연가스 23%)가 차지하며, 그 외에는 바이오 10%, 핵 5%, 수력 2%, 태양·풍력이 2%를 차지한다. 2030년 이후에는 수소와 수소 기반 연료가 상당히 중요한 최종 에너지가 되며, 2050년에는 전체 에너지 소비의 10%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세계 각국의 수송 분야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미국이 29%, EU 20%, 일본 17%, 한국 15% 수준이다. 탄소 중립 도달 목표 연도는 핀란드가 2045년, 한국, 미국 등 120여 국가가 2050년, 중국과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2060년, 인도가 2070년이다.
전 세계의 수송 분야 평균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16.2%이고, 도로가 12%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니까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가장 많은 나라인 미국이 24%로 나머지 요인이 훨씬 많고, 대부분 나라도 5분의 1 수준이다. 현재 운행되는 차를 모두 전기차나 수소차로 바꿔도 오염원 제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특히 높은 에너지 밀도가 요구되어 배터리로 대체할 수 없는 수송 부문(항공기, 선박) 및 잔류 내연기관 사용 차량(상용차, 군용차 등)에는 고밀도의 e-퓨얼로 재생 에너지를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는 게 배 교수의 주장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탄소 포집, 활용, 저장)와 수소, 수소 기반 합성 연료(e-퓨얼)가 필요로 하게 된다.
배충식 교수는 “국내의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신재생 에너지로 감당하지 못할 경우, 저렴하고 풍부한 고에너지 밀도 액체 합성 연료(메탄올, 암모니아 등 4~9kWh/ℓ)를 수입하면 에너지 수요를 다양하게 만족시킬 수 있다”라면서 “에너지 공급 다변화 차원에서 에너지 안보 해법으로서 의미가 크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세계적인 청정 전기 생산 불균형을 무역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저장과 이동 수단으로서의 e-퓨얼은 경제적인 방법이라는 게 배 교수의 주장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50년 탄소 중립 시나리오는 수송 분야에서 전기 및 재생 합성 연료(e-Fuel), 바이오 에너지 기반 연료가 균형을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사용 연료 비율은 전기(BEV+PHEV) 45%, 수소 기반 재생 합성 연료(e-Fuel) 28%, 바이오 에너지 16%, 석유 10%로 예상된다. 따라서 IEA는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원료 및 에너지 국제 교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전기 및 배터리 부분의 원료 공급 부족과 편중 및 공급망 불안정성을 경고하며 배터리 원료 재순환과 및 국제 공급망 확충, CCUS와 e-퓨얼 투자를 권고한다.
배 교수는 “2022년에 1%에 불과한 바이오연료와 수소, 수소 기반 연료가 2030년에는 15%, 2050년에는 80%까지 증가할 것으로 본다”라면서 “메탄올과 암모니아가 수소 기반 합성 연료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탄올 내연기관은 메탄올 연료로 내연기관을 발전시키고, 전기 모터로 차를 구동하는 방식이다.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면 20:1의 초 고압축비를 이룰 수 있어 효율이 높다.
현재 시판 중인 수소 연료전지차(FCEV) 외에도 수소 내연기관 자동차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소 내연기관은 수소 누출, 부식, 질소산화물(NOx) 배출이 단점이지만, FCEV보다 출력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는 아람코, 보쉬와 협업해 중형 SUV용 하이브리드 수소 내연기관을 개발하고 있다. 이 내연기관은 직렬 4기통 1.6ℓ에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27.0㎏·m이며,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연속 가변 밸브 듀레이션(CVVD; Continuously Variable Valve Duration) 기술도 적용했다. 여기에 희박 연소 구현을 위해 수소 인젝터, 2단 과급기, 저온 점화 플러그를 적용하고 인젝터 포켓 및 흡기 포트를 개조했다. 또한 실린더 밸브 타이밍과 과급기 유량, 분사 시기 및 압력 등의 최적화를 통해 하이브리드 운전 영역에서 0.2g/kWh 미만의 질소산화물 배출과 최대 40% 제동 열효율을 달성했다.
한편 “2018년 발표에서 2030년에도 내연기관은 80% 이상이 주 동력원으로 남을 것이라 했다. 지금 생각의 변화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배 교수는 “획기적인 변화가 없으면 2030년에도 내연기관이 80% 차지할 것”이라면서 “석유 수요의 피크가 2030년으로 예측되지만, 더 지속될 거라는 예상도 있다. 따라서 탄소 중립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을 3배 이상 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탄소 중립은 가용할 수 있는 세제 혜택을 다 동원해야 가능하다고 본다. 그래서 당분간은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답이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배 교수는 이어 “중국의 경우 작년에 3100만 대가 팔렸는데, 그 가운데 2000만 대는 내연기관이고 나머지가 전기차”라며 “BYD도 당분간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비즈니스 모델로 갈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엔진 개발자를 계속 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전동화는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모두 신재생 에너지로 가기 전에는 에너지를 적게 쓰는 게 중요하고, e-퓨얼도 보급 초창기에는 기존 연료와 섞어 써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e-퓨얼 상용화 예측 시기에 대해 배 교수는 “2050년에 독일과 일본이 e-퓨얼 목표로 한 가격이 현재의 세금 제외 연료 가격”이라면서 “예를 들어 지금 휘발유 가격이 세금 포함 1500원이면, 2050년 e-퓨얼 목표 가격은 세금 포함 전 기준으로 1500원 수준이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 보급 목표를 2040년에서 2035년으로 당겼는데, e-퓨얼을 보급하려면 전기차 수준으로 지원금이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