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에 ‘소간지’가 있다면 SUV에는 ‘인간지’ 인피니티 FX가 있다. SUV라는 것이 원래 각지고 투박하고 억세 보이는 종족들이기 마련인데, 인피니티가 FX를 통해서 SUV도 화려해 질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줬었다. 인피니티 FX와 견줄 만큼 화려한 SUV를 꼽으라면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와 포르쉐 카이엔 등을 들 수 있겠지만, 워낙 럭셔리한 모델들인지라 FX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기 어렵다.
FX는 국내에 소개되면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인기의 비결 역시 화려한 스타일이었다. 익스테리어 뿐 아니라 인테리어도 화려함에서 단연 돋보였다. 하지만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이 계속해서 영토를 넓혀 가면서 디젤 엔진을 갖고 있지 못했던 일본 메이커들은 속수무책으로 영토를 계속 잠식 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그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디젤 원군을 지원받아 반격에 나선 브랜드가 인피니티였고, 그 선봉에는 FX30d가 나섰다. 참고로 선봉부대의 뒤를 이을 본진인 M30d도 곡 상륙할 예정이다.
르노에서 지원받은 힘 좋은 디젤 심장을 얹은 간지 SUV FX30d를 다시 만났다. 지난 번 만남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정을 많이 나누지 못했던 게 아쉬웠던 터라 이제라도 애프터를 신청한 거다. 사실 인피니티는 유독 기자가 애프터를 많이 신청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은색의 FX30d는 역시 외모에서 남다른 화려함이 빛을 발한다. 한국 진출 초기에 스포츠카에 많이 비유되곤 했었는데, 그런 이미지는 여전하다. 하지만 이제는 힘과 연비를 모두 갖춘 디젤 엔진을 얹은 만큼 에브리데이 스포츠 SUV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듯하다.
타원형의 스마트 키는 워낙 예뻐서 자꾸 꺼내 보고 싶어지긴 하지만 FX와 함께 하는 동안에는 주머니에 숨어 있는 편이 덜 기죽을 것 같다. 스마트키는 앞 도어의 버튼을 누르면 뒷 도어까지 한꺼번에 열린다. 도어를 열면 다이아몬드 꼴로 박음질한 가죽 시트가 화려함을 이어간다. 그리고 다른 인피니티들처럼 시동 버튼이 심장 박동을 시작한다.
인피니티의 스마트키 시스템은 시동을 끄면 모든 전원이 한꺼번에 꺼지는 방식이긴 하지만, 듣고 있던 음악을 계속 듣기 원하거나 실내 조명을 유지하고 싶을 때는 시동 버튼을 더블 클릭하면 시동만 꺼지고 음악이나 다른 전원은 그대로 유지된다. 기어를 N에 놓고 시동을 꺼야 하는 방식에 비해서는 훨씬 편리하다. 시동을 걸면 계기판에 불이 들어 오면서 바늘이 끝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퍼포먼스 역시 여전히 화려하다. 이제는 많은 브랜드들이 따라 하고 있다.
스티어링 휠 디자인도 화려한데, 그 너머 좌우에 자리하고 있는 시프트 패들은 우아한 곡선의 알루미늄 뼈대에 가죽을 둘러 타사 모든 패들과 비교했을 때도 가장 화려한 편에 속한다. 편리하기는 스티어링 휠에 부착된 방식이 더 낫지만, FX의 것은 위 아래로 길게 뻗어 있어 어떤 스티어링 각도에서도 무난하게 조작할 수 있다.
좌우에 대칭형으로 아치를 그리는 데시보드와 모니터 아래 누운 키 패드 디자인 등은 이제 충분히 익숙해졌음에도 여전히 화려하다. 시트는 스포츠카(?) 어울릴 듯 몸을 잘 지지해준다. 디젤 버전에도 앞좌석에는 모두 냉방시트가 제공된다. 무척 반가운 구성이다. 냉난방 선택이 다이얼 방식이어서 더운 여름에는 한번 냉방을 선택해 두면 시동을 다시 걸 때도 자동으로 냉방이 작동되어서 편리하다.
시동을 걸어도 진동이나 소음은 찾아보기 힘들다. 거의 모든 경쟁 디젤차와 비교해서도 단연 돋보이는 정숙성이다. 거기다 엔진 사운드도 디젤 엔진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색다른 음색이다. 특히 고회전으로 갈수록 중량감이 있으면서도 힘있게 도는 느낌이 전혀 디젤스럽지 않은 것이 스포츠카에 어울리는 사운드다.
이 엔진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로 묶여 이는 르노에서 가져왔다. 최고출력 238마력/3,750rpm과 최대토크 56.1kg.m/1,750~2,500rpm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자동 7단을 얹었고, 공인연비는10.2km/L다. 가속은 힘이 넘친다. 5리터 8기통 가솔린 엔진을 능가하는 강력한 토크가 저회전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만큼 FX30d의 몸놀림은 초반부터 무척이나 가볍다.
레드존은 5,000rpm인데, 자동모드에서는 1단에서 4,800rpm, 다음부터는 4,600rpm에서 변속한다. 변속이 이루어지는 속도는 각각 40, 65, 105km/h다. 하지만 수동모드에서는 변속되는 회전수가 5,000rpm을 조금 넘긴다. 속도도 48, 70, 110km/h에서 변속된다. 기어를 내릴 때는 회전수 매칭에 약간의 뜸이 필요하긴 하지만 비교적 정교하게 잘 맞춰준다. 엔진과 변속기의 조합은 SUV라고 느슨하게 조절되지 않았고 긴장감을 유지하는 편이다.
FX30d의 주행에서 근육의 긴장감은 엔진 쪽 보다는 서스펜션 쪽이 더하다. 유격 없이 살짝 단단한 느낌이 들 정도로 긴장감 있는 서스펜션은 FX30d의 본질이 스포츠에 가까움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이런 긴장감은 처음 등장했던 BMW X5나 에어 서스펜션을 장착하지 않은 포르쉐 카이엔의 그것과 닮았다. 물론 FX30d가 좀더 부드럽긴 하다.
어쨌든 이런 긴장감 덕분에 고속화도로에서 빠르게 달리는 맛이 남다르다. 높은 시트 포지션 덕분에 잘 확보된 시야와 중고속에서의 넉넉한 재가속력, 그리고 단단한 서스펜션이 어우러져 앞차를 추월할 때도 안정적인 자세와 예리함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화려한 외모, 강한 심장, 잘 단련된 근육에다 디젤의 높은 연비까지 갖춘 FX30d에 보스오디오는 그야말로 화룡점정이다. 근육질의 FX30d와 보스 오디오의 박력 있는 사운드는 정말 잘 어울린다. 9.3GB의 하드디스크 뮤직박스까지 갖춰 보다 편하게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흔히 하는 말로 오디오와 비디오가 다 되는 녀석이다. 이처럼 FX30d는 성격이 참 화끈하다. 인피니티의 철학에서 타협을 많이 하지 않았다. 고마운 일이다.
아래 갤러리를 둘러보면 알겠지만 이번 에프터에서는 참 다양한 장소를 다녔다. 해변과 도심, 험한 공사장, 빌딩과 숲이 어우러진 특별한 느낌의 장소까지...... 그 결과 FX30d는 그 어떤 장소와도 참 잘 어울리고, 그 속에서 화려함이 돋보인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가격은 경쟁모델인 BMW X5, X6나 메르세데스-벤츠 M 클래스에 비해 최소1,000만 원 이상 최대 1,600만 원까지 더 싼 7,970만 원이다. 게다가 시승을 마치고 시승기를 쓰는 동안에 특별 프로모션까지 생겼다. 무이자할부 또는 휴가비 300만 원 지원이라니 이번 휴가에 FX30d와 동행하고픈 고객들이 더 늘어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