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크스 피크 힐 클라임의 새 역사가 쓰였다. 깨질 것 같지 않았던 마의 10분 대 벽이 노부히로 ‘몬스터’ 타지마(1950년생)에 의해 경신됐다. 타지마는 6월 26일 끝난 제 89회 파이크스 피크 인터내셔널 힐 클라임의 무제한 클래스에서 마의 10분 대 벽을 넘어섰다. 6년 연속 우승은 부가적인 보너스였다.

타지마는 1988년부터 파이크스 피크에 참가했고 1993년 최고 클래스인 무제한 디비전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1995년에는 2위에 그쳤지만 2006년부터는 그의 독무대였다. 거기다 2007년에는 10분 1초 41이라는 새 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그는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10분 벽을 깨기 위해 노력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준비는 완벽했지만 날씨가 도와주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마지막 코스에서 눈발이 조금 흩날렸을 뿐 완벽한 조건이 주어졌다.

올해 세운 기록은 9분 51초 278이다. 10분 벽은 물론 기존에 자신이 갖고 있던 기록을 10초 이상이나 앞당겼다. 2위를 차지한 리스 밀렌(10분 9초 242), 쟝 필립 데로(10분 17초 707)은 그의 상대가 되질 못했다. 무제한 클래스에 출전한 다른 두 드라이버는 완주조차 하지 못했다. 타지마는 기록을 세운 후 몇 시간 동안이나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인터뷰에 응해야 했다.

사실 시작은 좋지 못했다. 결승이 시작되기 전에 엔진의 오버히트가 시작됐고 스티어링에도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다. 하지만 차의 다른 부분이 우승을 차지하기에 충분할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는 설명이다.

타지마의 유일한 대항마라고 평가받던 리스 밀렌 역시 코너 두 번을 돌면서 브레이크에 결함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속력을 높이기 어려웠다고 털어 놓았으며 20초 가까이 랩 타임의 손해를 봤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타지마의 기록에는 최대한 경의를 표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SX4 힐 클라임 스페셜은 3.1리터 V6 트윈 터보 엔진을 사용한다. 최고 출력은 910마력/8,750 rpm, 최대 토크는 90.5kg/5,850 rpm에 달하지만 차체 중량은 1.090kg에 불과하다. 엔진의 보어×스트로크는 92.0×77.0mm로 전형적인 숏 스트로크 방식을 취하고 있다. 변속기는 6단 시퀀셜을 사용한다. 차체는 카본과 케블라 합성 수지로 제작했으며 높은 다운포스를 위해 리어 스포일러도 3단이다. 그 외의 부분도 파이크스 피크를 위해 특별 제작됐다. 앞뒤 브레이크 패드는 윈맥스의 파이크스 피크 스페셜, 타이어도 팔켄이 특수 제작한 와일드피크 A/T(295/40R/20)이다. 드라이버 탑승 시 앞뒤무게배분은 53:47이다.

몬스터 스포트는 올해의 파이크스 피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일단 SX4 힐 클라임 스페셜은 낮은 저항과 높은 다운포스를 동시에 만족하기 위해 윈드터널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거기다 작년과는 다른 노면 조건 때문에 에어로다이내믹과 섀시, 하체의 세팅도 새로 했다. 파이크스 피크는 작년보다 포장도로가 많아진 게 특징이다.

파이크스 피크는 19.87km의 꼬불꼬불한 오르막을 달리는 경기다. 코너의 수는 156개에 이른다. 거기다 공기가 희박한 고산 지대에서 열리기 때문에 터보 엔진이 필수다. 희박한 공기는 드라이버의 반사 신경을 떨어트리는 한편 정상에서는 정상적인 엔진 출력의 70% 정도만 발휘된다. 파이크스 피크는 백두산보다도 높은 해발 2,862m에서 시작되고 4,300m에서 끝난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구름 위의 레이스이다. 1916년 시작된 파이크스 피크는 인디 500에 이어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레이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