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LPi 엔진과 전기 모터가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현대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114마력의 1.6 LPi 엔진을 20마력의 전기모터가 보조하면서 여유 있는 주행이 가능하고, 17.8km/h에 이르는 연비와 휘발유 대비 절반 이하의 LPG 가격으로 인해 연료비 절감 효과도 크다. 2천 만원이 넘는 가격을 고려할 때 종합적으로 과연 매력적인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겠다. 글, 사진 / 박기돈 (www.rpm9.com 편집장)
사상 초유의 고유가 시대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현대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에 쏠리고 있다. 그 만큼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하이브리드가 그리 낯설지 않을 만큼 많이 알려졌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분들이 많으며, 또 일부는 하이브리드를 전기 자동차로 오해하는 분들도 있는 듯하다. 렉서스와 혼다가 몇 종류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이미 국내에서 시판하고 있지만 그 판매 대수가 아직은 미미한데다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는 여전히 비싼 가격이어서 대다수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고, 따라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가치 또한 많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제 좀 더 많은 이들이 하이브리드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 수 있게 될 것 같다. 현대 자동차가 국내 메이커로서는 처음으로 야심차게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판을 시작한 때문이다. 특히 높은 기름값에 힘들어 하고 있는 운전자들이 솔깃할 만큼 좋은 연료비 절감 효과를 갖추고 있다고 하니 너도 나도 관심 정도는 보이게 될 것이고, 자연스레 시간이 지나면서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이 잘 알게 될 전망이다.
현대는 강원도 가평에 위치한 아침고요 수목원에서 국내 메이커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이자 LPi 하이브리드로서는 세계 최초인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보도 발표회를 갖고 참석한 기자단에게 시승의 기회도 제공했다. 친환경을 내세우는 만큼 아름다운 수목원을 배경으로 신차를 발표하는 독특한 이벤트가 되었다. 우선 살펴 볼 점은 왜 LPi 하이브리드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LPG를 연료로 쓰는 국가는 호주, 일본, 이태리, 프랑스 등이 있다. 하지만 현대처럼 공장 생산 단계에서 LPG를 주 연료로 쓰는 LPG 엔진을 장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한다. 그 만큼 LPG 엔진은 국내에만 국한되어 특화되어 있다. 국내에서 LPG가 특화된 것은 당연히 세제의 차이에 의한 LPG의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현대는 그런 특수한 국내의 LPG 자동차 시장을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면서, 환경에 대한 전 세계적인 규제와 관심에도 대응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의하면 현대 역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완전한 차세대 환경 친화형 자동차로 개발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궁극적으로 전기 자동차로 가기 위한 기술 개발의 일환이자, 그 중간 단계로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하이브리드 자동차에는 전기 자동차 기술의 상당 부분이 접목되어 있는 것이 사실인 만큼 충분히 이해가 된다. 어쨌든 현대 자동차 역시 미래를 위한 친환경적인 전기 자동차 개발에 역량을 투자하고 있으면서, 좀 더 가시적인 결과물로 오늘의 ‘세계 최초’ LPi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선보인 것이다. 특히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에 적용된 핵심 하이브리드 부품인 고전압 배터리, 전기 모터, 모터를 제어하는 인버터, 그리고 고전압을 직류로 변환해 주는 컨버터 등을 모두 현대가 자체 개발했다. 특히 리튬 이온 폴리머 배터리를 적용한 것은 세계 최초다. 하지만 이런 배경은 소비자들에겐 그리 중요하지 않다. 과연 현대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실질적으로 더 경제적인가 하는 점과 그 외의 부분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인가 하는 것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필자 역시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의 실제적인 상품성에 관심이 있었고, 이날 시승을 통해 그 궁금증을 풀어 보고자 했지만, 행사진행 상 궁금증을 충분히 풀어줄 만큼 집중적인 시승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시승기 역시 메커니즘의 설명과 약간의 주행성능 위주로 작성되며, 가장 궁금한 실제 연비 부분은 차 후 집중적인 시승을 통해서 살펴 보아야 하겠다.
우선 현대는 LPi 하이브리드 만의 차별화를 위해 아반떼의 외관에 변화를 주었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범퍼와 공기 흡입구 등의 모습이 변했다. 베르나 트랜스폼의 느낌이 살짝 나면서 단정한 라인이 주는 아름다움 보다는 변형(트랜스폼)된 느낌이 강하다. 라디에이터 그릴 가로 핀과 헤드램프 아래 라인을 따라 정열된 LED 주행등에서 고급스러움이 묻어난다. 디자인의 선호에 있어서는 많은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옆모습에는 사이드 미러에 LED 방향 지시등이 삽입되고, 도어 아래쪽으로 크롬 가니시가 더해졌으며, 앞 펜더 방향 지시등이 있던 자리는 블루 드라이브 엠블렘이 차고 앉았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면 새로운 디자인의 15인치 알로이 휠이다. 연비를 고려해 15인치만 준비되는데, 디자인 역시 공기 저항을 최소화해 연비를 높이도록 디스크 타입에 가깝게 디자인했다. 혼다의 시빅 하이브리드가 이런 형식의 휠을 장착하고 있다. 타이어는 트림에 따라 185/65R15와 195/65R15 두 종류가 제공된다.
뒷 모습에서는 트렁크 리드에 스포일러를 부착하고 범퍼 아래 부분을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었다. 전체적인 디자인에서는 일반 아반떼와 차별시키는 정도에서 변화를 더한 정도다. 실내에서도 센터 페시아를 중심으로 약간의 변화가 더해졌다. 제네시스를 닮은 모습의 센터페시아는 아래 단을 밤색의 우드그레인으로 마감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임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은 수퍼비전 클러스터 계기판과 옵션으로 적용되는 하이브리드 전용 네비게이션의 모니터를 통해 제공되는 3차원 에너지 흐름도 등이다.
계기판은 많은 부분에서 새로운 시도가 더해졌다. 가운데 속도계, 왼쪽에 회전계가 있고 오른쪽에는 어시스트(ASSIST)와 차지(CHARGE) 계기가 있다. 어시스트는 큰 힘이 필요할 때 전기모터가 엔진을 돕는 정도를 눈금으로 표시해 주는 것이고, 차지는 엑셀을 뗄 때나 감속할 때 배터리를 충전하는 정도를 역시 눈금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배터리의 충전 정도를 그 하단에 역시 눈금으로 표시하고 있다. 가속과 감속을 반복할 때면 수시로 파란색 어시스트 눈금과 녹색 차지 눈금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계기는 타사 하이브리드 모델들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속도계 가운데 모니터에는 현대 만의 독특한 디스플레이가 제공되는데 트립컴퓨터 버튼을 눌러 모드를 바꾸어 주면, 에너지 흐름도와 각종 주행 정보, 오토스톱 작동 시간 및 그에 따른 연료 절약 양 등이 표시된다. 그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은 경제 운전 상태를 알려 주는 에코 가이드 화면이다. 이 화면에서는 상단에 반원형의 눈금이 나타나는데 연비가 높은 주행을 할수록 눈금이 많이 나타나고, 급가속이나 급정지 등 연비가 나빠지는 주행 시에는 눈금이 줄어들도록 하고 있다. 즉 하얀 눈금이 많이 나오게 주행할수록 연료를 더 적게 소모한다는 뜻이다. 일종의 순간 연비계와 같은 기능이지만 구체적인 수치를 표시하지는 않고 있다. 이 눈금을 의식하면서 주행을 해 보면 쉽게 자신의 운전 특성을 파악하게 되기도 하고 어떻게 주행하는 것이 연료를 절약할 수 있는지도 쉽게 터득하게 된다.
그 게이지 아래에는 아주 재미있고 독특한 기능이 자리하고 있는데, 바로 경제 운전 정도를 그림으로 보여주는 기능이다. 경제 운전을 지속하면 가운데 꽃 가지를 중심으로 좌우에 나뭇잎이 하나씩 늘어나게 되고, 나뭇잎이 8개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계속 경제운전이 지속되면 가지 끝에 꽃이 피게 된다. 물론 나뭇잎이 늘어났다가도 과속이나 급가속 등을 하게 되면 나뭇잎이 하나씩 사라진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꽃이 핀 횟수가 기록된다는 점이다. 트립컴퓨터 모드를 바꾸다 보면 ‘경제운전 누적포인트’라는 화면이 나오는데, 꽃을 받은 횟수가 점수로 기록되어 있다. 이와 같은 기능은 지속적으로 경제 운전을 유도하는 기능을 하겠지만 정작 트립 컴퓨터에 평균 연비 데이터가 제공되지 않는 점은 아쉽다.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를 구입해서 운전하게 되는 모든 운전자는 운전 습관에 따라 이 경제운전 포인트가 누적되므로, 차후에 현대 자동차 쪽에서 이 포인트로 시상을 하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 본다.
센터페시아 모니터의 에너지 흐름도에서는 엔진과, 전기모터, 구동계 사이의 에너지 흐름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계기판의 흐름도는 간략화해서 보여주지만 옵션으로 장착하게 되는 하이브리드 전용 DMB 네비게이션을 장착할 경우 보다 화려한 그래픽으로 에너지의 흐름을 잘 보여주게 된다. 출발이나 등판, 급가속 등의 상황에서는 엔진과 전기모터의 힘이 모두 구동계로 전달되고, 정속주행 등의 상황에서는 엔진의 힘만 구동계로 전달된다. 그리고 감속 등 에너지 회생 단계에서는 구동계에서 배터리 쪽으로 에너지가 충전되는 그림을 보여준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그래픽이긴 하지만 경제 운전을 유도하는 면에서는 계기판 가운데 에코 가이드가 더 효율적이다.
이쯤에서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의 성격을 조금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우선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가장 유명한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전기모터로만 주행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프리우스 혹은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들은 출발 시 배터리가 충분히 충전되어 있으면 엔진에 시동을 걸지 않고 전기 모터로만 주행을 할 수가 있다. 아무래도 가장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출발 상황에 회생 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연료를 절약할 수 있는 여지가 크기 때문이며, 엔진과 달리 전기 모터의 경우 회전과 동시에 최대의 토크를 발휘하므로 엔진에 비해 출발 시 에너지 사용 효율이 훨씬 좋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이처럼 전기모터로만 출발할 수 있는 기능이 없다. 간략하게 정리해서 전기모터로만 주행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스트롱 하이브리드, 그렇지 못한 경우를 마일드 하이브리드라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스트롱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토요타의 특허에 의해 철저하게 보호되고 있어서 현재까지 토요타의 허가 없이 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곳은 없다. 현대를 비롯해, 혼다 등이 사용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모두 마일드 하이브리드다. 여분의 힘으로 발전기를 돌려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은 같지만, 전기 모터는 순수하게 엔진을 보조하는 기능으로만 작동한다. 따라서 네비게이션 모니터에서 제공하고 있는 3차원 에너지 흐름도가 렉서스의 에너지 흐름도와 아주 흡사하지만 전기모터만 구동계에 에너지를 제공하는 그래픽은 볼 수가 없다.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세계최초로 LPG를 사용하는 엔진과 전기 모터가 결합된 형태다. 현대와 기아는 그 동안 택시, 장애인 자동차, 그리고 카렌스 등 일부 자동차 등을 통해서 LPG 엔진을 선보여 왔지만 2.0리터와 2.7리터 엔진이 전부였었다. 즉 1.6리터 LPG 엔진은 이번에 이 시스템을 위해서 처음 개발된 것이다. 1.6리터 4기통 LPi 엔진은 최고출력 114마력/5,800rpm과 최대토크 15.1kgm/4,500rpm을 발휘한다. 아반떼에 적용되는 1.6 휘발유 엔진이 124마력을 발휘하니 10마력이 더 낮은 것인데, 일반적으로 LPG 엔진의 출력이 많이 낮았던 것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으로 출력이 좋은 편이란 생각이 든다. 거기다 전기 모터는 출력 20마력(15kw)과, 최대토크 105Nm를 발휘한다. 따라서 엔진과 전기 모터가 모두 최고의 출력을 발휘하면 134마력이 되는 셈이니 순간적으로는 아반떼 휘발유 모델에 비해 더 큰 힘을 낼 수도 있다고 보여진다. 현대 측 자료 역시 0~100km/h 가속에 걸리는 시간에서 LPi 하이브리드가 조금 더 빠르다고 말하고 있다. 현대의 LPi 하이브리드가 혼다와 다른 장점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혼다의 경우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위해서는 그 차량의 정상적인 엔진보다 배기량이 낮은 엔진을 장착하고 전기 모터로 힘을 더해 비슷한 성능에 높은 연비를 얻어내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한 시빅 하이브리드의 경우 일반 시빅에 2.0과 1.8 엔진을 얹는데 반해, 하이브리드에는 1.3 엔진을 얹고 있다. 반면 현대는 휘발유 엔진 대신 배기량이 같은 LPi 엔진을 얹으면서 출력이 약간 낮아진 부분을 전기모터로 보조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시빅 2.0 엔진의 155마력과 1.3 엔진의 94마력사이에는 무려 61마력의 차이가 나는데 반해, 아반떼는 휘발유와 LPG 엔진의 출력 차이가 10마력 밖에 나지 않아 아반떼의 경우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휘발유 자동차에 비해 더욱 다이나믹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임에 틀림없다.
변속기는 현대에서 자체 개발한 무단 변속기 CVT가 적용되었다. 최근 등장하는 CVT들은 연비가 좋으면서 매끄러운 주행이 가능한데다, 프로그램에서 나누어 둔 기어를 효과적으로 제어해 수동변속기처럼 파워풀한 주행도 가능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반떼 하이브리드에 적용된 CVT는 파워풀한 주행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연비 만을 고려해 개발된 CVT다. 기어 레버를 보더라도 수동처럼 변속하는 스텝트로닉 기능이 아예 없다. 대신 D모드에서 레버를 우로 밀면 E모드가 되면서 급가속을 허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E모드에서는 엑셀을 급하게 밟아도 가속이 엑셀을 밟는 만큼 이루어지지 않고 약간 점진적으로 이루어져, 급가속에 의한 연료 소모를 줄여준다. 성격이 느긋한 분들이나, 성격이 급해서 누군가 제어해 주기를 바라는 분들은 E모드를 즐겨 사용해도 좋을 듯하다.
시승코스는 사실 시승에 적당한 코스가 아니었다. 아침고요 수목원 주차장을 빠져 나와 시골길과 국도를 조금 달려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저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 지 정도를 확인해 볼 수 있을 뿐이었다. 주행 감각은 일반 아반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기모터와 배터리 등 하이브리드를 위한 장비가 추가된 만큼 중량이 늘어났음에도, 파워 측면에서는 저중속에서 오히려 경쾌한 느낌이 든다. 100km/h를 넘길 일 없는 일반 주행이라면 크게 나무랄 것이 없어 보인다. 출발도 가뿐하고, 변속은 충격이 있을 리 없는 CVT인 만큼 내내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하다.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의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는 오토 스탑 ISG(Idling Stop & Go) 기능이다. BMW가 가장 먼저 선보였던, 정차 시 자동으로 주차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오토 스탑과 이름이 같지만, ISG는 정차하면 시동이 자동으로 꺼지는 기능이다. 주행 중 신호 대기나 정체로 인해 잠시 멈추어 설 때 시동이 자동으로 꺼졌다가, 출발하기 위해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다시 시동이 걸리므로 정차 시간 동안 아이들링에 의한 연료 소모를 줄일 수 있다. 혼다나 토요타 하이브리드카들도 모두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이며, 심지어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아니어도 오토 스탑 기능만 탑재한 자동차도 있다.
오토 스탑 기능에서 기술의 완성도는 엔진 정지와 시동 때 얼마나 매끄럽게 작동하는가 하는 점이다.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비교적 부드럽게 작동해 높은 점수를 얻을 만하다. 특히 엔진 시동 시 일반적인 스타터 모터를 사용하지 않고 하이브리드용 전기 모터를 사용해 아이들링 회전수까지 올려주므로 초기 엔진 시동 때 발생하는 진동이 거의 생기지 않는 점도 큰 장점이다. 스타터 모터는 비상용으로 그대로 장착되어 있다고 한다. 한가지 지적할 사항은 오토 스탑에 의해서 엔진이 꺼질 경우 에어컨이 최소화된다는 점인데, 완전히 꺼지진 않지만 아주 뜨거운 여름 낮에는 상당히 불편하며, 그마저도 엔진 스탑 상태가 지속되면 완전히 꺼지게 된다. 엔진은 꺼졌는데 에어컨은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설정할 수는 없으므로, 만약 에어컨이 꺼지는 것을 원치 않으면 스티어링 휠 좌측에 있는 ‘오토스탑’ 버튼을 눌러 오토스탑 기능을 해제하면 된다. 뜨거운 여름날 잠시라도 에어컨이 꺼지는 상황을 아주 싫어하는 필자에게는 그리 반갑지 않은 설정이다. 렉서스의 경우 시동이 꺼져도 정상적으로 에어컨이 작동하며, 물론 그럴 경우 배터리 소모가 많으므로 배터리 충전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다시 시동이 걸리도록 설정하고 있다.
이 외에도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에 새롭게 적용된 편의 장비도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언덕길에서 정차했다 출발 할 때 뒤로 밀리지 않도록 브레이크를 1초 정도 유지해 주는 경사로 밀림 방지 장치가 추가되었다. 그리고 유럽 차량들에서만 제공되었던 원터치 트리플 방향 지시등이 적용되어 있는 점도 반가웠다. 내비게이션을 선택하면 후방카메라 영상이 내비게이션 모니터를 통해서 보여지는 기능도 더해졌다. 반면, 텔레스코픽 스티어링 휠과 썬루프는 아예 적용이 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짧은 시승이어서 이상의 여러 기능들을 확인해 보는 데 만족해야 했다. 시승 동안 확인한 것으로만 볼 때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완성도는 좋은 것으로 보인다. 휘발유 아반떼와 비교할 때 주행 성능에서 부족하기 보다 오히려 약간 더 여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판단의 기준은 현대에서 발표한 연비가 실제로 나와 주느냐에 달렸다. 동급의 휘발유 아반떼와 비교했을 때 차 가격은 516만원 정도 비싸지만 등록비까지 포함했을 때는 381만원 정도가 더 비싸다고 한다. 그런데 1년간 2만 km를 주행해 휘발유를 217만원 소모하는 가솔린 아반떼와 동일하게 주행했을 때, LPi 하이브리드는 연료비로 85만원만 쓰게 되므로 년간 132만원이 절감되어 약 3년이면 차량 구입시 더 들어간 추가 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많은 우려가 재기되고 있는 배터리 교체와 관련해서는 일단 메이커에서는 거의 교체가 필요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6년 12만 km까지는 보증해 주고 있다. 그 외에도 중고차 가격이나 만약의 사고 시 수리 비용 등 아직도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이 남아 있긴 하다. 하지만 현대 측 주장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2천 만원이 넘는 초기 구입비가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나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휘발유 엔진 대비 조금이나마 더 정숙하고, 모터의 힘이 더해져 가속 성능에서도 조금 더 앞서고, 더 들어간 구입비는 3년이 지나면 상쇄하고 나서 이후에는 연료비에서 년간 132만원이 남고, 거기다 환경에 더욱 좋다는 명분까지 더해지면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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