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의 기대작 알페온을 1일 제주에서 만났다. 직접 알페온을 운전해 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시승 이후 기자 간담회도 진행되어, 그 동안 국내 준대형 시장에서 전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던 GM대우의 최신작이 어떨지에 대한 궁금증은 많이 해소된 기회였다.
이미 많이 알려진 것처럼 알페온은 미국의 뷰익 라크로스와 동일한 모델인데, 라크로스가 미국과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점이 많이 강조되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의 정서상 미국과 중국에서 인기 있는 모델이 국내에서도 인기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인지 알페온은 국내 소비자를 위해 인테리어와 사양 등에서 일부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다.
외관에서는 에쿠스와 벤틀리 등에서 보았던 측면의 다이나믹 리본(옆면을 따라 흐르는 곡선)이 시선을 잡는다. 또한 동급모델 중 가장 큰 전장과 전폭에서 대륙적인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멀티 스포크 19인치 휠도 역동성을 더한다.
인테리어는 드라마틱한 로맨스를 느낄 수 있도록 표현되었다. 항공기 조종석이 연상되기도 하는, 감싸는 듯한 센터페시아에는 가죽을 덮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안정감이 돋보이긴 하지만 세부적인 부품의 질감이라든가, 조립 품질 등에서는 최신 동급 경쟁 모델에 뒤지는 느낌이다. 편의 사양에서도 벤틸레이션 시트나 뒷좌석까지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에어컨, 전자식 주차브레이크 등에서 일부 우위를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최근 인기있는 편의장비에 대한 좀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이에 대해 GM대우 측에서는 자동차의 본질에 충실했다고 강조했다. 동력성능과, 안전성, 특히, 국내 소비자가 민감한 정숙성과 승차감에서 탁월함이 돋보인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주행 중 정숙성은 기대 이상이었다. GM대우측의 자료에 의하면 렉서스보다 정숙성이 뛰어나다고 한다. 그리고 승차감도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특성에 맞게 잘 세팅되었다. 가벼운 느낌은 들지 않으면서 부드러움을 잘 살렸다.
엔진과 변속기는 캐딜락 CTS를 통해서 경험한 적이 있는 GM의 3.0 직분사 263마력 엔진과 6단 자동 변속기가 조합된다. GM대우 측에서는 다이나믹한 주행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실제는 부드러움이 더 강조된 세팅이다. 수동모드를 사용하면 좀 더 역동적인 느낌이 살아나지만 D모드에서는 급가속해도 반응이 상당히 부드럽다. 3.0 준대형 승용차에는 잘 어울리는 세팅이다.
최근 알페온의 가격이 기아 K7보다 조금 비싸게 책정된 것으로 인해 의견이 분분했었는데, GM대우 측에서는 실제로 현대 제네시스와 기아 K7의 상위 트림을 경쟁 모델로 삼고 있었다. 뒷바퀴 굴림의 정통 럭셔리 세단으로 자리 잡은 제네시스를 경쟁상대로 삼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K7이 경쟁상대라면 소비자의 성향에 따라서는 충분히 경쟁해 볼 수도 있겠다. 차별화되고 효과적인 마케팅의 뒷받침이 이루어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GM대우가 월드클래스 전략차종 알페온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기대로만 그치지 않고 럭셔리 세단을 원하는 고객의 세심한 소리에 귀 기울이는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