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은 삼성자동차 시절의 기술제휴선이었던 닛산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르노 쪽으로 라인을 바꿔 타는 중이다. 프랑스 르노와 일본 닛산은 얼라이언스를 이루어 엔진과 변속기, 플랫폼 등 많은 부분의 공유를 추진하고 있지만, 완성품에 관한 한 각자의 색깔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가령, 르노의 첫 SUV인 ‘꼴레오스(Koleos)’는 닛산 엑스트레일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 엑스트레일은 물론 컨셉이 비슷한 닛산 로그나 카슈카이와도 실내외 디자인과 크기를 달리했기 때문에 내막을 모르는 이들은 이러한 관계를 눈치채기 어렵다.
르노 꼴레오스
르노는 꼴레오스를 한국의 르노삼성에서 생산해 유럽에서 판매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QM5가 그것이다. QM5는 르노의 입맛에 맞게 디자인된 꼴레오스를 바탕으로 한 탓에 닛산계열로 이루어진 기존의 르노삼성 제품들과는 자연스럽게 섞이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시작한 것이 뉴 SM3다.
르노 메간
뉴SM3는 닛산이 아닌 르노의 신형 ‘메간(Mégane)’으로 플랫폼을 갈아탔다. 2008년 말에 데뷔한 이번 메간의 라인업은 유럽시장의 기호를 반영해 3도어(쿠페)와 5도어 해치백, 그리고 왜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세단 모델이 없다. 하지만 세단형 모델의 선호가 강한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르노는 동일 플랫폼에서 세단 버전인 ‘플루언스(Fluence)’를 함께 개발했는데, 이것이 바로 뉴SM3의 바탕이다. 르노삼성은 이 부분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뉴 C 플랫폼을 쓴 첫 제품이 뉴SM3’라고 설명하고 있다.
르노 플루언스
기존의 SM3는 닛산이 개발을 끝낸 구형모델을 도입한 뒤 일부만 손질해서 팔았던 탓에 국내 준중형 시장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와 달리 뉴SM3는 개발 초기단계에서부터 르노삼성 측이 자기 역할을 맡아 동참한 덕분에 국내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춘 제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르노삼성은 31개월의 뉴SM3 개발기간 중 1년 동안 약 150명의 엔지니어를 르노에 파견 보냈다. 하지만 국내 현실을 감안한 르노삼성 측의 제안들을 르노에서 흔쾌히 받아들여준 것은 아니었다. 르노 입장에서는 플루언스가 판매될 다른 시장들 역시 고려해야 했다. 컨셉 설계와 검증에 있어서 각자의 요구조건이 상충되는 부분은 어떤 사양이나 제품으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 조율을 거쳐야만 했다.
르노삼성 뉴SM3르노 플루언스
르노는 최종 생산물에 초점을 두고 실용성을 강조한 반면, 르노삼성은 한국 고객들의 특성을 고려한 이미지 메이킹 요인들을 중요시했다. 르노삼성은 사양에 민감하고 자동차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한국 고객들을 르노 측에 이해시켰고, 결국 사양과 디자인의 결정에 있어 르노삼성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었다. 르노의 파격적인 디자인은 한국시장에서 받아들여지기에 무리가 없는 수준으로 누그러뜨려졌고, 각종 ‘동급 최초’ 사양들도 도입할 수 있었다.파워트레인으로 닛산의 H4M 엔진과 엑스트로닉 변속기를 선정하기까지도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들은 르노의 메간이나 플루언스에는 적용되지 않는 조합이다. 르노삼성은 엔진이나 트랜스미션 성능이 제품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시장 특성을 이해시키고 6개월에 걸쳐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다양한 파워트레인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했다. 결국 ‘신기술’과 ‘NVH’, ‘연비’에 대한 르노삼성의 요구가 반영되어 H4M 엔진과 엑스트로닉 무단변속기가 뉴SM3의 파워트레인으로 선정된 것이다. 이처럼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뉴 C 플랫폼에 닛산의 파워트레인을 조합해낸 르노삼성 측은 핸들링과 승차감의 튜닝을 통해 뉴SM3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놓았고, 이에 대해서는 르노 측 엔지니어들도 상당히 만족스러워 했다는 후문이다. ▶ [rpm9] 뉴SM3의 르노버전, 플루언스▶ [rpm9] 뉴SM3 시승기 1 - 럭셔리 준중형 전쟁의 도화선▶ [rpm9] 뉴SM3 시승기 2 - 프렌치 커넥션RPM9 [ http://www.rpm9.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