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C가 사정권에 들어 왔다. 4,690만원이란다. 번듯한 크기의 벤츠 세단으로서 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MB도 어장관리하나 보다.
글 / 한상기 (rpm9.com 객원기자)
사진 / 박기돈 (rpm9.com 팀장)
수입차의 가격은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국산차의 가격은 꾸준하게 올라간다. 뭐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좀 된 얘기인데, 벤츠는 좀 달랐다. 벤츠는 그동안 범접하기 힘든 가격을 뽐냈기 때문에 수입차의 대중화라는 시류에는 여전히 빗겨 있었다. 물론 B 클래스라는 저가 모델이 있긴 했지만 전통적인 ‘벤츠’를 원했던 사람에게는 눈에 차느냐 말이지.
벤츠하면 자고로 멋들어진 세단이 정답. E도 좋지만 S 비슷한 C도 나쁘지 않다. 이전의 C를 생각하면 안 된다. 지금의 C 클래스는 차가 꽤나 커졌다. 번듯한 크기이다. 국산차와 비교를 해본다면 신형 아반떼와 거의 비슷하다. C 클래스의 전장×전폭×전고는 4,585×1,770×1,450mm, 휠베이스는 2,760mm, 아반떼는 4,530×1,775×1,435mm, 2,700mm이다. 차체 사이즈로 보면 같은 준중형급인데 체감은 C 클래스가 더 커 보인다. 그릴에 커다랗게 붙은 벤츠 마크의 힘인가?
C 클래스는 세단임에도 엠블렘이 그릴에 붙는다. 운전자 입장에서 보면 아쉬울 수 있다. 운전석에서 언뜻 보이는 세 꼭지 별 엠블렘은 차에 대한 만족감을 높여준다. 이 엠블렘이 벤츠 전력의 최소 30%는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인지 그릴에 붙는 엠블렘이 점점 커지는가 보다.
17인치 휠에는 콘티넨탈의 콘티스포트콘택 3 타이어가 매칭된다. 매우 접지력이 좋으면서 매우 시끄러운 타이어이다. 이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어지간한 방음을 다 뚫어 버린다. 벤츠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의 벤츠 오너들이 시끄럽다는 말을 안 하는지 궁금하다.
실내의 디자인은 E 클래스에 바탕을 두고 있다. 기본적인 센터페시아 디자인이 같다. 버튼의 모양 정도가 다를 뿐이다. 반면 공조 장치는 C 클래스 쪽이 더 좋다. E 클래스는 온도 조절을 버튼으로 하지만 C 클래스는 다이얼 방식이다. 다이얼 방식이 더 눈에 잘 들어오기도 하지만 조작도 편하다.
E 클래스처럼 C의 실내 재질이 이전보다 떨어지는 것은 실망스럽다. 대시보드 플라스틱의 질감은 벤츠답지 않다. 막말로 벤츠니까 넘어가주는 면이 많다. 요즘 신차를 보면 성능과 연비가 좋아지는 것에 감탄을 하곤 한다. 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는 실내 디자인이 같아지고 재질이 다운그레이드 되는 현상이 대중 브랜드 보다 심한 것 같다. C 클래스도 여기에 해당된다.
가격이 싸다고, 재질이 떨어진다고 실내가 깡통은 아니다. 코맨드 시스템을 비롯해 어지간한 편의 장비는 다 있다. 센터페시아의 오디오나 코맨드 시스템은 사용하기가 참 편한 디자인이다. 참고로 시승차는 아방가르드 버전으로, 파노라마 루프와 내비게이션, 커맨드 시스템이 기본 적용된다.
딱 하나 흠이라면 후방 카메라가 없는 것. 아무리 그래도 후방 카메라는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명색이 벤츠인데 이렇게 저화질의 내비게이션은 좀 그렇다. 성의 부족이나 아닌가 싶다. 내비게이션을 리모컨으로 조작하는 것도 조금은 불편하다. 요즘은 어지간하면 다 터치스크린이다.
2열 공간은 넉넉하다. 남아도는 수준은 아니지만 성인이 타도 레그룸에 조금은 여유가 있다. 뒷바퀴굴림이어서 센터 터널이 튀어나온데 따른 불편함은 어쩔 수 없다. 트렁크도 차체 사이즈에서 기대하는 이상으로 크다. 입구도 넓지만 반듯하게 정리가 잘 돼 있는 것도 장점이다.
엔진은 C 200 CGI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2천 cc..가 아니라 1.8리터 터보이다. 이 엔진은 C와 E 클래스에 올라가는 것으로 C 200 CGI는 국내에서 팔리는 C 클래스의 엔트리 모델 역할을 한다. 벤츠와 BMW의 경우 차명 보고 배기량 알아맞히기가 힘들어졌다.
일단 C 200 CGI는 C 200 K의 후속 모델이다. C 200 K도 1.8리터라는 배기량에 과급기를 쓴 것은 같지만 형식이 달라졌다. 배기량은 완전히 동일한 반면 수퍼차저 대신 터보를 달았다. 벤츠도 4기통 엔진에 터보를 달기 시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엔진은 같은데 과급기가 터보로 바뀌었기 때문에 헌 것 같은 새 것이라고 해야 할까.
과급이 터보로 변했지만 출력은 184마력으로 같다. 하지만 최대 토크는 25.5kg.m에서 27.5kg.m으로 소폭 올랐다. 단순히 수치만 오른 게 아니라 발생 회전수가 낮아지고 넓어진 것도 특징이다. C 200 K는 최대 토크가 2,800~5,000 rpm이었지만 C 200 CGI는 1,800~4,600 rpm으로 한결 개선됐다. 반응이 더 빠르다는 수퍼차저 보다 토크의 발생 회전수가 낮고 넓어졌으니 요즘 터보가 그만큼 좋아졌다 해야겠다. 엔진 형식이 바뀌면서 차명도 숫자+K에서 숫자+CGI 블루이피션시로 바뀌었다.
C 200 CGI의 가장 큰 장점은 타면서 큰 배기량의 엔진 같다는 점이다. 모르고 타면 엔진이 1.8리터가 아닌 줄 알 것이다. 이는 구형인 200 K와 비슷하지만 움직임은 한결 여유롭다. 초반의 느낌은 같은 듯 하면서도 다르다. 최대 토크의 발생 시점이 당겨진 게 가장 크다. 그리고 터보로 바뀌면서 엔진의 음색도 좀 더 스포티해졌다. 같은 엔진인데 E 200 CGI과 달리 직분사 소음이 별로 들리지 않는 것은 다른 점이다.
C 200 CGI는 같은 파워트레인의 E 클래스 보다는 초기 반응이 빠르다. 그래도 다른 모델에 비하면 둔한 편이다. 가속 페달의 답력 자체가 무거워서 취향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갈릴 듯싶다. 무겁지만 느낌 자체는 정확하다.
1.8리터라는 배기량을 생각하면 힘이 부족할 듯싶지만 184마력은 모자람 없는 출력이다. 실제로도 가볍게 움직인다. 넘친다고 할 수 없지만 크게 모자라지도 않는다. 0→100km/h 가속 8.2초(구형은 8.6초)도 괜찮은 수치이다. 반면 수치에 비해 체감 가속은 좀 느리다.
5단 변속기의 기어비는 이전 세대와 같다. 엔진의 형식은 바뀌었지만 간격이 넓은 기어비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C 200 CGI는 3단에서 180km/h 이상 가속되고 최고 속도는 4단에서 나온다. 기어비만 본다면 힘 센 엔진과 어울린다.
4단으로 최고 속도가 나오기 때문에 5단은 항속용이다. 200마력 이하에서 이렇게 기어비가 길면 가속이 좀 지루해지기 쉽다. C 200 CGI도 3단까지는 괜찮은 가속력을 보이지만 4단으로 넘어가면 다소 밋밋하다. 그래도 꾸준하게 속도가 올라가는 게 신기하다. 만약 6단이었으면 5단까지 기어비를 촘촘하게 배치했을 것이다.
변속기는 기어 레버를 좌우로 움직여 수동 조작할 수 있다. 기어비 간격이 넓어 수동 모드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다. C와 S 모드 변환에 따른 차이도 크지 않다. 다른 벤츠처럼 수동에서 오른쪽으로 길게 밀면 D로 돌아간다.
벤츠가 사용하는 5단 변속기는 오래된 유닛이다. 기본적으로 성능이 검증된 변속기라는 뜻이다. 특별난 성능은 아닐지라도 내구성이 좋고 무난한 성능을 제공했다. 그런데 C 200 CGI는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르게 변속 시 충격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지만 추가 확인 결과 이 문제는 시승차 만의 문제인 것으로 확인됐다.
벤츠를 타면서 항상 감탄하는 부분은 서스펜션의 세팅이다. 승차감이라는 면에서 다른 차와 수준을 달리한다. 일반적인 용도의 승용차로서 더 이상의 승차감을 생각하기 힘들 정도다. 벤츠가 대체로 그렇긴 하지만 C 200 CGI 역시 오래 운전해도 피곤함이 덜하다. 고속에서 승차감이 좋은 것은 물론이다.
하체가 좋다는 것은 불편하게 생긴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 가장 두드러진다. 보통은 큰 충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깔끔하게 넘어간다. 어지간한 충격은 꿀꺽하고 집어 삼키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여진이 없기 때문에 승차감이 더욱 좋다. 그렇다고 부드러운 게 아니다. 통상적으로는 딱딱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승차감과 핸들링을 가장 잘 조화시킨 세팅이 아닌가 싶다.
4,690만원이라는 가격은 솔깃한 본론이다. 벤츠의 세단 중에서 가장 싸다. 편의 장비가 살짝 부실한 감은 있지만 크게 아쉽지는 않다. 번듯한 차체 크기에 괜찮은 성능의 엔진을 갖췄다. 이 정도면 고객 이탈도 막을 수 있고 새로운 고객도 끌어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