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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 로그인한 닛산의 악동, 로그

발행일 : 2008-11-20 18:08:14

인피니티의 뒤를 이어 한국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닛산 브랜드의 첫 모델은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CUV)인 무라노와 로그. 이중 크기가 컴팩트한 로그는 젊은 층에 어울리는 스포티하면서도 캐주얼한 감각을 갖고 있는 한편으로 여성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늘씬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와 다루기 쉬운 운동성능을 겸비해 기존의 CUV에 만족하지 못했던 소비자들에게 좋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글 : 민병권 (www.rpm9.com 에디터)사진 / 박기돈 (www.rpm9.com 편집장)

차 이름부터 짚고 넘어가자. 로그의 철자는 ‘Rogue’로, 통나무(log)나 수학의 로그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사전적으로는 ‘악당’, ‘사기꾼’, ‘장난꾸러기’, ‘방랑자’ 등의 뜻이 있는데, 우리나라(한국 닛산)에서는 ‘귀여운 악동’의 이미지로 끌고 갈 모양이다. 원래 닛산은 이 차의 `독립 정신`을 반영하기 위해 이 이름을 선택했다고 했다. `로그`는 영화 `엑스맨`시리즈의 초능력 여성캐릭터 이름이기도 한데, ‘초능력 여성’과 로그의 관계는 미국 드라마 시리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련의 초능력자들이 핵폭발과 치명적인 바이러스 등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의 미드 ‘히어로즈’를 보면, 주인공 중 한명인 여고생(신체복원능력을 가진)이 부모로부터 로그를 선물 받고 기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차는 금새 도둑맞지만 ‘우연히도’ 다른 등장인물들의 손에 들어가게 돼 이후로도 화면에 비중있게 노출된다. 우리나라처럼 엠블럼 위에 테이프를 붙여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 아니라 대놓고 닛산이 협찬했음을 드러내는데, 하기야 우리로서는 교통편이 마땅치 않다고 고등학생에게 차를 사주는 것부터가 먼 나라의 얘기일 수밖에 없겠다.

로그는 그 먼 나라의 젊은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차다. 일본 닛산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하지만 일본 내수시장에서는 팔지 않는다. 미국과 일본에서 함께 팔고 있는 무라노와는 다르다. 무라노 동생뻘의 소형 CUV로 만들어진 로그를 통해 닛산은 북미시장의 이러한 차급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다. 처음 공개된 것은 2007년 초 디트로이트 모터쇼. 미국에서 출시된 것은 그 해 가을부터다. 미국에 처음 소개될 당시 닛산이 제시한 로그의 주요 고객은 30대 초반의 젊은 소비층이다. 출근 길에 아이들을 학교에 내려주고 나면 창문을 내리고 오디오 볼륨을 키운 뒤 회사까지의 운전을 즐길만한 이들. 차에는 서류가방 외에도 주말에 레저생활을 즐기기 위해 미리 챙겨둔 장비들이 실려 있을 수 있다. 로그는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 스포티한 스타일과 강한 엔진, 전천후 주행성능, 뛰어난 핸들링, 운전자 중심의 실내공간, 그리고 일상적인 실용성을 한데 담았다.

토대로 삼은 것은 르노-닛산의 글로벌 C 플랫폼으로, 닛산 센트라 등 승용차에도 쓰였지만 그보다는 닛산의 X-트레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플랫폼에서는 닛산 카슈카이와 르노 꼴레오스 역시 파생되었기 때문에, 이 급의 르노-닛산 CUV들만 모아서 시장 별로 분류해봐도 재미있는 그림이 나온다. 카슈카이는 일본에 ‘듀얼리스’라는 이름으로 역수입되기도 하지만 주력시장은 유럽이고, 르노삼성에서 수출하는 꼴레오스(QM5)보다는 아래 급에 놓인다. X-트레일과 카슈카이는 유럽과 일본에서 파는 대신 미국에서는 안 팔고, 로그는 미국에서 파는 대신 유럽과 일본에서 팔지 않는다. 닛산에서 만드는 차만 떼놓고 보자면 로그가 미국용, 카슈카이가 유럽용 CUV이고 X-트레일은 박스형 SUV스타일이라 성격이 조금 다르달 수 있다. 플랫폼만 같았지 생긴 것은 죄다 딴판이다. 로그의 실내 외는 미국시장용 닛산 차들과 패밀리룩을 이뤄 기본적으로 스포티한데, 특히 CUV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날렵한 옆선이 자랑이다. 뒷모습은 관심 갖지 않고 보면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신형 무라노를 빼다 박았고, 신형 무라노가 볼륨감을 강조한 탓에 로그의 옆모습은 오히려 초대 무라노를 연상시킨다. ‘4WD 프리미엄’에 적용되는 루프레일이 빠지면 그 늘씬함은 더욱 강조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패밀리 중 제일 작은 카슈카이의 외관이 가장 마음에 들지만, 언뜻언뜻 쿠페를 연상시킬 정도로 예쁘게 빠진 로그의 후측면도 많은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에 비하면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얌전해 보이는 앞모습은 다소 아쉽다. 무라노만큼은 아니더라도 맥시마나 370Z처럼 강하게 키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후드에 조각칼로 판듯한 두 줄의 캐릭터라인은 구형 350Z를 연상시키는 부분이라 실내 디자인과도 연관성을 갖는다. 전체적인 인상은 무겁고 튼튼한 쪽보다 가볍고 날렵한 쪽이고, 남성적이라기 보다는 여성적인 느낌이다. 여담이지만 베라크루즈나 싼타페의 디자인을 생각해본다면 투싼의 후속모델이 로그와 비슷한 윤곽으로 나온다고 해도 전혀 놀랍지 않을 것 같다. 로그의 휠베이스는 2,690mm, 차체길이는 4,660mm로, 유럽에서 팔리는 카슈카이보다는 훨씬(?) 크고 QM5에 비하면 길고 낮다. (휠베이스는 QM5와 같다.) 같은 플랫폼이더라도 카슈카이는 투싼보다 작은 반면 로그는 차라리 싼타페 쪽에 가까운 사이즈다. 다만 상대적으로 차폭은 좁은 편. 동급 최장의 차체 길이 덕분에 뒷좌석 활용도가 높고 실내공간 길이가 길다는 것이 미국 데뷔 당시의 주장이었는데, 실내 체적자체가 무라노보다 크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다.

앞좌석에 앉아보면 모양이 전혀 다른데도 QM5와 연관된 느낌을 받게 된다. 바닥이 낮고 폭에 비해 실내가 높은 것이라든지, 세로로 긴 도어 손잡이가 한몫을 하는 듯 하다. 디자인은 완전히 닛산 고유의 것으로, 특히 경쟁 모델들 대비 젊고 스포티한 감각으로 차별화 되어있다. 원형 송풍구나 세 개의 다이얼로 구성된 공조장치 조작부, 모서리에 각을 준 도어 손잡이와 변속레버 등에서는 한때 그림의 떡 인줄로만 알았던 스포츠카 350Z의 냄새도 맡을 수 있다. 요즘에는 너도 나도 내세우는 실린더 형 계기판이지만 톱니바퀴 형상으로 모양을 낸 은색테두리를 두른 것에서 한 차원 높은 디자인 감각이 드러난다. 톱니 문양을 양 실린더 사이에 있는 동그란 액정화면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또 어떻고? 다만 조명 밝기를 조절하거나 트립컴퓨터를 조작하려면 불편한 자세로 계기판 사이의 막대기를 만져야 하는 것이 흠이다. 조명조절 막대기는 좌우로 돌리는 방식인데 트립컴퓨터처럼 누르는 방식인줄 알고 한참을 씨름했다. 계기판 등 실내조명은 오렌지 색을 사용하고 있다.

실내 각 요소의 질감이나 조작감은 대체로 세련된 느낌이다. 차급이 있으니 고급스러운 소재를 많이 쓰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디자인 센스를 십분 발휘해 적재적소에 잘 배치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헤드콘솔을 비롯한 몇몇 부분에서는 인피니티를 타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고, 어떤 부분에서는 르노삼성차의 모습이 보여 재미있다. 저단과 고단에 상관없이 작동 중이라고만 알려주는 열선시트 스위치의 조명이나, 불편한 곳에 위치한 사이드미러 조작버튼에서는 가문의 고집이 느껴지기도 한다. 시승차가 4륜구동 모델임을 알려주는 유일한 단서인 AWD LOCK버튼도 사이드미러 조작부 밑에 숨어있는데, 위쪽에서 살짝 조명을 비춰주긴 하지만 이래저래 접근성은 떨어진다. 물론 나란히 배치된 VDC OFF 버튼과 함께 사용빈도는 높지 않으니 크게 아쉬운 부분은 아니다. 로그가 자랑하는 것 중의 하나는 의외로, 잘 짜여진 실내 수납공간. , 글로브박스와 센터콘솔이 놀랍긴 놀랍다. 글로브박스 용량은 16L인데, 이렇게 말하면 잘 와 닿지 않지만 0.5리터 물병 9개나 350mL 음료수캔 15개가 들어갈 정도라고 한다. 일단 무릎아래까지 열리는 커다란 뚜껑에 놀라고, 다음으로는 요목조목한 파티션, 쑥 들어간 안쪽 벽의 깊숙함에 거듭 놀란다. 공간의 여유를 수납 가능한 CD(케이스)개수로 표현하고 있는 것도 재미있는데, 그만큼 실제 수납할 물건의 크기를 고려해 각 요소를 설계했다는 얘기다. 글로브 박스에는 34개, 도어 포켓에는 8개가 들어가고, 센터콘솔박스에도 엄청나게 들어간다.

센터콘솔박스는 족동식인 주차브레이크 덕분에 벌게 된 잉여공간을 남김없이 활용하고 있다. 용량이 6.5리터나 되고 뚜껑 안쪽에도 필기구와 카드홀더를 내장하고 있고, 그보다는 바구니처럼 꺼낼 수 있는 착탈식 박스를 배치해 2층 구조를 만들어 둔 점이 더 흥미롭다. 박스 아래쪽의 ‘지하층’도 꽤 깊기 때문에 그럴싸한 비밀 수납공간을 가진 셈이 된다. 길이 15cm, 높이 7.5cm짜리 캠코더를 안쪽바닥에 넣고도 그 위로 감쪽같이 박스를 올려놓고 뚜껑을 덮을 수 있었으니 나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쓰레기들을 잘 모아놓고 덮어 버린다던가… 재떨이와 시가라이터가 없는 대신 센터페시아 하단과 콘솔박스 안쪽에 전원소켓을 마련했고, AUX단자는 오디오의 헤드유닛에 달려있다. 4WD모델에는 센터스피커를 포함한 스피커 8개와 6CD체인져 MP3를 지원하는 보스 오디오가 제공되는데, QM5나 EX35등과 마찬가지로 트렁크의 스페어타이어 안쪽에 서브우퍼를 내장하고 있다. 물론 소리의 질은 인피니티 차량들에서 접한 그것에 비하면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오디오 볼륨은 속도에 연동해 높아지는데, 그 정도를 메뉴에서 조절할 수 있다.

앞좌석에 비해 뒷좌석은 많이 심심한 편이다. 헤드레스트는 등받이 일체형으로 두 개만 솟아있고, 둥글 넙적한 시트 모양과 달리 네모진 형상이라 가죽의 마무리까지 어색하게 보인다. 센터 암레스트나 스키스루, 도어포켓도 없다. 앞좌석 센터콘솔 뒤로 나지막이 컵홀더가 있을 뿐이다. 등받이는 6:4로 분할 폴딩이 되지만 각도조절은 되지 않고, 폴딩 손잡이나 잠금고리는 다른 부분들에 비해 감성적인 면의 배려가 떨어진다. 뒷좌석에 대한 홀대는 도어 트림 상단부의 재질에서도 알 수 있다. 눈으로 보기에는 똑같은 가죽 패턴이지만 앞좌석 도어는 대시보드처럼 부드럽게 눌리고, 뒷좌석 도어는 딱딱하다. 공간 자체는 예상했던 만큼 대체로 여유가 있는데, 등받이는 약간 뒤로 누운 듯 하고 쿠션이 푹신하다 못해 다소 견고하지 못한 인상까지 받게 된다. 뒷좌석에서도 안전벨트의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점이 눈에 띄는데, 천장에서 내려오는 가운데 좌석용 안전벨트는 사용빈도가 적다면 말아두는 편이 나을 것 같다.

트렁크의 테일게이트는 가볍게 여닫힌다. 바닥과 벽면은 휠하우스나 서스펜션의 침범을 최소화한 모습이고, 바닥에는 원터치로 작동하는 ‘카고 오거나이저(cargo organizer)’를 매립해 쓰임새를 높이고 있다. 볼보차들에서 봤던 쇼핑백 걸이와 비슷하게 작동하지만, 용도는 조금 다르다. 바닥을 세웠을 때 흔들거리지 않아서 좋고, 그 자체가 세척 가능한 수납공간으로 되어있는 점, 탈착식 그물로 칸막이를 마련한 점등이 돋보인다. 뒷좌석과 동반석 등받이를 함께 접으면 2.6미터 길이의 짐도 실을 수 있게 되는데, 동반석은 각도조절 레버를 이용해 단번에 접을 수 있어 편하지만 접힌 위치에서 고정은 되지 않는다. 앞좌석 시트는 운전석만 전동 조절(2WD모델은 수동)식인데, 차의 본래 성격을 생각하면 수동조절에 직물시트가 더 어울릴 것 같기도 하다. 사진상으로는 직물도 꽤 괜찮아 보여서다. 시승차는 검정색 가죽에 빨간색 스티칭과 시트패턴을 사용해 스포티한 분위기에 올인한 모습인데, 해외사양에서 볼 수 있는 밝은 회색의 실내는 스포티한 대시보드와 어떻게 어우러질지 궁금하다.

앞문은 넓은 각도로 열려서 타고 내리기가 편하고, 운전석 시트는 높이를 5cm 조절할 수 있어 시야확보가 용이하다. 다만 운전 자세를 잡는데 있어서는 시트의 기본(최저) 높이 자체가 다소 높게 느껴진다. 쿠션은 푹신한 편이고 코너링 시의 지지보다는 편안함에 중점을 둔듯하다. 스티어링휠 위치는 각도 조절만 가능하나 딱히 불편을 느낄 수 없었다. 적당한 크기의 스티어링휠(전동식)은 주차 시뿐 아니라 저중속의 주행에서도 아주 가볍게 돌아가기 때문에 주무대인 도심에서의 운행이 경쾌하게 느껴진다. 좌우로 나뉘어 배열된 오디오와 크루즈컨트롤 버튼들은 눈에 보이는 질감 그대로 조작감도 좋다. 승용차에 비해 키가 높은 만큼 전방시야는 시원하지만 후진 시 사이드미러에 보이는 차체 좌우 아래쪽의 상황이 제한적이다 보니 다소 불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차급에서 후진연동 사이드미러까지 바라는 것은 과한 욕심일 것이다. 물론 후방주차센서는 달려있다. ECM룸미러는 편의사양에서 제외되어 있고 전동식 윈도우는 운전석만 원터치 업다운이 된다. 유리지붕을 장착한 차들이 많아지는 추세라 작은 선루프가 소박하게 보인다.

로그의 구동계는 2.5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과 CVT(무단 변속기)를 조합하고 있다. QM5 시티와 같은 구성이지만 2륜 구동뿐인 QM5시티와 달리 시승차는 4륜 구동이라는 점이 다르다. 168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QR25DE 엔진은 저중속 토크가 뛰어나 부드럽고 힘찬 가속이 가능하며, 특히 출발시 초기반응이 좋다. 이 역시 도심주행에서 장점이 부각되는 특성인데 실제 운전을 해보면 QM5 시티와 비교해도 우월함이 느껴진다. 4륜 구동이긴 하지만 공차중량은 로그 쪽이 오히려 조금 더 가볍고, 그러면서도 공인연비는 QM5시티 쪽이 좋다. 배다른 형제간의 성격차이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총 주행거리가 1,500km에 채 못 이른 시승차는 200km를 달린 시승 기간 동안 8.6km/L의 평균연비를 기록했다. 시동을 걸 때나 가속을 할 때는 디젤차와 비슷한 엔진음이 들리기도 하는데, 물론 그 소음의 크기나 진동면에서는 디젤차와 비교할 수 없는 우월함을 갖고 있다. QM5시티 때는 고회전에서의 세련미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느꼈었는데 로그는 차라리 회전수에 관계없는 일관성을 갖고 있다. 2.0대비 +0.5리터라는 배기량의 프리미엄을 즐기기에 힘의 여유가 충분치 않기는 QM5시티와 마찬가지이지만, 투싼 2.0 가솔린 2륜 구동 모델보다도 나은 의외의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생각하면 위안이 될 것이다. (공인연비: 로그 10.7, 투싼 10.6, QM5 11.2. 단위는 km/L, 상기 구동계 기준)

특히 4WD 프리미엄 모델에 장비되는 6단 수동모드와 패들시프트는 자칫 CVT에서 느껴질 수 있는 위화감을 줄여줄 뿐 아니라 스포티한 실내외 디자인에 걸 맞는 다이내믹한 운전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스티어링휠 뒤편의 변속패들은 플라스틱 재질이기는 해도 촉감이나 조작감, 위치 등에서 흠잡을 때가 없다. 흉내내기에 급급해 개념을 상실한 듯 했던 모 차량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엔진브레이크 효과까지는 기대할 수 없고 서스펜션도 부드럽기 때문에 본격적인 스포츠주행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기분전환을 위한 경쾌한 주행에는 충분히 유용하다. 기본적으로 단수의 개념이 없는 것이 무단변속기인 만큼, 이 수동모드라는 것은 프로그램상의 가짜 기어단수라고 할 수 있는데, 자동모드에서는 80km/h에서 1,500rpm이던 회전수가 수동모드의 6단으로 전환하면 1,800rpm을 가리키니 재미있다. 100km/h에서의 회전수는 2,000rpm미만. 변속레버를 D에 놓은 상태에서도 시프트 패들을 건드리면 임시 수동모드에 진입하게 되고, 변속레버를 수동모드에 놓더라도 최고출력이 나오는 6,000~6,200rpm 정도면 자동으로 시프트업이 이루어진다. 수동모드에 놓고 정지가속성능을 테스트해보니 70km/h에서 2단, 100km/h에서 3단으로 넘어가며 열심히 (유단)자동변속기를 흉내 내는데, 0-100km/h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8초 남짓으로 체감성능을 훌쩍 웃돈다. CVT의 탑재로 변속충격의 개념자체가 없는 부드러운 주행특성은 말할 것도 없고 연비와 성능 면에서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서스펜션은 앞-스트럿, 뒤-멀티링크 방식의 4륜 독립형으로, 대체로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며 다소 들뜨는 감이 있다. 덕분에 과격한 주행은 부담스럽지만 시내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요철의 통과는 극히 자연스럽다. 정속 주행시 구동계의 소음이 적다 보니 일부 노면에서는 타이어 마찰음이 두드러지는데, 시승차에 끼워진 것은 225/60R17사이즈의 콘티4x4컨택으로, 유럽계 SUV들에서 OE타이어로 애용하는 제품이다. 2WD 모델에는 215/70R16 타이어가 스틸휠에 끼워진다고 하는데, 수입차의 사양표에 끼어있는 ‘스틸휠’이라는 단어가 몹시 생소하게 느껴진다. 안될 것은 없지만…. 브레이크는 2WD와 4WD 모두 후륜에까지 V디스크를 적용하고 있다. 로그의 4WD 버전에 적용되는 닛산의 최신 사륜구동 시스템 ‘All Mode 4x4-i’는 보통의 사륜구동 시스템과 달리 VDC에 의한 요(yaw)모멘트 컨트롤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서 핸들링과 안정성에 더욱 도움을 준다. 기본적으로는 앞바퀴 굴림 상태로 주행해 연료소모를 줄이고, 출발 때는 50:50, 코너링 시나 필요한 노면 조건에서는 자동으로 토크가 분배된다. 차의 성격상 온로드에 초점을 맞춘 시스템으로 치부하기 쉽지만 QM5에서 체험한 바에 따르면 AWD LOCK 모드 사용시 오프로드에서도 곧잘 달려주기 때문에 이래저래 유용한 장비다. 사양차이까지 고려하면 2WD 모델은 2천 만원 대(…) 수입CUV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강하다.

4WD 프리미엄 모델에는 닛산이 ‘인텔리전트 키’라고 부르는 스마트 키 시스템까지 적용된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시동이 걸리는 방식인데, 버튼식 시동장치는 아니지만 인피니티의 것과 상표만 다른 고급스러운 리모컨이 제공되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 기본 안전장비로는 듀얼 스테이지 에어백과 앞좌석 액티브 헤드레스트 (그러고 보니 틸팅이 안된다.), 사이드 에어백, 커튼 에어백, VDC가 적용되어있고, 4WD모델에는 제논 헤드램프도 들어간다. 로그는 미국 고속도로보험협회 (IIHS)가 뽑은 SUV부문 ‘가장 안전한 차’에 선정된 바 있고,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협회(NHTSA)에서 실시한 측면 충돌 안전성 테스트에서도 최고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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