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수첩] '인증샷' 경연장으로 전락한 람보르기니 신차발표회](http://img.etnews.com/news/article/2025/03/07/news-p.v1.20250307.fead3b8c58aa4258966e0a726484c545_P1.jpg)
완성차업체는 신차를 먹고 산다. '신차 효과'는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므로 지속해서 신차를 꾸준히 내놓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공들여 만든 신차를 외부에 가장 먼저 선보이는 게 '신차발표회'다. 일반적으로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신차발표회는 신차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소개되고, 기자들이 이에 대해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행사를 인증샷 날리는 행사장으로 전락시킨 브랜드가. 있다. 람보르기니가 그 장본인이다.
지난 6일 서울 성동구 파이팩토리에서 열린 람보르기니 테메라리오 신차발표회 행사에는 기자들 외에도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참석했다. 이들을 보는 순간, 지난해 7월 열렸던 우루스 SE 발표회가 떠올랐다. 당시에도 엄청난 인플루언서들이 왔는데, 이들과 섞여서 딱 한 대 놓인 신차를 치열하게 살펴봤던 '악몽' 같은 순간이 생생하다.
기자들의 이런 느낌을 담은 기사도 있어 참고할 만하다. 2020년 2월 23일자 미디어오늘 기사에서 IT매체의 한 기자는 “유튜버들이 간담회 현장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방해가 됐는지 기자들이 홍보팀에 항의한 걸로 안다. 이후에는 그렇게 초청하지 않더라”라고 말한 바 있다. 또 그는 “전자제품 신제품은 기자들 대상 시연 행사를 하지 않고 인플루언서만 대상으로 하는 행사를 별도로 연 적도 있다”라고도 했다.
제품 홍보에서 인플루언서와 유튜버의 비중이 커진 건 사실이다. 그만큼 그들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자들이 하는 일과 그들이 하는 일은 엄연히 다르다. 기자들은 신제품 발표회에 나온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할 기사를 현장에서 작성하는 데 비해, 인플루언서나 유튜버들은 방금 본 신차에 대해 엄청나게 잘 아는 것처럼 카메라 앞에서 말한다. 이런 행동이 기자들의 기사 작성에 방해가 됨은 물론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장소에 오는 인플루언서들은 신차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인증샷을 날리는 데 관심이 많다. 더군다나 람보르기니는 지난번 우루스 SE 발표회에 이어 이번에도 차를 덜렁 한 대만 전시했다. 그러다 보니 이 신차를 찍기 위해 움직이는 기자들과, 신차 앞에서 인증셧을 찍으려는 인플루언서들이 뒤섞여서 아수라장이 된다. 요란한 색깔의 머리색에 희한한 옷을 입은 인플루언서를 구경하라는 게 이 행사의 목적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그렇다면 방법은 뭘까. 앞서 다른 기자가 언급한 대로, 인플루언서나 유튜버들을 위한 행사는 기자단 대상 행사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하는 일이 다르고 관심사가 다른 이들을 한데 모아놓고 차 한 대를 구경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
기자들도 좀 더 냉철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런 아수라장을 만드는 과정을 철저히 비판하고 다시는 이런 행사를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