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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의 황태자, 메르세데스-벤츠 ML63 AMG

발행일 : 2009-07-01 12:35:27

ML63 AMG는 V8 6.2리터 엔진이 뿜어내는 510마력의 파워로 폭발적인 달리기를 선사한다. AMG가 다듬은 에어매틱 서스펜션은 탁월한 안정감과 함께 안락함에 대한 배려도 있지 않았다. 하지만 파이터이기 보다는 명품 수트를 걸친 보디 빌더에 가깝다. 일상에서는 넘치는 여유를 즐길 수 있고, 최고와 함께 한다는 자부심과 당당한 존재감을 도로 위에 남길 수 있다. 글, 사진 / 박기돈 (www.rpm9.com 편집장)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스포츠 버전 AMG는 BMW M이나 아우디 S, RS에 비해 폭 넓은 모델에 적용되어 오고 있다. S 클래스에서부터 C 클래스까지의 모든 세단과 여러 쿠페 모델들, 그리고 컨버터블 모델들은 물론 SUV에까지도 적용되고 있다. 이처럼 적극적으로 AMG 모델을 선보이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영향을 받아 BMW와 아우디도 확장 추세다. 가장 인지도가 높은 BMW의 M도 적용 모델을 점차 늘려가고 있는 중인데, 최근에 와서 X5 M, X6 M에까지 확대하였지만 여전히 7시리즈엔 M 모델이 없다. 반면 스포츠 모델을 다시 두 가지 라인으로 세분하고 있는 아우디 역시 다양한 모델로 확대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Q7과 Q5에는 적용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최고 성능을 발휘하는 RS 모델은 RS4, RS6, 그리고 TT RS에 한정되어 있다. 이처럼 AMG가 가장 공격적으로 다양한 모델을 선보이고 있긴 하지만 국내 사정은 오히려 정 반대에 가깝다. M3와 M5, M6를 앞세운 BMW M이 여전히 가장 높은 인지도를 구축하고 있고, 다음으로 아우디가 거의 모든 모델들을 적극적으로 국내에 소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AMG는 수년 전부터 아주 제한 적으로 몇 가지 모델들만 국내에 소개되어 오다가 최근에 와서야 점차 확대되고 있어서 조금씩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국내에 소개한 AMG 모델은 C63, E63, CLS63, SL63, 그리고 ML63 AMG에까지 이르고 있다. 벌써 꽤 많은 AMG 모델들이 국내에 소개되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생소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만큼 다양한 마케팅 활동에서 만나볼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필자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협조를 받아 이들 중 먼저 ML63 AMG를 시승하게 되었다. AMG 모델 시승이 흔치 않은 일이니만큼 AMG와 M 엔진의 발전에 대해 잠깐 살펴보고자 한다. BMW M은 세대를 거듭하는 M3를 통해서 자연흡기 고성능 엔진 개발에 주력해 왔다. E46 M3에 와서 마침내 리터당 100마력을 넘는 자연흡기 엔진을 개발하게 되었고, 현재는 V8과 V10 엔진까지 리터당 100마력을 넘기고 있다. 반면 AMG는 처음부터 대 배기량에 의한 고출력를 지향하는 길을 가고 있다. 그러다가 2002년의 SL55 AMG를 기점으로 잠시 수퍼차저와 터보차저로 외도를 했다가 다시 V형 8기통에 배기량을 6.2리터로 키우는 카드를 꺼내 들어 현재의 63 AMG 라인을 형성하게 되었다. 필자가 자동차를 취재하기 시작한 10 년 전부터 더듬어 보면 당시엔 자연흡기 55 AMG 모델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선보인 W210형 E55 AMG가 그것인데, V8 5.5리터 SOHC 24밸브(기통당 3밸브) 자연흡기 엔진으로 354마력을 발휘했다. 당시 BMW에서는 98년 등장한 E39 M5가 V8 5리터 엔진으로 400마력을 발휘하고 있었고, E46 M3는 3.2리터 직렬 6기통 엔진으로 343마력을 뽑아내, 꿈의 리터당 100마력을 돌파했으니, 배기량 대비 출력 면에서 AMG가 한참 뒤짐을 알 수 있다. 당시 필자도 잠시 E55 AMG를 시승한 적이 있는데, 아직 초보 기자였던 필자로서는 큰 감흥을 얻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AMG는 과급기 엔진으로 눈을 돌렸고, 2002년부터 V8 5.5리터에 수퍼차저를 더한 500마력짜리 AMG 엔진이 등장했다. 이 엔진은 SL55, CL55, S55, E55, G55 AMG 등으로 확대되었다. 뒤 늦게 출력 경쟁에 재미를 붙인 AMG는 곧이어 65 AMG 모델을 선보였다. V12 6.0리터 엔진에 트윈 터보를 얹어 612마력을 얻어 냈고, 이름을 65 AMG로 명명한 것이다. 필자는 이들 중 SL55 AMG를 시승했었는데, 넘쳐나는 파워와 멋진 패키지, 매력적인 배기 사운드 등 어디 하나 흠 잡을 곳이 없는, 그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는 표현에 딱 맞는 모델이었었다. 이 당시 메르세데스-벤츠의 수퍼차저, 터보차저 엔진을 잠깐 정리하면 55 AMG 엔진은 V8 5.5 수퍼차저에 500마력(일부 모델에는 476마력), 65 AMG 엔진은 V12 6.0리터 트윈 터보에 612마력, 그리고 AMG는 아니지만 S600, CL600, SL600에는 V12 5.5리터 트윈 터보 500마력 엔진이 얹혔다. 정리하면 쉽지만 다소 복잡할 수 있는 엔진 구성이었다. 어쨌든 메르세데스-벤츠는 과급기 엔진들을 통해서나마 BMW에 한참 앞서는 고출력 시대를 열게 되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2004년 BMW는 M5를 위해 V10 5리터 엔진을 개발하면서 507마력 시대를 열었는데 여전히 자연흡기에 최신 기술을 더하는 고집을 지켜 나가고 있다.

과급기 엔진으로 출력 경쟁을 주름잡던 메르세데스-벤츠는 다시 AMG 본연의 모습인 자연흡기 대 배기량 엔진으로 눈을 돌리게 되고, 이미 500마력 대를 훌쩍 넘는 출력을 선보여 왔던 만큼 배기량을 6.2리터까지 올리면서 현재의 510마력 엔진을 선보이게 된 것이다. 결국 동급에서 근소한 차이 내에서 출력 경쟁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과거 M5가 V8 5리터로 400마력, AMG가 55 AMG로 500마력, 다시 M5가 V10 5리터로 507마력, 뒤이어 AMG는 V8 6.2리터로 510마력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6.2리터 AMG 엔진은 이 후 올해의 엔진 상을 수상하는 등 그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63 AMG를 이해하려면 역시나 AMG의 성격 자체를 이해해야만 한다. V8에 6.2리터 배기량 엔진이면 그 만큼 무게가 많이 나갈 테고, 당연히 역동성을 중시하는 모델에서는 무거운 앞머리가 핸디캡이 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AMG의 성격 자체가 BMW M과는 약간 차이가 난다는 말이다. AMG는 고성능을 지향하지만 극한의 역동성 보다는 일상적인 여유를 더 중시하는 모델이다.

ML63 AMG는 M클래스의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페이스리프트 되었다. 계단식 헤드램프가 적용된 것은 공통된 부분이고, AMG 측면에서는 번쩍이는 크롬이 입혀진 언더 커버가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다. 거기다 범퍼 아래 2단으로 나누어져 있던 공기 흡입구를 가운데로 모아 하나의 직사각형 형태로 바꾸었다. 옆모습에서는 티타늄 그레이 색상이 입혀진 새로운 디자인의 20인치 알로이 휠이 채택되었다. 휠 디자인이 무척이나 화려하다. 옵션으로 마련된 21인치 휠은 20인치 휠의 각 스포크에 줄무늬가 더 해진 모습이다. 페이스 리프트 전에는 19인치가 기본으로, 20인치가 옵션으로 제공됐었다. 옆 차에 아래쪽으로 사이드 스텝도 멋지다. 밟기 민망할 정도로 멋지지만, 앉을 때 시트가 스쳐서 닳는 것을 감안하면 타고 내릴 때 꼭 사이드 스텝을 밟는 편이 더 나을 듯하다. 뒷모습에서도 크롬 언더커버로 새롭게 바뀌었고, 틴팅 처리된 리어 램프도 중후함을 더한다.

전반적으로 이전 ML55 AMG에 비해 짜임새가 더 좋아진 느낌인데, 앞 공기 흡입구는 다소 의외다. 시승기의 사진으로 봐서는 그리 이상할 것이 없고 터프한 이미지가 돋보이지만 그것은 시승차가 검정색인데다 공기 흡입구도 검정색이어서 그렇다. 보도용으로 제공된 사진의 은색 ML55 AMG는 직사각형의 검정색 공기 흡입구가 아래쪽에 떡 하니 자리하고 있어 마치 만화 속 주인공이 사각형으로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한 형상이다. 적응이 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듯 하다. 어쨌든 검정색 새 ML55 AMG는 스타일이 많이 화려해졌다.

실내로 들어서면 역시나 역동성과 화려함이 공존한다. 우선 눈에 띄는 스티어링 휠은 새 ML55 AMG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은 장치다. 페이스리프트 전에는 근육질이 돋보이긴 해도 원형이었지만 신형은 윗부분만 둥글고, 아래 부분은 4각형에 가까운 스타일이다. 보기에는 덜 각 져 보이지만 실제 잡았을 때 각진 느낌이 아주 매력적이다. 직경이 작은 편은 아니지만 차의 크기를 감안하면 SUV와 잘 어울리는 적당한 크기다. 각진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재미가 남다른데, 왜 오랫동안 동그란 스티어링 휠 만 고집해 왔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스티어링 휠 사이로 보이는 계기판 역시 AMG 로고가 선명한 AMG 전용이다. 속도계 눈금은 무려 320km/h까지 기록되어 있지만 아쉽게도 공장에서 출고되면서 최고속도는 250km/h에서 차단되도록 설정되어 있다. 최고회전수가 7천 rpm까지 올라가는 점도 눈 여겨 볼만하다.

다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근육질의 우람한 가죽 시트다. 최고급 나파 가죽을 적용해 고급스럽고 어깨 부분에는 알칸타라로 꾸몄다. 등받이 상단에는 조그만 타원형의 AMG 배지로 엑센트를 주었다. 전동조절식 시트에는 옆구리를 지지하는 날개에 공기를 불어 넣어 단단하게 옆구리를 조여주는 기능도 갖추어져 있다. 조절은 시트 앞 오른쪽(운전석 기준)에 별도로 마련된 장치를 이용한다. 보통 그 조절 장치에 함께 있기도 하는 안마 기능은 생략되었다. 시트 온도 조절은 냉방과 난방이 함께 갖추어져 있다. 재미있는 점은 헤드 레스트가 아래 부분만 조절되도록 되어 있는데, 아래 부분을 당기면 상당히 편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페이스리프트에서 바뀐 부분은 없다.

실내 곳곳에는 검정색 가죽과 잘 어울리는 알루미늄 부속들이 배열되어 있는데, 스티어링 휠 뒷면에 장착된 시프트 패들이 가장 돋보인다. 도어 트림, 스티어링 휠, 센터 터널 등에 부착되어 있는 알루미늄 띠들은 일관된 디자인적 터치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지난 ML280 CDI 시승차에는 데시보드가 가죽으로 감싸져 있어서 인테리어의 화려함을 이끄는 역할을 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ML55 AMG에는 그냥 플라스틱 재질 그대로여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어차피 데시보드 가죽 처리는 옵션 사항이지만, 불과 얼마 전 더 좋은 것을 봐 버려서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아는 게 병이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있는 모니터를 통해서는 다향한 정보와 멀티미디어가 제공되는데, 여전히 리모컨을 사용해야만 하는데다 모니터와 해상도가 잘 맞지 않아 디테일이 떨어지는 내비게이션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도 오디오는 최고급 하만 카돈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카오디오 브랜드다. 보스 시스템보다 섬세한 음을 더 잘 표현하면서 보스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 강력한 비트를 즐길 수 있어 마음에 든다. 트렁크 공간을 너무 넓게 차지해서 인지 뒷좌석 공간은 동급에 비해 넓지 않다. 시트를 접을 때 바닥을 먼저 세우고 등받이를 눕히는 방식도 불편하다. 하지만 작동은 깔끔하게 이루어지고 바닥도 평평하게 만들 수 있다.

엔진은 앞서 정리한 것처럼 V8 6.2리터 510마력 엔진이 장착되었다. AMG의 특징 중 하나가 또 멋진 엔진커버인데 63 AMG 역시 커버가 멋지다. 커버 가운데는 전통대로 이 엔진을 조립한 장인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최고출력 510마력은 6,800rpm에서 나오고, 최대토크는 64.2kg.m/5,200rpm이다. 변속기는 AMG 스피드시프트 7G-트로닉이며, 0~100km/h 가속은 5.0초가 걸린다. 파워트레인에서는 페이스리프트에 의한 변화는 없다.

ML63 AMG는 데뷔와 함께 가장 강력한 SUV를 지향했지만 아쉽게도 번번이 포르쉐 카이엔 터보 S의 521마력과 550마력에 밀려 오다, 최근 등장한 X5 M, X6 M의 V8 4.4리터 트윈터보 555마력에게도 자리를 내 주게 되었다. 하지만 뭐 X5 M은 가장 최근에 등장한 데다 기본적으로 성격이 다르고, 포르쉐랑 비교하면 적어도 카이엔 터보에 비해서는 더 강력한 것이 사실이라는 점에서 위안이 될 수 있겠다. 어쨌든 ML63 AMG의 힘은 넘쳐난다. 어떤 영역에서도 머뭇거림이 없이 폭발적인 가속이 이루어진다. 0~100km/h 가속 5초의 실력에는 거품이 없다. 급가속을 하면 50, 90, 140, 200km/h에서 각각 변속이 이루어지고, 변속 시 회전수는 7,000rpm에 이른다. 다시 250km/h까지 치고 나간 후 그만 속도 제한에 걸려 버린다.

AMG를 탈 때마다 감동하는 것 중의 하나는 참 매력적인 배기 사운드다. 약간 허스키한 저음에 비트도 적당히 살아있다. 엔진 배기음으로 부담 없이 가장 멋지게 들리는 소리가 아닐까 생각해 볼 정도다. 아마 기억하기로는 SL55 AMG 이후부터 이런 소리를 가졌던 것 같다. 수퍼차저를 쓰던 55 시절에 비해 배기량이 늘어난 자연흡기인 63 모델들에서 허스키한 느낌이 살짝 강해진 것도 같다. 어쨌든 AMG의 배기음은 금상첨화다. ML63 AMG의 주행에서 폭발적인 파워야 당연시 되는데, 오히려 기대 이상의 탄탄한 안정감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에어매틱을 기본으로 AMG가 손 본 스포츠 서스펜션이 더해져 탁월한 노면 장악력이 몸으로 느껴진다. 굳이 산길을 달리지 않더라도 네 바퀴가 땅을 움켜 쥐고 있는 느낌이 전달되는 것이 마치 포르쉐를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포르쉐 만큼 단단하지 않고, 단단함 속에 안락함이 묻어있긴 하지만 말이다.

거기다 감쇠력을 3단계로 조절할 수 있고, 차고도 2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 상황에 따라 운전자가 원하는 최적의 주행 안정성을 얻어낼 수 있다. 19인치에서 20인치로 늘어난 타이어의 역할도 클 것이다. 안정감 면에서는 탁월하겠지만 워낙 광폭인 295/40ZR20 요코하마 어드반 스포츠 타이어는 노면도 상당히 타는 편이어서 매끄럽지 못한 길을 달릴 때는 매력적인 스티어링 휠을 쥔 손에 힘을 조금 더 주어야 한다. 반면 ML63 AMG 파워트레인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7G-트로닉이다. AMG 스피드시프트라고는 하나 회전수 매칭 기능이 없는데다 변속 시간도 매력적으로 빠르지만은 않다. 3가지 중 선택할 수 있는 변속모드는 C와 S에서 조금 차이가 난다. 충분히 가속할 땐 S모드에서 확실히 더 역동적이다. C나 S로 주행하다 패들 시프트를 사용할 경우 임의로 변속할 수 있는데, BMW나 아우디, 포르쉐 등과는 달리 일정시간 정속 주행을 해도 다시 D모드로 돌아가지 않는다. D모드로 돌아가려면 오른쪽 패들을 약 1초 정도 당기고 있으면 된다. 반대로 왼쪽 패들을 약 1초 정도 당기고 있으면 한 단씩 기어가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단번에 최고 회전수를 사용하는 기어로 전환된다. M모드에서는 C, S와 달리 레드존에 이르러도 자동으로 변속이 이루어지지 않고 연료차단에 들어가므로 보다 적극적으로 변속에 참여해야 한다. 그런데 레드존인 7천 rpm에 이르러서 변속 패들을 당기면 늦다. 그럴 경우 잠깐 울컥하다가 오히려 늦게 변속이 된다. M모드에서는 6천 rpm을 넘기는 시점에서 계기판 상단에 2up, 3up, 4up 이라는 메시지가 뜨는데 그 때 변속 패들을 당기면 울컥거리지 않고 매끄럽게 변속된다.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폭발적인 파워와 탄탄한 서스펜션으로 와인딩을 달리는 재미가 솔솔 하겠지만 코너 진입 전 기어를 내릴 때 회전수 매칭이 되지 않고 변속도 빠르지 않아 역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회전수 매칭이 되는 신형 변속기가 이미 SL63 AMG에 적용되고 있느니 빠른 시일 내에 확대 적용되기를 기대해 본다. 브레이크 성능에서는 아쉬움이 없다. 페달 답력이 포르쉐에 비해서는 좀 가볍지만 밟는 만큼 정확하게 속도를 줄여주므로 제동 성능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다. 결국, 앞서 말했듯이 AMG의 성격을 잘 이해한다면 ML63 AMG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차다. 실제로 와인딩을 극한으로 달릴 일은 흔치 않다. 반면 일상에서 넘치는 여유를 즐길 수 있고, 도로 위에 당당한 존재감을 남길 수 있다. 무엇보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내내 최고와 함께 한다는 자부심으로 행복해 할 수 있다. 태생이 크로스오버이긴 하지만 BMW X5 등에 비해 훨씬 더 오프로드 지향인 M클래스인 만큼 대자연 속에서 여유를 즐기기에도 크게 부족함이 없다. ML63 AMG는 편평비가 낮은 초 광폭 타이어 때문에 큰 돌부리는 조심해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4:6으로 구동력을 항상 네 바퀴에 나누어 전달하는 AWD 시스템에다 차고를 높일 수도 있으니 웬만한 모래밭 정도는 여유를 가지고 들어가도 될 것이다. ML63 AMG는 전선 최전방에서 피 튀기며 싸우는 전사이기 보다는 힘과 여유를 함께 가진 황태자에 가깝다. 힘과 권력으로 모든 군사를 제압하면서도 최악의 상황이 아니면 힘을 쥐어 짜낼 필요가 없고 전선에서도 화려한 막사 안에서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오프로드의 황태자.

▶ [rpm9] 메르세데스-벤츠 ML63 AMG 시승사진 고화질 갤러리RPM9 [ http://www.rpm9.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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