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없는 게 없다고 할 수 있는 수준. 포드 포커스 얘기다. 비슷한 가격의 차 중 이보다 편의 장비가 많은 모델이 없다. 와이파이 되는 차도 포커스뿐이다.

글 / 한상기 (rpm9.com 객원기자)

사진 / 고병배 (rpm9.com 사진기자)

포드 포커스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는 유럽형의 단단한 서스펜션, WRC의 활약상, 그리고 한때는 골프 킬러로 불렸던 별명이다. 주로 유럽 시장에 국한된 것이고 실제로도 유럽 포커스가 더 유명하다. 물론 포커스가 유럽에서만 팔린 것은 아니다. 미국형도 있었지만 존재감이 없었던 것뿐이다. 미국에서는 포커스 사이즈의 차가 인기가 없었으니까.

포커스는 신형이 나오면서 재조명을 받고 있는데, 과거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데 있다. 일단 내부적으로 보면 3세대 포커스는 이전과 달리 글로벌 포커스이다. 예전의 포드는 미국형과 유럽형을 분리해 개발했고 이는 코스트 부담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피에스타나 과거에 나온 몬데오처럼 월드카의 개념이다. 이른바 ‘원 포드’ 전략이다.

유럽형이 유명하긴 하지만 미국에서도 한때는 짭짤했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는 꾸준히 연간 판매가 20만대를 넘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상당히 성공적인 모델이다. 하지만 2세대의 판매가 급감하면서 포커스의 존재감도 사그라들었다. 현행 모델인 3세대는 미국도 소형차의 인기가 높아진 만큼 관심이나 라인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늘었다. 포드가 신형 포커스의 개발에 크게 공을 들인 이유다.

3세대 포커스는 유럽형처럼 바뀌었다. 어차피 글로벌 포커스로 데뷔했기 때문에 유럽형처럼 바뀌었다는 게 말에 어폐가 있긴 하다. 바꿔 말하면 유럽형의 경우 외관 디자인의 변화는 크지 않다는 것이며 미국형에 국한해 보자면 한층 괜찮은 스타일링이라고 할 수 있다.

초기 모델부터 미국의 포커스는 부드러운 스타일링을 지향했다. 국내 출시된 3세대의 경우는 기존의 스타일링과는 다른 맛이 난다. 이전보다는 한층 스포티하고 어느 정도는 각을 살렸다. 소위 말하는 키네틱 디자인이긴 한데 몬데오만큼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본다면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된 디자인이다.

포커스는 세단과 해치백이 나온다. 기능을 떠나서 해치백이 훨씬 보기가 좋다. 해치백은 세단보다 전장이 짧기도 하지만 암팡진 리어 엔드의 디자인 때문에 한층 단단한 느낌이 있다. 세단은 일반적인 노치백 디자인에 비해 트렁크의 길이가 짧은 편이다. 요즘의 트렌드대로 그릴에는 피아노 블랙 트림을 많이 사용한 게 눈에 띈다. 색상으로 본다면 화려한 파스텔 톤이 잘 어울린다.

미국에서 시승할 때는 티타늄 트림이었는데 국내 시승차도 마찬가지다. 대신 타이어가 다르다. 미국에서는 가장 비싼 타이어인 235/40R/18 사이즈의 미쉐린 파일럿 스포트3였는데 시승차는 215/50R/17 사이즈의 콘티넨탈 콘티프로콘택트이다. 단순히 그립만 본다면 파일럿 스포트3가 좋아 보이지만 순발력이나 엔진 사이즈, 연비를 생각하면 17인치가 더 적정 사이즈라고 봐진다.

실내는 포커스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다. 실내 디자인이나 마무리, 편의 장비까지 동급에서는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실내에서는 일단 마무리가 남다르다. 최근의 포드 차는 실내 마무리가 크게 좋아졌지만 포커스는 더 좋다. 패널의 조립 상태나 전반적인 마감 상태에서 꽉 짜여진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티타늄 트림의 디자인 역시 강점이다. 이렇기 때문에 유럽 포드의 판매에서 최고급 트림인 티타늄의 판매 비율이 40%를 넘는다. 모니터의 화질이나 피아노 블랙 트림은 위급 차를 탄 것 같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미국차라기보다는 한국차에 더 가깝다.

오디오는 소니가 공급했다. 소니 오디오는 간단한 디자인이지만 화려하다. 센터페시아의 비주얼은 소니 오디오가 주도한다. 신차가 나올수록 실내가 화려해지는 게 요즘의 포드 차이다. 에지도 그렇지만 가장 최근에 나온 이스케이프의 실내도 상당히 화려하다. 미국차지만 유리도 4개 모두 상하향 원터치이다.

싱크와 마이포드 터치 역시 강점인데 국내에서는 모든 기능을 다 사용할 수 없는 게 아쉬운 점이다. 싱크는 익숙해지면 사용이 정말 편하고 어지간한 기능은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지 않아도 실행이 가능하다. 그리고 유일하게 포커스에만 탑재되는 와이파이 지원 기능도 빼놓을 수 없는 편의 장비이다. 단독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여러 명이 다양한 기기를 사용할 때 유용하다.

계기판은 커다란 2개의 게이지 사이에 작은 액정이 배치된 디자인이다. km와 마일 겹쳐 있는 속도계는 시인성이 썩 좋지는 않다. 가운데 액정에는 트립 컴퓨터의 다양한 정보가 표시된다. 4스포크 디자인의 운전대에는 다양한 버튼이 마련되고 스포크에 금속을 입힌 것도 꽤나 고급스럽다. 시프트 패들은 없고 기어 레버에만 변속 버튼이 달렸는데 이건 좀 포드도 생각을 달리 해봐야 할 것 같다. 기어 레버의 버튼에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시트 포지션은 약간 높은 편이다. 시트는 가죽의 질도 좋지만 몸을 잡아주는 느낌이나 착좌감도 좋다. 쿠션도 탄탄한 편이라 오래 운전해도 피곤하지 않다. 작동도 모두 전동식이다. 2열은 헤드룸은 넉넉하지만 레그룸이 넉넉지는 않다. 같은 급의 국산차와 비교할 때 열세에 있는 부분이다.

파워트레인은 160마력의 힘을 내는 2리터 자연흡기 가솔린과 6단 듀얼 클러치의 조합이다. 2리터 가솔린은 포커스에 가장 먼저 탑재된 유닛으로 흡배기 밸브를 정교하게 컨트롤 하는 Ti-VCT(Twin Independent Variable Camshaft Timing)와 직분사 시스템까지 적용됐다. 듀얼 클러치는 습식보다 효율이 좋은 건식 방식이다.

일단 두드러지는 것은 아이들링 시 정숙성이다. 공회전에서 고급차 수준의 정숙성을 보여준다. 소음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에게는 좋은 평가를 들을 만하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방음에 많은 신경을 썼다. 저단 기어로 높은 회전수를 사용해도 실내로 밀고 들어오는 엔진 소음이 적은 편이다. 하체에서 올라오는 소음도 적어서 방음에 신경을 많이 쓴 티가 역력하다. 반면 앞쪽에서 부딪치는 바람 소리는 많은 편이다.

가속 성능은 160마력, 6단 건식 클러치에 기대하는 수준에는 못 미친다. 전반적으로 부드럽다. 저속 토크가 부족한 편이고 어느 정도는 회전수를 올려야 제 힘이 나오는 타입이다. 그러니까 낮은 회전수에서는 연비를 높이기 위해 연료 분사를 아끼는 세팅인 것 같다. 반면 회전수를 높여서 운전하면 어느 정도는 수치에 걸맞는 동력 성능이 나온다. 그리고 18인치보다는 17인치가 순발력 면에서는 우위를 보인다.

6단 건식 듀얼 클러치는 부드럽고 세련된 작동을 보여준다. D 모드에서는 시종일관 부드럽고 변속 충격도 느끼기가 어렵다. S 모드에서는 회전수가 높아지면서 세팅이 스포티해지지만 유럽차의 그것처럼 공격적이지는 않다. 변속기에서 아쉬운 것은 시프트 패들이 없는 것과 멈출 때의 진동이다. 주행하다가 거의 멈추기 직전에는 꼭 스톱-스타트가 달린 차처럼 진동이 발생한다. 정숙성이 좋은 것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고속 주행 시 안정성은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100km/h 내외의 속도에서는 스티어링이 생각만큼 무거워지지 않고 중심 부분에서도 유격이 있는 편이다. 반면 속도가 더 높아지면 오히려 안정적이다. 이전과 달리 심리적으로 편하게 직진할 수 있다.

하체의 세팅이야 더 이상 미국차의 푹신거림을 논할 시기는 지났다. 포커스의 하체는 숙성도가 높고 느낌 자체도 유럽에 더 가깝다. 무엇보다도 충격에 대응하는 반응이 세련됐고 이에 따라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제공한다. 노면이 좋지 않은 곳에서도 불쾌한 충격을 잘 걸러준다. 하체의 성능이나 완성도는 대단히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아쉬운 것은 ESC의 개입이 다소 빠르다는 것이다.

포드 포커스의 경쟁력은 동급 최고 수준의 편의 장비이다. 포커스에서만 누릴 수 있는 와이파이 기능을 비롯해 자동주차 시스템까지 편의 장비만으로도 경쟁력이 상당하다. 실내 디자인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동력 성능이나 주행 감각에서는 같은 급의 유럽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정도면 충분히 기존의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수준이다.

<▲ 포드 포커스 시승사진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