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페는 반드시 세단보다 스포티해야 한다. 안 그러면 의미가 별로 없다. 세단보다 스포티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쿠페를 선택한다. 캐딜락 CTS 쿠페는 이 조건에 잘 부합되는 럭셔리 쿠페이다.
캐딜락 CTS는 나올 때부터 칭찬이 자자했다. 일단 GM답지 않다는 것. 유럽차처럼 또는 그 이상으로 탄탄하게 조율된 하체와 품질감이 칭찬의 주류를 이뤘다. 실제로 CTS는 캐딜락 중에서는 가장 살 만한 차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CTS는 엔트리 모델의 볼륨을 늘리기 위해 라인업의 확대 필요성이 대두됐는데. 그 첫 타자가 바로 CTS 쿠페이다. CTS 쿠페는 2002년 엘도라도 단종 이후 처음 나온 캐딜락의 쿠페이기도 하다. 그만큼 희소성이 있는 ‘캐딜락 쿠페’이다.
세단에서 파생된 쿠페는 스타일링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CTS 쿠페는 느낌이 상당히 다르다. 스타일링이야 말로 CTS 쿠페의 가장 큰 구매 포인트이다. CTS 자체가 미래적인 디자인이지만 쿠페는 한 술 더 뜬다. 보디 선을 따라 흐르는 긴장감이 팽팽하다. 근래에 나온 캐딜락 중 가장 멋진 디자인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A 필러와 윈드실드 디테일 변경이 눈에 띈다. A 필러가 전진하면서 윈드실드가 더 뉘어졌다. 이 때문에 루프 라인이 날렵해지고 전고도 50mm나 낮췄다. 휠베이스는 2,880mm로 같지만 CTS 세단 대비 로우 & 와이드 프로포션을 취하고 있다. 전장×전폭×전고는 각각 4,790×1,885×1,420mm로 세단(4,860×1,865×1,465mm) 보다 짧지만 더 넓고 낮다.
뒤가 볼만한 차는 흔치 않다. CTS 쿠페는 앞보다 뒤가 더 볼 만한 차다. 뒷유리가 이정도로 누운 디자인을 본적이 없는 것 같고 앞보다 뾰족한 뒷모습도 생소하다. 뒷모습은 로봇이 연상되기도 한다. CTS 쿠페는 정 가운데를 가로 지르는 라인이 캐릭터다. 머플러가 가운데 모인 것은 종종 보는 디자인이긴 하지만 CTS 쿠페는 또 다르다.
타이어는 앞-245/45R, 뒤-275/40R 사이즈가 달린다. 뒤에서 보면 275mm 사이즈의 박력이 상당하다. 타이어는 콘티넨탈의 콘티스포트콘택3로 쿠페의 성격에 잘 어울리는 제품이다. 19인치 휠의 디자인은 좀 더 스포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내도 다르다. 차를 타면서 세단과 다른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 도어 손잡이이다. 도어에는 손잡이가 없다. 도어 안쪽에 있는 버튼을 눌러야 열리는 독특한 방식이다. 그러니까 외부로 돌출되는 부분을 최대한 줄인 것이다. 도어를 열면 보통 주유구 버튼의 자리에 길쭉한 레버가 있는데 전자식 개페 장치가 고장 났을 경우를 대비한 수동 레버이다. 이 수동 버튼은 모양새가 순정 같지 않고 애프터마켓스러운 게 흠이다.
안에서 여는 손잡이도 다르다. 보통은 손잡이를 당기는데 CTS 쿠페는 안에서 여는 것도 버튼이다. 이런 방식이 워낙 드물다보니 한참 동안 헛손질 했다. 개폐 버튼은 도어 트림의 손잡이를 잡으면 자연스럽게 엄지손가락에 닿는 위치에 있다.
시트 포지션도 낮아졌다. 쿠페를 선택할 정도라면 낮은 시트 위치를 선호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루프 라인과 시트 포지션이 동시에 낮아졌기 때문에 헤드룸은 여전히 넉넉하다. 헤드룸 확보 때문인지 선루프는 틸팅만 가능하다. 시트의 가죽은 질이 괜찮고 몸을 잡아주는 느낌도 좋다.
몇 번을 봐도 CTS의 실내 디자인은 독특하다. 이런 디자인이 흔치 않다. 센터페시아는 겉모습처럼 정확한 대칭 디자인으로 보닛에서 시작된 캐릭터 라인이 대시보드, 모니터 상단은 물론 컵홀더 덮개와 콘솔박스 위까지 지나간다. 이게 바로 캐딜락이 미는 에지 디자인이다.
모니터는 시동을 켜면 자동으로 솟아오르고 수동으로 내릴 수도 있다. 시동이 걸린 상태에서 모니터를 내리면 상단이 조금 남는다. 만약 라디오를 듣고 있다면 모니터 상단에 최소한의 정보만 표시된다. 라디오에서 재미있는 기능은 듣던 생방송 프로그램을 다시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라디오에서 방금 들었던 노래를 다시 듣고 싶다면 마치 테이프를 뒤로 돌리는 것처럼 되돌아 갈 수 있다. 후방 카메라에 가이드 라인은 없다.
계기판에는 다른 차에는 잘 없는 오일 압력 게이지가 있는 게 눈에 띈다. 속도계는 30 단위여서 눈에 잘 안 들어오지만 포르쉐처럼 디지털 속도계로 속도를 확인하는 게 좋을 듯하다. 가운데 액정을 통해서는 다양한 트립 컴퓨터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운전대는 꽤 크고 림이 두껍다. 손이 작은 사람이라면 림의 두께가 약간은 부담이 될 듯도 하다. 림 뒷면에는 변속기 수동 조작 버튼이 마련된다. 앞에서는 안 보인다.
세단은 엔트리 엔진이 3리터지만 CTS 쿠페는 304마력(37.8kg.m)의 힘을 내는 3.6리터 V6 직분사 엔진이 기본이다. 변속기의 경우 수동은 아이신 6단이지만 국내에 들어오는 자동 모델은 GM의 하이드라매틱 6단이 채용된다.
세단도 잘 나갔지만 쿠페는 더 잘 나간다. 기대 이상으로 잘 나간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밀어 붙이는 힘이 상당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움직이는 순간부터 세단보다 스포티하다는 게 몸으로 느껴진다. 감성적인 면에서도 만족스럽다. 3.6리터 엔진은 3리터와 파워의 차이가 클 뿐만 아니라 체감 성능에서도 확실히 차별화 된다. 저속에서 힘도 좋지만 고회전으로 가도 토크 하락이 크지 않고 회전 질감도 좋다.
1~4단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56, 105, 161, 218km/h이다. 4단까지는 거침없는 가속력을 보이고 200km/h를 가볍게 돌파한다. 5단으로 넘어가서도 속도가 꾸준하게 올라간다. 빠르지는 않지만 235km/h까지는 뜸들이지 않고 가속된다. 회전수의 여유를 봐서는 250km/h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6단은 항속 기어로 100km/h 주행 시 회전수는 1,900 rpm이다. CTS 쿠페는 가속력을 위해 각 단의 기어비는 그대로 둔 채 최종감속비만 3.42에서 3.73으로 높였다. 각 단 기어비는 에스컬레이드와 같다.
다른 GM의 변속기처럼 CTS 쿠페 역시 D와 수동 모드는 반응의 차이가 있는 편이다. D에서는 킥다운 하면 반박자 늦게 반응해 차의 성격을 생각하면 아쉬운 면이 있었다. 하지만 수동으로 조작하면 느낌이 많이 달라진다. 반응도 빨라지지만 고회전에서 시프트 다운하면 깔끔하게 회전수를 보상해 준다. 회전수 보상 시 탕하고 치는 소리가 듣기 좋다.
하체는 단단하면서도 부드럽다. 저속에서 움직일 때는 튄다고 느낄 정도로 단단한데 속도가 높아지면 롤이 증가한다. 전반적으로 훨씬 하드하긴 하지만 이런 느낌은 알페온과도 비슷하다. 휠 얼라인먼트가 틀어졌는지 100~120km/h의 속도에서는 왠지 직진이 편하지가 않다. 오히려 속도가 높아지면 더 괜찮다. 자세히 보면 운전대도 살짝 왼쪽으로 틀어져 있다. 고속 안정성은 크게 흠 잡을 게 없다.
CTS 쿠페는 앞뒤로는 상당히 빠른 거동을 보이지만 옆으로 움직일 때는 묵직하다. 핸들 감각으로 본다면 스포티한 맛은 떨어지고 스티어링의 반응도 빠르지 않다. 반박자 정도 늦는 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코너에서도 빠르고 스태빌리트랙의 개입도 세단보다 늦춰져 있다. 브레이크는 고속에서 2번 연달아 하면 페이드가 약하게 나타나는 정도다.
문짝이 두 개 뿐인 것만 빼면 CTS 쿠페는 세단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세단보다 잘 생겼고 어딜 가든 시선을 한껏 받는다. 운전 감각 자체도 스포티하다. CTS 쿠페는 스타일링만으로도 구매 욕구가 생길 정도로 매력적인 구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