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가 눈에 띄게 화려한 부분은 아니지만 자동차의 성능이나 안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자동차의 성능은 타이어와 한계와 비례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환경 규제가 심해지면서는 구름 저항을 줄인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 새롭게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는 펑크가 나도 달릴 수 있는 런 플랫 타이어다.
90년대 들어 차종이 세분화되면서 타이어의 개발도 보다 까다로워졌다. 크기와 무게, 구름저항, 연비, 소음 등의 많은 변수들을 고려해 성능이 개선을 거듭해 왔고 최근에 나온 가장 혁신적인 기술이 바로 런 플랫 타이어이다. 알려진 것처럼 런 플랫 타이어는 펑크가 나도 일정거리를 달릴 수 있는 제품이다. 일반적으로 런 플랫 타이어는 펑크 후에도 최대 80km/h의 속도로 150~200km의 거리를 갈 수 있다. 즉,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자동차를 정상적으로 운행해 타이어를 수리할 수 있다.
브리지스톤은 런 플랫 타이어가 안전 뿐 아니라 스페어 타이어를 없앨 수 있기 때문에 중량과 배기가스 저감에도 도움이 된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자동차 메이커도 이런 이유 때문에 런 플랫 타이어의 적용 차종을 늘리고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의 경우 스페어 타이어를 없애면서 발생하는 추가 공간의 확보라는 장점도 생기기 때문이다.
BMW는 2003년 Z4와 5시리즈에 처음으로 런 플랫 타이어를 제공했다. 주된 이유는 안전이다. 스페어 타이어를 없앰으로써 발생하는 무게 감량, 그로 인한 공간 활용의 효과도 있다. BMW는 매년 1백만 대 이상의 자동차가 런 플랫 타이어를 채용하면 20%에 해당하는 스페어 타이어 비용은 물론 천연자원도 아낄 수 있다고 밝혔다. 거기다 스페어 타이어에 포함된 휠까지 감안하면 그 효과는 더 커진다.
런플랫 타이어는 내부에 별도의 링을 삽입한 서포트 링 방식과 타이어의 사이드 월을 강화한 셀프 서포팅 방식 두 가지가 있다. 런 플랫은 1978년 굿이어가 셀프 서프팅 기술을 타이어 업계 최초로 선보였지만 첫 상용화는 브리지스톤이 가장 먼저 했다. 브리지스톤은 1986년 포르쉐 959에 SSR(Self Supporting sidewall Run-flat) 방식의 타이어를 공급하면서 런 플랫의 가능성을 열었다. 일반 자동차에 쓰인 첫 런 플랫 타이어는 1994년 굿이어가 시보레 코베트에 공급한 EMT로 97년 나온 C5 코베트에는 업계 최초로 기본 장착되었고 1999년에는 BMW가 Z4 등의 모델에 기본 장비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페라리와 마세라티, 벤츠, 토요타, 렉서스, 폭스바겐, 아우디 등의 메이커가 런 플랫 타이어를 기본 또는 옵션으로 제공하고 있다.
미쉐린은 1996년 PAV로 런 플랫 타이어 시장에 뛰어들었고 1998년에는 PAX를 내놓았다. 미쉐린은 이후 굿이어, 피렐리, 스미모토와 런 플랫 기술을 위한 타이어와 휠의 기준을 만들었고 합작의 첫 결과는 2002년 제네바 모터쇼에 나온 뉴 PAX 시스템이다.
런 플랫 타이어의 장착률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라는 것인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런 플랫은 아직 개발의 여지가 남아있고 해결해야할 단점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 오너들은 런 플랫 타이어는 일반 제품에 비해 소음의 증가와 짧은 수명, 떨어지는 승차감을 지적하기도 한다. ROF(RunOnFlat)를 내놓고 있는 미국의 굿이어는 작년 한 해에만 250만 본의 런 플랫 타이어를 판매했지만 오너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반면 차세대 런 플랫은 구름저항과 승차감 저하 등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현재의 단점을 인정했다.
또 다른 단점으로는 런 플랫 타이어의 성능이 일반 타이어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사이드 월이 단단하고 이에 따라 무게도 더 나간다. 따라서 스프링 밑 하중이 늘어나게 돼 승차감은 물론 운전 감각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BMW는 M 모델에는 런 플랫 타이어를 채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일반 타이어 보다 20~30% 비싸다는 단점도 있다. 미국 내 평균 가격은 200~500달러 사이로 일반 타이어 보다 2~3배 이상 비싸다. 거기다 연비에 미치는 영향도 단점 중 하나이다. GM은 런 플랫 타이어 적용 시 연비가 1~2% 정도 떨어진다고 밝혔다. 일반 타이어 보다 무거운 이유는 강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이드 월을 두껍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름 저항도 일반 타이어 보다 크다.
현재 나와 있는 런 플랫 기술 중 가장 앞서 있는 것은 자가 봉합이다. 컨티넨탈은 자가 봉합 타이어를 폭스바겐 파사트 CC에 첫 선을 보였다. 이 타이어는 내부 층의 특수 봉합체가 타이어의 균열을 메워 더 이상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는다. 메울 수 있는 구멍의 최대 크기는 5mm이다. 굿이어도 르노 케락스 트럭에 듀라실이라는 타이어를 OEM으로 공급하고 있다. 듀라실은 벨트에 젤과 비슷한 물질을 삽입해 펑크가 났을 때 더 이상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
런 플랫 타이어는 이미 미국에서는 표준화 되어 있는 TPMS(Tyre Pressure Monitoring Systems)과 통합되는 추세이고 앞으로 나올 연료전지, 전기차, 하이브리드의 공간 활용 면에서도 분명한 메리트를 갖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단점 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기에 점유율이 높아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것. 반면 다른 기술들처럼 코스트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소형차까지 적용되는 것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지만 결국에는 모든 자동차에 런 플랫 타이어가 기본화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타이어 업계에 따르면 올해 런 플랫의 글로벌 점유율은 10%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2005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런 플랫 타이어의 점유율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타이어 업계에 따르면 앞으로 3~4년 안에 무게와 구름 저항을 줄인 차세대 런 플랫 타이어가 개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