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면 2세대 i30가 등장한다. 지금의 i30가 그랬듯이 신형 아반떼(MD)를 베이스로 개발되며, 1.6GDI 엔진과 6단 변속기가 장착될 전망이다. 거주성과 동력 성능은 분명 향상되겠지만, 과연 현재 i30의 안정감 있는 서스펜션이 어떻게 변할 지가 더 관심거리다. 내년 풀 모델 체인지를 앞두고 지난 10월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2011년형 i30의 상품성 개선모델을 2010년형 i30CW 1.6 VGT 모델과 함께 만났다. 석별의 정도 나누고, 서로 비교도 해보고, 강력한 판매 드라이브를 이끌고 있는 아반떼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살펴보고, 새롭게 등장할 2세대 i30에 대한 바람도 담아보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우리 곁에 다가 온, 정말 잘 만든 해치백 i30가 ‘달라, 달라’를 외치며 등장한 것은 2007년 7월이었다. 한발 앞서 국내에 상륙한 골프 GTI와 TDI가 수입차 시장에서 선전하면서 성능 좋은 해치백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커져 갈 즈음 데뷔한 i30는 기대 이상의 품질과 성능을 바탕으로 개성 있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전통적으로 해치백은 안 된다는 사고가 팽배해 있는데다 아반떼보다 조금 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i30는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
인테리어는 아반떼보다 더 고급스러우면서 동급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들었고, 안정적인 서스펜션 세팅은 한국형 해치백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이제 3년이 조금 더 지났으니 겨우 페이스리프트 정도 할만한 때임에도 아반떼가 신형으로 바뀐 것에 발맞춰 i30도 풀체인지를 하게 된 것이다. 덕분에 1세대 i30는 최초의 모습에서 크게 변한 것 없이 생을 마감할 예정이다. 데뷔하던 해 12월에는 2.0 엔진을 얹은 모델이 나왔고, 이듬해인 2008년 11월에는 휠베이스가 늘어나고 화물공간이 더 넓어진 i30CW가 등장했다. 해마다 이어 모델을 선보이면서 상품성을 조금씩 높여온 i30는 2011년형으로 선보인 모델을 다시 손봐서 최종적으로 상품성 개선 모델을 내 놓았다.
그 와중에 RPM9에서는 i30CW 1.6VGT 디젤 모델을 업무 및 촬영 보조용 차량으로 운행하게 되었다. 이제 1년여를 운행하고 있는데, 그 동안 제대로 된 시승기를 못 쓰다가 이제서야 i30 2011년형 상품성 개선 모델 시승기에 묻어서 i30CW 1.6VGT에 대한 이야기부터 조금 해 보려고 한다.
처음 i30가 등장했을 때 시승해 보고 참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던 터라 i30CW 디젤 모델을 큰 망설임도 없이 (유일한 경쟁 상대는 기아 쏘울이었다) 선택했었다. i30CW 디젤은 장점이 정말 많은 모델이다. 가솔린 엔진보다 힘 센 디젤 엔진 덕에 달리기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거의 없다. 80~100km/h 정도로 주행하다가도 엑셀에 조금만 힘을 주면 전혀 힘들이지 않고 가속해 준다. 도로만 허락되면 가속은 180km/h 근처까지 가도 크게 지친 기색이 없다.
물론 연비도 좋다. 가솔린 대비 30%가 더 좋다고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최대 700km 이상 800km 가까이 주행 가능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i30보다 휠베이스가 50mm 더 길어 뒷좌석 공간이 조금 더 여유롭다. 상당히 큰 매력이다. 물론 화물공간이 더 넓은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거기다 휠베이스가 긴 만큼 주행 감각은 일반 i30보다 조금 더 단단하고 묵직하게 반응한다. 스티어링도 더 무겁다. 180km/h로 주행해도 불안한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 그래서 쏘나타, 아반떼, 엑센트 시승기를 쓸 때마다 i30의 주행 안정성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자는 i30CW 디젤 자랑을 팔불출에 가까울 정도로 주변에 흘리고 다닌다. 물론 단점도 있다. 전동식 스티어링 휠(EPS)은 초기 세팅이어서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조금씩 이질감이 나타난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스티어링이 많이 무거운 것도 단점이라면 단점이랄 수 있겠다. 스티어링 휠을 감싸고 있는 인조가죽의 질감이 닭살처럼 거친 것도 불만이다.
브레이크 페달 조작감에도 다소 문제가 있다. 페달을 밟기 시작할 때 약간의 과한 반응이 선행되면서 조금 거북한 울컥임이 살짝 있다. 우리 차만의 문제인지는 확인해 보질 못했다.
이들 외에도 편의 장비 면에서 약간의 불만이 있었는데, 연식 변경모델과 상품성 개선 모델에서 일부 개선된 것을 확인했다. 대표적인 것이 원터치 트리플 턴 시그널과 텔레스코픽 스티어링 휠이다.
이제 1세대 i30의 마지막 버전이 될 가능성이 큰 2011년형 상품성 개선모델을 살펴보자.
우선 닭살 같았던 스티어링 휠의 가죽 질감이 매끈해졌다. 그리고 스티어링 조작 시의 이질감도 없어졌다. 아반떼 MD 시승 때 스티어링 휠 반응이 깔끔하다고 했었는데,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i30도 깔끔하게 개선이 됐다. 그리고 i30CW에 비해 가벼운 스티어링 답력도 맘에 든다. 소형차에서 굳이 무거울 필요는 없다. 다만 고속으로 올라가면 속도에 비례해서 무거워지는 것이 좋지만 i30도 고속에서 크게 무거워지는 것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i30는 기본적으로 서스펜션 성능이 안정적이어서 최고속 부근에서도 주행 안정감은 뛰어나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우면서 안정감이 뛰어나 소형 해치백에 딱 어울리는 세팅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앞서 말한 것처럼 휠베이스가 더 길고 하체가 좀 더 단단한 i30CW의 안정감이 훨씬 좋다.
이번에 i30를 시승해 보면서 놀란 것 중 하나는 스티어링 응답성이다. 스티어링에 유격이 거의 없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앞머리가 돌아간다. 웬만한 스포츠카 뺨칠 정도다. 예전에도 이랬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RPM9이 운행하고 있는 i30CW보다도 더 즉각적이고, 새로 나온 아반떼 MD보다도 더 반응이 빠르다.
반면 엑셀에 대한 반응은 초반에 울컥거리는 것이 조금 실망스럽다. 매번 출발할 때마다 부드럽게 엑셀을 밟으려고 애를 써야 한다. i30CW 디젤이나 아반떼 MD는 울컥거림 없이 진중하고 부드럽게 출발된다.
i30와 i30CW는 2열 시트 폴딩 방식도 다르다. i30는 방석 부분을 들어 올리고 등받이를 눕혀야 하는 반면, i30CW는 바로 등받이를 눕히면 된다.
2011년형 모델에서는 외관에서 블랙베젤 헤드램프가, 실내에서는 슈퍼비전 클러스터 계기판과 원터치 트리플 턴 시그널이 적용되었고, 차체자세제어장치인 VDC가 기본 장착되었다. 계기판 가운데 모니터에서는 순간 연비와 평균 연비가 추가되었다. 평균연비는 i30CW를 타면서 아쉬운 부분이었는데, 무척 반가운 장비다.
그리고 지난 9월에 선보인 상품성 개선 모델에서는 사이드, 커튼 에어백이 기본으로 적용되었고, 네비게이션이 추가되었다. 마침 시승차에는 네비게이션이 적용돼 있는데, 이게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타 모델에 적용되고 있는 현대 네비게이션들은 큰 불만이 없는 수준인데, i30에 적용된 것은 유럽사양에 맞추다 보니 수준이 좀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네비게이션을 장착하기 위해 주변 마운트가 앞으로 많이 돌출되어 그 동안 세련된 디자인을 뽐냈던 센터페시아 디자인도 많이 망가졌다.
최근 스마트 폰의 보급이 확대 되면서 스마트 폰에 내장된 네비게이션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진 만큼 향 후 네비게이션의 적용은 좀 더 많은 고려가 필요할 듯 보인다.
해치백 매니아들에게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i30인 만큼 내년에 등장할 2세대가 얼마나 더 높은 상품성을 갖추게 될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아반떼 MD의 휠베이스가 지금의 i30CW와 같아졌으니, 2세대 i30는 기본형이 지금의 i30CW와 같은 실내 공간을 가지게 될 전망이다. 파워트레인도 아반떼의 140마력 1.6GDI와 6단 변속기가 적용되고, 1.6 VGT는 개선을 통해 출력이 높아진다고 한다.
논란이 됐었던 후륜 서스펜션에 커플드 토션빔 액슬이 적용될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i30가 유럽 시장을 위해 개발되어 탁월한 주행안정성을 선보였던 만큼, 새롭게 등장할 2세대 역시 더욱 숙성된 주행성능을 갖추길 기대해 본다.
현대차 관계자랑 신형 i30에는 1.6 직분사 터보 엔진도 적용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이제 우리에게도 자랑할 만한 해치백이 있는 만큼 골프 GTI 같은 고성능 i30도 나와 준다면 좋겠다. 물론 내년에 벨로스터가 등장하면 고성능 해치백에 대한 갈증이 어느 정도는 해소 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