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Q7은 국내에서 동급으로 인식되는 BMW X5, 메르세데스-벤츠의 ML클래스와 조금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길이가 5미터를 넘기는 풀-사이즈의 차체에 좌석 배치도 7인승. 이는 플랫폼을 공유한 폭스바겐 투아렉, 포르쉐 카이엔과도 단박에 비교되는 부분으로, 나름의 차별화를 시도한 결과라 하겠다. X5도 2세대 모델로 넘어오면서 접을 수 있는 3열 시트를 옵션으로 마련하긴 했지만 기본 차체부터가 긴 Q7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벤츠 쪽에서는 ML보다 GL클래스와 비슷한 성격이다.
글: 민병권(rpm9.com 에디터)
사진: 민병권, 박기돈 (rpm9.com 팀장)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 분명 ‘특대형’의 사이즈를 갖고 있지만 다른 차들 옆에 서지 않는다면 그다지 육중하게 보이지 않는 것도 Q7의 특징인데, 이는 주로 날렵하게 빠진 실루엣에 기인한다. Q7은 요즘 아우디의 시원시원한 얼굴을 처음 적용하기 시작한 모델 중 하나였다. 기본 차체 폭의 넉넉함 덕분에 A8과 함께 훈남형의 스포티한 이목구비가 가장 돋보이는 아우디로 꼽을 만 하다. 이번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그러한 스포티함에 화려함을 더했다.
눈에는 한쪽에 14개씩의 LED를 박았고 이것이 주간주행등으로서 시동을 걸면 자동으로 점등되는 방식을 취했다. 대낮에 허연 눈알(눈썹?)을 부라리고 다니니 사람들이 죄다 쳐다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LED배열이 ‘ㄷ’자로 되어있는데, 공교롭게도 기아 K7의 ‘LED간접조명포지션램프’가 이것과 닮았다. 다만 아우디는 직접 조명 방식이고 각 LED가 뚜렷이 독립되어 보이도록 했다. 물론 용도 자체가 다르기도 하다.
헤드램프 뿐 아니라 아래쪽 흡기구에 붙은 깜빡이도 각각 12개씩의 LED로 구성했다. LED하나하나에 크롬테두리를 둘렀기 때문에 깜빡 거릴 때가 아니더라도 시선이 가게 된다. 범퍼의 가로선을 유광검정으로, 세로선을 크롬으로 강조한 것은 한결 말쑥하게 보이는 효과를 거두고있다.
테일램프 역시 LED를 넣어 꾸몄다. 깜빡이의 눈썹형 배치는 Q5와 같은데 아래쪽 라인을 강조한 미등은 다크서클이나 눈 아래 살이 쳐진 것처럼도 보인다. 테일램프 윤곽이나 번호판 주변의 처리는 역시 기아 K7과 겹쳐지고 있다. Q5에도 이어진 테일게이트의 S라인 절개부는 여전하다. 무게를 고려해 테일게이트와 보닛, 휀더는 알루미늄으로 만들고 있다.
실내 역시 부분적인 변화가 있으나 신형 아우디들을 통해 먼저 친숙해진 내용들인 탓인지 달라진 부분들이 쉽게 눈에 띄지는 않는다. 그만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하드디스크 내장, 메모리카드 지원형의 3세대 MMI(멀티 미디어 인터페이스)같은 것이 그렇다. 다이얼 중심의 원형 버튼은 요리조리 움직일 수 있는 조이스틱 방식이지만 ‘한국형’ 내비게이션과는 연동되지 않는다. 물론 MMI의 ‘NAV’ 버튼은 먹통이다. 국내 업체의 내비게이션 화면을 보려면 리모컨을 찾아 ‘MODE’버튼을 눌러야 한다.
일단 내비게이션 화면으로 전환하고 나면 터치스크린 방식과 시장점유율이 높은 국산 맵을 채용한 덕분에 쓰기가 편하다. 다만 소스 자체의 해상도가 순정모니터(7인치, 800x480)의 그것과는 잘 맞지 않는 듯 하다. 시트 열선의 강약 조절 같은 것도 MMI화면을 보며 진행하도록 되어있지만 열선버튼을 누른 뒤 실내 온도조절 다이얼을 돌리면 실내 온도표시 화면에 열선의 강도가 표시되기 때문에 MMI에 내비게이션 화면이 띄워져 있더라도 불편함은 없다. 계기판 액정과 스티어링휠 리모컨을 통해 조작할 수 있는 오디오 기능도 마찬가지.
후방카메라 화면으로의 전환은 변속기를 R위치에 넣을 때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한 화면 안에 전후방 센서가 감지한 장애물 위치가 그래픽으로 함께 표시되고 평행주차나 직각주차 때 도움을 주는 보조선도 볼 수 있다. 주차모드의 선택은 (내비게이션용 터치스크린이 아니라) MMI에 의해서 이루어지는데, 실수로 다른 버튼을 눌렀더니 후방카메라 화면이 사라져 당황스러웠다. 이때 변속기를 다른 레인지로 옮겼다가 R에 되돌려도 후방카메라 화면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불편한 내용. 화면도 다소 침침한 편이다.
운전석 주변의 체적대비 수납공간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은 일부 은폐와 엄폐가 된 탓이기도 하지만 CD체인저에게 빼앗긴 암레스트 수납함에 대한 상실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모니터 옆의 버튼을 누르면 ‘툭’하고 떨어지듯 열리는 글로브박스는 냉장기능을 쓸 수 있다.
동반석 전동조절시트와 전동조절 스티어링컬럼, 운전석 메모리 시트, ECM룸미러, 후진 연동 자동하향 사이드미러 등 사양은 잘 갖춰져 있다. 단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경보, 사각지대감시 장치 등 유행 아이템이 빠져있을 뿐이다. Q5에 있는 전동 주차브레이크나 오토홀드 기능이 없는 것은 아쉽다. 오르막길 밀림 방지 기능의 경우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페달이 밟힌 위치 그대로 유지되다가 몇 초 후 스르르 풀리는 것이 재미있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운전석에서도 그 효과가 크게 느껴지는 타입으로, 3열 시트 천장부분까지 이어진다. 물론 슬라이딩으로 열 수 있는 것은 운전석 윗부분뿐이지만 3열 윗부분도 별도로 틸팅이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3열 틸팅과 1,2열 전동햇빛가리개 기능은 운전석 뿐 아니라 2-3열 사이 헤드콘솔에서도 조작할 수 있다.
(이 가격대의 차들에서 이런 얘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우습긴 하지만) 제대로 작동하는 스마트키-‘어드밴스드 키’가 달린 것도 경쟁모델 대비 장점. 문 손잡이를 거머쥐기 전에 자동으로 잠김이 해제되며 엔진 시동 버튼과 정지 버튼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원한다면 키를 꽂아 돌려도 된다.
운전석에 오르내리면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덩치에도 불구하고 승하차가 거추장스럽지 않다는 점이다. 문턱이 넓지 않고 아래쪽으로 교묘히 꺾이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작은 차들보다도 타고 내리기가 편하다. 좌석은 기본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자세는 편안하다.
덩치(그리고 3미터의 휠베이스)에 비해 2열 공간은 썩 넓은 편이 아니다. 앞뒤 거리조절이 가능하고 등받이 각도 조절도 되지만 3열 공간으로의 무례한 침범은 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 각도가 주어진 발판과 (멋 부린 지붕선 덕분에) 낮은 천장 탓도 있다. 송풍구는 B필러와 센터콘솔에 이중으로 설치되어 있고 시트 열선 기능도 있다. 도어 포켓이 널찍하고 재떨이와 라이터등 애연가를 위한 사양도 갖춰져 있다.
등받이의 경우 약간 ‘눕혔다’는 기분은 낼 수 있는 정도이지만 방석의 앞뒤 거리조절 기능은 2열 승객의 편안함이 아니라 3열 승객의 승하차를 위한 것이다. 2열 시트의 등받이 바깥쪽 손잡이를 당기면 등받이가 앞으로 숙여지면서 방석이 앞으로 전진해 3열로의 통로가 생긴다. 3열에서 나올 때도 같은 방법으로 쉽게 내릴 수 있다.
운전석에서 보면 2,3열의 헤드레스트가 후방시야를 가리게 되는데, 원격으로 접을 수는 없는 대신 각 좌석에서 헤드레스트 아래로 노출된 끈을 잡아당겨 원터치로 접을 수 있게 되어 있다. 2열 시트의 등받이를 접을 때는 이런 방법으로 헤드레스트를 따로 접어주어야 하지만 3열 시트는 등받이와 헤드레스트가 동시에 접혀 편리하다. 3열 공간은 무엇보다도 낮은 천장 탓에 어린이용으로 국한된다. 나름 팔걸이도 있고 적재함 커버를 떼어낸 자리에 컵홀더 자리도 내놓았지만 떼어낸 적재함 커버를 과연 어디에 보관하면 좋을 지부터가 걱정된다.
적재공간은 3열 사용시 330리터, 3열을 접었을 때 775리터, 2,3열을 접었을 때 2,035리터의 용량을 가진다. 지붕 뒤쪽이 낮아지는 형상만 아니었다면 그 공간감에 입이 떡 벌여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무거운 짐을 싣고 내릴 때는 우측 벽 아래쪽에 마련된 버튼을 눌러 차고를 낮출 수 있다. 트렁크 바닥아래로는 추가적인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안쪽의 바구니를 들어내면 공간절약형 스페어 타이어가 나온다. 필요할 때 동봉된 컴프레서로 부풀려서 쓰는 방식이다. 전동 테일게이트는 운전석에서도 원격으로 열 수 있지만 닫는 조작은 테일게이트의 버튼을 이용해야 한다.
Q7 3.0 TDI는 수입 고급 디젤차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정숙성을 가졌다. 지하주차장에서 처음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디젤차에 대한 이질감을 가질 수 없었다. 차량 외부에서 들어도 어지간한 가솔린 차보다 낫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니 ‘속도를 내면 조용해진다’와 같은 미사여구는 불필요하다.
한적한 교외를 홀로 달리고 있노라면 그제서야 간간이 디젤임을 알 수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그나마도 귀를 쫑긋이 세웠을 경우에 한한다. 가속페달 입력에 대해 스포티한 배기음을 강조한 BMW X6 3.0d 같은 차와는 확실히 다른 지향점을 갖고 있다.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56.1kgm의 V6 디젤 엔진은 2.6톤의 거구를 부드럽게 이동시킨다. 중속 이상에서의 풀 가속이라면 어쩔 수 없이 배기량의 한계를 나타내지만, 적어도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함께 출시된 4.2TDI에 대한 아쉬움을 가질 일이 없을 듯 하다. 오르간 타입이 아닌 가속페달은 가볍고 부드럽게 밟히고 그에 대한 반응도 빨라서 시내 주행이 경쾌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가속페달에 가볍게 발을 올리고 있으면 속도는 부지불식간에 100km/h를 넘어서고, 작정하고 밟는다면 0-100km/h가속을 8.5초에 끊을 수 있다. 2.0 TDI엔진의 Q5가 9.9초, 폭스바겐 골프가 9.3초 수준이니 이 덩치에서 이정도 성능이라면 아쉬울 것이 없다. 최고속도는 216km/h이고 실제로도 200km/h 영역에 도달하기까지 별반 무리가 없다. NVH 성능이 좋은 탓에 속도감은 낮은 편. 고속에서는 적응형 에어서스펜션이 단계별로 차고를 낮추어 안정감을 높여준다.
오프로드 모드나 리프트 모드를 이용하면 차고를 높여 장애물 통과를 용이하게 만들 수 있고 전자제어 댐핑시스템은 자동/컴포트/다이내믹으로 설정할 수 있다. 물론 ‘콰트로’ 4륜구동 시스템을 장비했지만 형제차인 투아렉, 카이엔과 달리 오프로드 주행성능을 강조하지 않는 것도 Q7의 특색이다.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맨홀 뚜껑 등 시내 주행시의 노면 충격이 잘 전달되는 편이지만 덩치를 잊을만한 스포티한 주행은 불가능하다. 타이어는 굿이어 이글F1 ‘SUV 4X4’로, 4륜에 동일하게 265/50R19 사이즈를 끼웠다.
공인연비 8.7km/L. 시승차에 남아있는 3,600km 주행거리 동안의 평균연비는 7.5km/L를 기록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