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는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다. BMW를 탈 때마다 놀랄 때가 많았다. 포르투갈에서 만난 5시리즈도 그렇다. 구형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다만, 이어 모델로 익숙해졌기 때문에 충격은 덜하다. 신형 5시리즈는 놀랄 만큼 조용하고 편하다. 물론 특유의 빠름을 잊은 건 아니지만 말이다. 이제 5시리즈는 `컴포트 스포츠`로 불러야겠다. `럭셔리 스포츠`의 창시자였던 BMW는 5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줄 생각인가보다.
글 / 한상기 (rpm9.com 객원기자)
사진 / BMW, 한상기
5시리즈는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화제가 된다. 업계의 트렌드를 이끄는 BMW의 핵심 모델이기 때문이다. 5시리즈는 언제나 새로운 기술을 선보여 왔고 많은 메이커들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특히 핸들링 성능이 그렇다. 포드는 링컨 LS의 광고에 “BMW 5시리즈 보다 핸들링이 좋다”는 문구를 삽입할 정도였다. 물론 더 좋지는 않았다.
오늘날 BMW가 스포티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도 5시리즈다. 세상에서 가장 핸들링 좋은 세단이 5시리즈의 별명이었다. 성능도 그에 걸맞게 좋았다. 구형(기존 모델)의 경우 충격적일 정도였다. 현재의 5시리즈가 처음 나왔을 때 비슷한 급의 차종을 모아 비교 시승을 진행한 적이 있다. 장소는 태백 서킷이었는데, 5시리즈는 수준이 달랐다. 하체는 엄청나게 딱딱했고 액티브 스티어링은 사납다고 느낄 정도였다. 슬라럼에서는 정말 짜릿함 그 자체였다. 이랬던 5시리즈가 연식 변경을 거치면서 조금씩 부드러워졌다. 이를 통해신형 5시리즈의 변화를 예상할 수도 있었는데, 직접 타보고서야 알았다. 신형 5시리즈를 포르투갈에서 만났다.
멀다고 말만 들었는데 포르투갈은 정말 멀다. 인천 공항에서 리스본의 숙소에 도착하기까지 장장 16시간이 걸렸다. 최근 포르투갈은 신차 런칭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BMW는 5시리즈 뿐만 아니라 Z4와 5시리즈 그란투리스모도 포르투갈에서 시승 행사를 열었다.
시승에 앞서 5시리즈의 역사를 잠시 살펴보자. 5시리즈는 이번에 공개된 모델이 6세대이며 시작은 1972년에 나온 520i다. 차급과 배기량을 나타내는 숫자의 조합으로 차명을 정한 게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초대 모델은 전 세계적으로 70만대가 넘게 팔리면서 바로 전 모델인 1500/1800/2000 시리즈 보다 2배 이상의 판매고를 거뒀다. 하지만 5시리즈의 본격적인 성공 가도는 1981년 나온 2세대부터라고 할 수 있다. 2세대는 524td 등의 디젤 모델 투입으로 7년 만에 72만대 이상이 팔렸고 85년에 나온 E34 M5로 인해 고성능 이미지가 확실히 각인됐다.
역대 가장 성공적인 5시리즈는 1995년의 4세대이다. 4세대는 출시 이후 2004년까지 147만대라는 실적을 올렸다. 알루미늄 서스펜션을 채용한 것은 5시리즈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2003년 나온 5세대는 액티브 스티어링을 적용하면서 핸들링 성능이 더욱 강화됐다. 판매 대수는 2007년 말 기준으로 1백만 대가 넘었고 5시리즈의 누적 판매량은 작년 말로 550만대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5시리즈는 BMW의 가장 중요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1, 3, 5시리즈에서 BMW 수익의 절반이 나온다.
엑스포에 도착하니 시승을 위한 5시리즈가 예쁘게 도열돼 있다. 실물로 본 신형 5시리즈는 사진에서 받은 느낌과 거의 동일하다. 외관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7스럽다. 신형 7시리즈가 이미 나왔기에 쉽게 비교가 된다. 세대가 지나면서 차체가 커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신형 5시리즈는 기함의 영역에 더 가까워졌다.
전장×전폭×전고는 각각 4,899×1,860×1,464mm, 휠베이스는 2,968mm로 구형(4,841×1,846×1,468mm, 2,888mm)에 비해 모든 부분이 조금씩 늘어났다. 전고만 4mm 줄었을 뿐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수치 이상으로 커진 느낌을 받는다. 이는 앞뒤 트레드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엑스포에 전시된 구형과 비교해 보면 차급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특히 3m에 달하는 휠베이스는 대형급에 육박하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전장은 4cm 늘어났을 뿐이지만 휠베이스는 8cm가 늘어났다. 즉 앞뒤 오버행을 줄인 것이다. BMW는 뒷바퀴굴림을 강조하는 짧은 오버행이 외관의 특징이었지만 신형은 그런 면을 더욱 부각했다고 할 수 있다. 오버행이 줄어들면 충돌 안정성과 보행자 안정성에 불리하지만 기술적인 혁신으로 극복했다 밝혔다.
5시리즈는 전통적으로 3과 7의 장점만을 취했다. 하지만 신형은 7에 더 가깝다. 구형은 외관에서도 타이트한 긴장감이 흘렀지만 신형은 그런 모습이 상당히 희석됐다. 스포티하다기 보다는 중후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디자인이야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지만 차가 커지고 기함과 비슷한 모습이 됐다는 것은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다.
디테일은 구형과 완전히 다르고 7과도 조금 차별화 된다. BMW의 특징과도 같은 키드니 그릴은 7 보다 위치가 낮고 넓어졌다. 보닛 자체도 낮지만 그릴 주변의 윤곽도 더 강하게 표현됐다. 크기가 늘어난 인테이크는 대부분의 엔진이 터보로 바뀐 것을 감안한 설정이며 스포티함을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구형과 비교한다면 사이드의 캐릭터 라인이 상당히 뚜렷해진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팀에게는 총 6대의 5시리즈가 배정됐다. 시승차는 530d 2대와 535i 4대가 제공됐고 우선 디젤 모델을 골랐다. 신형 5시리즈는 우선 7가지 모델이 나오지만 시승 행사에는 530d와 535i만 나왔다. 이중 530d는 한국에서도 주력이 될 수 있는 모델이다. 530d는 최고 출력 245마력/4,000rpm, 최대 토크는 55.0kg.m/1,750~3,000rpm을 발휘한다.
우선적으로 출시되는 모델은 가솔린이 523i와 528i, 535i, 550i, 디젤은 520d와 525d, 530d이다. 재미있는 건 6기통 가솔린과 디젤의 배기량은 모두 3리터이다. 가솔린은 3리터로 자연흡기 2가지와 터보가 나오고 디젤은 당연히 모두 터보이다. 차명의 숫자와 배기량이 일치하지 않는 게 더 이상 새롭지 않다.
BMW는 가장 빨리 엔진을 업데이트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 하게도 신형 5시리즈에 처음 선보이는 엔진은 없다. 하지만 모두 2년 내 선보인 새 유닛이다. 그만큼 엔진의 업데이트가 빠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동변속기는 죄다 8단이다. 기존의 ZF 2세대 6HP에서 단숨에 8단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신형 5시리즈는 4기통에도 8단을 선택할 수 있고 이는 업계 최초이다. 520d에 적용될 경우 변속기의 기어 수가 엔진의 기통수 보다 2배나 된다. 그리고 전 모델에 이피션트다이내믹스가 기본이다.
첫 날의 시승은 고속도로와 국도, 와인딩이 적절히 섞여 있다. 엑스포를 출발해 숙소까지 약 2시간이 소요되는 코스이다.
530d는 정숙성이 대단하다. 엔진 자체 보다는 방음이 더욱 좋아진 느낌이다. 아이들링에서는 약간의 디젤 소음만 들리고 일단 움직이면 그 소리마저 잦아든다. 그리고 터보가 직동하는 구간에서는 가솔린과의 차이가 실질적으로 사라진다. 엔진의 회전 자체도 부드럽고 타코미터의 바늘은 레드 존까지 순식간에 솟구친다. 디젤이지만 급 가속 시 레드 존을 넘겨 변속되는 건 BMW스럽다고 할 수 있다.
고속도로의 주행 감각은 그야말로 매끄럽다고 할 수 있다. 구형 530d와 비교 시 가장 큰 차이점은 조용하고 부드럽다는 것이다. 너무나 매끄럽게 속도가 상승하고 엔진의 볼륨은 그에 비례하지 않는다. 200km/h 이상의 고속에서도 생각보다 바람 소리가 적다. 정숙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게 역력하다.
엔진의 최대 토크는 1,750 rpm에서 나오는데 실질적으로는 더 빠르다. 스트레스가 매우 적다. 제원상 0→100km/h 가속 시간은 6.3초로, 출력이 50마력 이상 높은 535i의 6.1초와 거의 대등하다. 다음날 535i 시승에서도 느꼈지만 비슷한 성능이라면 530d가 훨씬 매력적이다.
한적한 상황에서 내본 최고 속도는 245km/h이다. 이때의 회전수는 6단 4,500 rpm으로 회전수의 여유나 달려가는 기세를 보면 속도 제한 이상의 힘을 갖고 있다. 7 또는 8단으로 변속해도 속도가 유지된다. 고속 주행 시 안정성도 더 좋아졌다. 가장 마지막으로 타본 구형 5시리즈는 535d였는데, 너무나 뛰어난 엔진과 달리 고속에서는 약간의 불안함이 있었다. 하지만 신형은 그 보다는 낫다.
ZF의 8단 AT는 760i에 이어 5시리즈에도 적용됐다. 시장에 나온 다단변속기 중 가장 비싼 유닛이라고 할 수 있다. 기어가 2개나 늘었지만 사이즈도 큰 차이가 없다. 내리막에서는 부드럽게 엔진 브레이크를 걸고 다운 시프트 시에는 정확하게 회전수를 매칭시킨다. 2세대 6HP에 비해 변속 시간이 짧아졌는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모든 작동이 더할 나위 없이 매끄러운 건 사실이다. 시프트 패들이 오른쪽은 시프트 업, 왼쪽은 시프트 다운으로 바뀐 것은 반가운 변화이다.
서스펜션은 컴포트와 노멀, 스포트, 스포트 플러스 4가지 모드가 제공된다. 컴포트에선 꽤나 부드러운데, 단단함을 기대하고 모드를 변경해도 생각만큼 단단해지진 않는다. 컴포트에서 스포트로 바로 넘어가도 댐핑 초반만 딱딱해지는 정도이다. 초반을 넘어가면 여전히 부드럽다. 물론 부드럽다고 해서 롤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조금은 의외이다. 스포트 플러스에서는 엔진과 변속기의 반응이 한층 날카로워지고 DSC도 해제된다.
고속도로가 끝나고 와인딩으로 접어들면 조금 부담스러워진다. 우선 리스본 근교의 와인딩은 차선이 좁아 차폭이 넓은 신형 5시리즈에게 적당한 장소는 아니었다. 그리고 많은 제어가 이뤄지는 댐핑 및 전자 장비의 감각이 약간은 생소하기도 했다. 코너를 돌아갈 때 뒤가 휙휙 따라오는 느낌은 꼭 후미가 날아갈 것 같기도 하다. 이는 타이어의 사이드 그립이 조금은 부족하기 때문인 걸로 보인다. 대신 전자 장비가 부족해진 타이어 그립을 커버한다. 고속도로 진입 전에 과도한 엑셀 온으로 뒤가 돌았지만 자세를 바로 잡는 게 정말 빠르다. 이런 부분은 다음 날 에스토릴 서킷에서 보다 확실히 파악할 수 있었다.
첫 날의 시승을 조금 일찍 마치고 비로소 실내를 살펴보았다. 실내는 외관처럼 7시리즈의 분위기가 물씬하다. 전반적인 디자인도 비슷하다. 센터페시아나 기어 레버 주위도 그렇고 스티어링 휠 왼편의 버튼들도 완전히 같다. 개인적으로는 같은 회사의 신차 실내 디자인이 같아지는 것에 불만이 있다. 아마 개발 기간 단축을 포함한 코스트의 문제일 것이다. BMW만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사실은 BMW 보다 더한 메이커가 많다.
실내의 소재는 7에 육박할 만큼 고급스럽다. 베이지색 가죽과 우드, 플라스틱이 어우러진 실내는 기함 부럽지 않은 고급스러움을 자랑한다. 이전과 느낌이 다른 것은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에 부드러운 라인이 추가된 것이다. 이는 넓은 공간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우드 트림은 끝으로 갈수록 부드럽게 꺽이고 있다.
운전자쪽으로 6도 기울어진 센터페시아 역시 7과 동일하다. 듀얼 공조 장치는 개별 액정을 통해 바람의 세기와 온도 등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고 뒷좌석까지 4존 자동 에어컨이 제공된다. 편의성으로 본다면 다이얼로 바람 세기를 조절했던 구형이 더 편하게 느껴진다. 기어 레버 옆에는 7시리즈처럼 어댑티브 드라이브 버튼이 추가됐다. 모드를 선택하면 관련 정보가 아이드라이브에 표시된다.
아이드라이브는 프로페셔널 내비게이션을 선택하면 모니터가 10.2인치로 커진다. 3D 맵의 경우 길안내 기능이 아주 탁월해 초행길도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었다. 반면 길을 잘 못 들었을 때 재경로 탐색은 느린 편이다. 아이드라이브는 80GB 하드디스크가 내장돼 있고 운전자는 이중 12GB를 사용할 수 있다.
가죽으로 감싼 스티어링 휠에는 많은 버튼들이 달려 있다. 오디오와 전화는 물론 음성 인식, 그리고 ACC까지 컨트롤 할 수 있다. 어지간한 기능은 운전대에서 손을 떼지 않고도 조작할 수 있다. 거기다 HUD는 표시되는 정보가 더 늘어나 시선을 밑으로 내릴 일이 별로 없다. HUD는 폰트도 예뻐졌다. 계기판에는 실시간 연비 게이지 옆에 파란색의 이피션트다이내믹스 게이지가 추가됐다.
구형에 비해 몇몇 버튼이 추가됐는데, 우선 오버헤드 콘솔에 응급 센터와 연락을 취할 수 있는 SOS 버튼이다. 이는 커넥티드드라이브에 통합되는 것으로 긴급 호출은 물론 교통 정보와 차량, 여행 등의 풍부한 정보가 제공된다. 오디오 패널에도 실시간 교통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버튼이 있다. 서라운드 뷰와 자동 주차 시스템은 3월 생산분부터 탑재된다고 한다.
가죽 시트는 하체처럼 푹신하다. 출렁거릴 정도는 아니지만 BMW인 것을 생각하면 쿠션이 강조됐다는 뜻이다. 가죽 시트는 당연히 모든 조작이 전동이고 등받이의 상단과 방석의 앞부분을 별도도 조절할 수도 있다. 등받이 상단을 따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운전 자세에 깐깐한 사람한테는 꽤나 좋은 기능이다.
확장된 휠베이스에 따라 2열 역시 늘어났지만 구형도 충분했기에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2열에도 개별적으로 공조 장치가 적용되고 리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옵션으로 고를 수 있다. 2열 엔터테인먼트의 모니터는 기본이 8인치, 옵션은 9.2인치가 제공된다. 트렁크 용량은 대형급에 육박하는 520리터이다.
시승 둘째 날은 535i가 배정됐다. 535i는 306마력/5,800rpm, 40.8kgm/1,200~5,000rp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수치만 본다면 기존의 트윈 터보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트윈 터보(N54)에서 싱글 터보(N55)로 바뀌었다. BMW는 싱글 터보가 트윈 터보와 힘은 동일하지만 연비는 더 좋고 코스트에도 유리하다고 했다. 실제로 운전해 보면 트윈 터보와의 차이점을 알아채기 힘들다. 오히려 저속에서는 힘이 더 좋다. 최대 토크가 1,200rpm부터 나오니 지체 현상이 사실상 없다고 해야겠다. 트윈 터보는 나온지 몇 년 만에 빠르게 싱글 터보로 대체되고 있는데, 이러면 기존의 N54는 더 높은 출력이 나올 게 확실하다. 6기통 싱글 터보와 V8 트윈 터보와의 갭이 100마력이나 난다.
둘째 날 시승은 에스토릴 서킷 주행이 하이라이트였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예상 밖의 많은 비가 내렸다. 앞이 안보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노면 상태는 대단히 미끄러웠다. 에스토릴 서킷 6랩을 달리면서 느낀 것은 크게 새 던롭 타이어의 횡방향 그립이 생각 보다 안 좋다는 것, 그리고 이를 커버하는 전자 장비의 제어가 대단히 우수하다는 것이다. 시승 당일 서킷의 노면은 페이스카조차 후미가 쉽게 흔들릴 정도로 미끄러웠다.
국도와 달리 서킷은 스핀해도 큰 부담이 없고 안전 지대도 있다. 530d로 느낀 일말의 불안함은 서킷에서 말끔히 사라졌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어지간히 속도가 높지 않는다면 라인을 벗어나지 않는다. 스포트 플러스 모드조차도 결국 DSC가 해결한다. 스포트 플러스에서는 DSC가 해제되지만 개입이 조금 더 늦춰진다. 운전의 재미로만 본다면 스포트 플러스가 가장 낫다.
경험상으로 비가 온다곤 하지만 타이어의 그립이 이렇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던롭의 UHP는 연비를 위해 구름 저항을 줄이면서 측면 그립이 감소한듯 싶다. 이런 그립의 감소를 전자 제어로 커버한다. 거기다 EPS와 액티브 스티어링, 리어 스티어까지 연동된다. 이는 업계 최초이다.
리어 스티어는 60km/h 이하의 속도에서 리어 휠이 앞바퀴와 반대로(최대 2.5도) 움직이고 고속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조향된다. 이 때문에 회전 반경이 줄어들고 고속 크루징에서는 더욱 안정적이다. 속도가 높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특유의 손맛이 줄어든 것은 아쉬운 일이다. 다른 것 보다 EPS의 적용이 가장 큰 이유다. EPS가 초기 보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기존 유압의 필링에 못 미친다고 하겠다.
5시리즈는 럭셔리하면서도 다이내믹했다. 이 둘을 잘 조화시킨 상품성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하지만 신형은 다이내믹 보다 럭셔리와 컴포트의 성격이 더 진하다. 많은 하이테크를 담으면서 대중적인 성향을 가미한 것이다. 이는 기존의 BMW를 생각할 때 조금은 생소하다고 할 수 있지만 점차 부드러워진 구형을 보면 예견된 방향이었다. 이는 고객층의 확대, 즉 더 많은 판매를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5시리즈에는 BMW의 고심이 담겨 있다.
성격이 어떻게 변했든 신형 5시리즈는 잘 팔릴 요소가 충분하다. 7스러워진 안팎의 디자인과 편의 장비가 그렇고 무엇보다도 ‘BMW 5시리즈’인 것이다. 5시리즈면 못해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 네임밸류의 차가 아닌가. 8단 AT의 520d도 상당히 기대된다. 국내 출시는 4월인데 독일과 겨우 1달 정도의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