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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폭싹 반했수다” 렉서스 LX 700h

발행일 : 2025-04-08 01:01:50
[시승기] “폭싹 반했수다” 렉서스 LX 700h

렉서스는 1989년 출범한 토요타의 럭셔리 디비전이다. 한국에는 2001년 3월에 공식 진출했는데, 2000년 11월에 토요타 본사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해 렉서스 라인업을 시승한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렉서스가 한국에 선보인 모델은 기함인 LS를 비롯해 중형 세단 GS, 준중형 세단 IS 등이었다. 재밌는 사실은, 렉서스가 본토인 일본에 선보인 건 한국보다 늦은 2005년이었다는 것. 그만큼 렉서스는 일찌감치 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공을 들여왔다.

이번에 추가된 LX700h(이하 LX)는 토요타 랜드크루저를 모태로 태어난 렉서스의 최고급 SUV다. 2021년에 나온 4세대 모델의 부분 변경 모델로, 2024년 10월에 글로벌에 처음 출시됐다. 이름 뒤에 붙은 'h'라는 수식어에서 알 수 있듯이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이 차는 그동안 렉서스가 한국에 선보인 모델과 여러 면에서 결이 다르다. 그간 선보인 RX, UX, NX 등이 도심형 SUV 느낌을 진하게 풍겼다면, LX는 뼛속까지 오프로드에 진심인 SUV라고 할 수 있다. 그 진가를 확인하기 위해 강원도 인제로 달려갔다.

◆'2850'이란 숫자에 숨어 있는 '황금 비율'

[시승기] “폭싹 반했수다” 렉서스 LX 700h

LX의 차체 크기는 길이 5095㎜, 너비 1990㎜, 높이 1895(오버트레일 1885)㎜다. 보디 온 프레임 구조로 차체가 높은 편인데, 휠베이스는 상대적으로 짧은 2850㎜다. 이에 대해 렉서스 개발 담당자는 “오프로드에서의 접근각, 이탈각, 램프각 등을 고려할 때 최적의 사이즈”라고 강조한다. 이보다 휠베이스가 길어지면 험로를 주파하기 힘들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러한 이유로 렉서스는 LX 초창기 모델부터 휠베이스를 전혀 늘리지 않았다.

물론 설명을 들어도 곧바로 와닿지 않는다. 그러나 렉서스가 마련한 오프로드 코스에서 실제로 달려보면 수긍이 간다. 반드시 실제로 달려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코스는 '스몰 업 & 다운 힐'부터 시작한다. 아주 약한 경사로를 천천히 오르내리면서 차의 특성을 파악하는 일이다. 그다음은 도강성능이 700㎜에 달하는 LX의 진가를 확인하는 순서. 바퀴가 거의 잠길 정도의 물을 유유히 헤치면서 여유 있게 강을 건넌다.

[시승기] “폭싹 반했수다” 렉서스 LX 700h

경쟁사의 플래그십 SUV 중 벤츠 G클래스(내연기관)는 LX와 같은 700㎜, 벤츠 G580(EV)과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850㎜, 레인지로버와 디펜더는 900㎜의 도강성능을 갖추고 있다. LX는 이들보다 앞서진 않지만, 사실 이 정도면 일상생활에서 충분하다. 도강성능은 어떤 기자가 말하는 것처럼 '물에 갑자기 빠졌을 때'에 대비하는 성능이 아니다. 오프로드를 정복하기 위해 태어난 차이기 때문에 이러한 성능은 기본인 셈이다.

다음으로 만난 '록 크롤' 코스는 바윗길에서 크롤 모드를 이용해 안정적으로 주행하는 걸 체험하는 순서다. 이 모드에서는 가속 페달을 일일이 신경 쓰지 않아도 전기모터의 도움으로 천천히 차가 전진한다. 차알못도 차를 쉽게 다룰 수 있게 만든 셈이다.

이어서 만난 '사이드 힐'에서는 말 그대로 경사진 언덕에서 차의 안정적인 주행을 체험했다. 최대 안정 경사각은 무려 44도인데, 이날 주행에서는 안전을 위해 25~30도 정도로 진행됐다. 이 정도의 경사각도 실제로 달릴 때는 운전석 바로 옆에 노면이 보여서 금방이라도 옆으로 쓰러질 듯한 아찔한 느낌을 준다.

[시승기] “폭싹 반했수다” 렉서스 LX 700h

'업 & 다운힐'에서는 LX의 강력한 등판성능을 체험할 차례. 등판 각도가 무려 45도에 이르는 차를 꼭짓점에 세우는 것까지는 어렵지 않은데, 그다음이 문제다. 앞이 안 보이는 상태에서 내려가야 하기 때문. 이때는 보닛 아래를 보여주는 모니터에 의지해 방향을 조정한다. 주행안정장치 덕분에 내리막길 주행도 어렵지 않다.

이런 다양한 상황을 달릴 때는 멀티 터레인 셀렉트(MT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다. 자동으로 컨트롤 되는 오토 모드를 비롯해 모래, 진흙, 눈길, 바위 등 총 여섯 가지 모드가 마련돼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이 차가 오프로드에 진심이라는 또 하나의 증거는 프런트, 센터, 리어 등 세 가지 디퍼렌셜 록을 갖춘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기어 레버 옆에 가깝게 마련된 센터 디퍼렌셜 록으로 우선 앞뒤 구동력을 고정하고, 여기서 더 높은 주파 능력을 설정할 땐 대시보드 아래에 있는 리어 디퍼렌셜 록을 잠근다. 이것도 모자라면 프런트까지 잠가서 해결한다. 이렇게 세 종류의 디퍼렌셜 록을 갖춘 차는 랜드로버 디펜더, 지프 랭글러, 벤츠 G클래스,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렉서스'다운 온로드 주행 성능

[시승기] “폭싹 반했수다” 렉서스 LX 700h

온로드로 나서자 이 차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오프로드를 씩씩하게 정복하던 모습과 달리, 여느 렉서스 모델들처럼 부드럽고 조용한 감각이 온몸을 감싼다. 25년 전 렉서스를 처음 접했을 때의 그 감동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V6 3.5ℓ 가솔린 트윈 터보 엔진의 최고출력은 464마력에 엔진 최대토크 66.3㎏·m다. 경쟁 모델을 보면, 레인지로버 PHEV는 550마력, 레인지로버 P530은 530마력, 랜드로버 디펜더 130 P400은 400마력, 벤츠 G 450d 387마력 등이다. 출력만 보면 경쟁차들의 중간 정도다.

공차중량을 보면, LX는 2825~2840㎏이고 벤츠 G 450d는 2565㎏, 레인지로버 P530 SWB는 2775㎏, LWB는 2830㎏, 디펜더 130은 2605㎏로, 보디 온 프레임 구조의 LX와 G클래스가 크기 대비 무거운 편이다.

[시승기] “폭싹 반했수다” 렉서스 LX 700h

LX는 크고 무거워도 트윈 터보 엔진의 활발한 움직임 덕에 여유 있고 부드럽게 차체를 이끈다. 전형적인 렉서스 스타일의 드라이브다. 이중 접합 유리 덕에 실내도 아주 고요하다.

묵직한 무게 때문에 급가속 성능은 기대보다 낮다. 성인 남자 두 명을 태우고 D 드라이브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한 템포 늦게 반응하는 편이다. 대신 시프트 패들을 이용해 속도에 맞게 수동으로 변속하면 훨씬 스포티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속도를 즐기는 이라면 수동 변속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좋다.

인증 연비는 도심 7.7㎞/ℓ, 고속도로 8.5㎞/ℓ다. 그리 훌륭한 수치로 보이지는 않겠지만, 5.7ℓ의 큰 배기량 엔진을 얹었던 3세대 모델보다는 한결 좋아진 것이다. 이번 LX에 장착된 하이브리드는 토요타/렉서스가 자랑하는 직병렬식이 아니라 병렬식인 것도 주목할 점이다.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모터제너레이터/클러치를 통합해 연결한 구조다. 독립된 스타터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고장 나도 엔진 점화를 트랜스퍼 케이스와 능동형 차고 조절 서스펜션, 액티브 트랙션 컨트롤 등을 문제없이 가동하게 해준다. 에어 서스펜션 대신 유압식 서스펜션을 장착한 것도 전자 시스템이 고장 났을 때도 험로를 탈출하기 위한 선택이다.

[시승기] “폭싹 반했수다” 렉서스 LX 700h

LX는 모두 세 가지 트림으로 한국에 선보인다. 뒷좌석이 중시된 VIP 트림은 1억9457만원, 럭셔리 트림은 1억6797만원, 오버트레일 트림은 1억6587만원이다. 플래그십 SUV답게 가격대가 꽤 높은데, 앞서 내놓은 럭셔리 미니밴 LM이 2억에 가까운 가격에도 꽤 많이 팔린 걸 보면 전망은 밝은 편이다. 특히 초호화 SUV 롤스로이스 컬리넌(5억7700만원)이나 벤틀리 벤테이가 EWB(3억3500만~3억9390만원)에 비하면 LX는 저렴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다.

수많은 SUV가 강력한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자랑하지만, 실제로 이 차들을 가진 이들이 오프로드를 달리는 경우는 드물다. 비싼 가격의 차를 함부로 다루기 주저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LX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이러한 부담을 떨칠 수 있다.

LX의 개발 모토는 '어떤 길에서도 편안하고 고급스럽게(Effortless and Refined on Any Road)'다. 또한 '어디든 갈 수 있고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는 전동화 모델'을 만들기 위해 힘쓴 모델이다. 1박 2일 시승회 동안 이러한 구호가 허투루 들리지 않게 느껴졌다. 한국토요타가 LX의 흥행을 잘 이끌어 또 다른 매력적인 SUV인 토요타 랜드크루저와 픽업트럭인 툰드라, 타코마까지 수입하길 기대해본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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