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9월 1일 뉴 SM3를 출시했다. 데뷔한지 만3년이 된 기존 2세대 SM3를 일부 개량한 모델로, ‘2.5세대’라 표현한다. 2세대 SM3는 중형차 뺨치는 실내외 사이즈와 고급 사양, 르노삼성의 브랜드가치를 바탕으로 30대 중반의 가족 중시 고객, 특히 여성들의 지지를 얻어왔다.
2년 전 개발에 돌입한 뉴SM3는 향후 경차와 함께 시장의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이는 준중형 급에서 르노삼성의 파이를 확보하기 위한 개량을 필요로 했다. 기존 고객 층은 물론, 보다 젊은 소비자들까지 끌어들여 수요를 늘려나가는 것이 과제였다. 이를 위해 연비와 외관디자인, 사양 강화에 초점을 두었다.
특히 소비자들의 준중형 신차 구매 사유 1순위가 ‘연비’로 바뀜에 따라 개선된 엔진과 새 변속기로 연비를 크게 향상시킨 것이 특징이다.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최신 IT기술을 반영한 것도 자랑이다.
글 / 민병권 (www.rpm9.com 에디터)
사진 / 민병권, 르노삼성자동차
우선은 분위기가 바뀐 앞모습이 눈길을 끈다. `태풍의 눈`을 형상화 한 르노삼성 엠블렘의 바탕에메쉬 타입 육각형 그릴을 깔았고, 프로젝션 헤드램프를 적용했다. 기아 K3도 프로젝션 헤드램프지만, 간발의 차이로 먼저 나온 뉴SM3가 ‘국내 준중형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게 됐다. (K3는 `LED주간주행등 내장 프로젝션 헤드램프`로서 최초다.) 헤드램프 안쪽과 안개등 주변을 검게 처리한 것도 이전과 달라진 부분이다.
앞 범퍼는 스포츠 바디 키트를 달아놓은 것처럼 낮고 넓게 보여 스포티하다. (하지만 이 위에 덧붙일 수 있는 순정 바디 키트도 또다시 준비했다.) 기존 모델이 다소 여성스러웠다면, 이번에는 남성적이고 견고해진 인상이다. 그러면서도 경쟁사의 ‘공격적인’ 디자인과는 차별화된 ‘세련되고 다이내믹한’ 디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뉴SM3는 지난 해 말 새롭게 르노삼성의 디자인 총괄이 된 알랭 로네 상무의 부임 후 나온 첫 디자인 변경 모델이지만, 특징적이라 할 수 있는 새 육각형 그릴은 그의 부임에 앞서 나온 QM5 페이스리프트의 것과 흐름을 같이 한다. 게다가, 곧 공개될 SM5의 페이스리프트는 이들과 전혀 다른 앞모습을 선보일 것이라고 하니, 이를 르노삼성의 새 패밀리룩으로 넘겨 짚어선 안될 것 같다.
분위기를 쇄신한 앞모습과 달리, 측면과 후면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16,17인치 휠의 디자인이 바뀌었고, 사이드미러에 내장된 깜빡이가 LED로 바뀐 정도다. 뒤쪽이 다소 들려 보인다는 지적에 따라 휠 아치 등에 기술적인 개량을 가했다고는 하나, 눈에 띄는 정도는 아니다. 특히 뒤에서 보면 구형과의 식별이 어렵다. 번호판 위쪽에 가느다란 크롬 장식이 붙었고, ‘SM3’ 로고가 바뀌었을 뿐이다.
외장 색상에는 갈색과 빨간색을 추가해 총 7개 컬러를 운영한다. QM5와 마찬가지로 ‘에보니 브라운’을 메인 컬러로 내세운 것은 유행을 따른 것이다. 경쟁모델인 아반떼를 비롯해 최근 출시된 국내외 신차들에서 갈색을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골드 메탈 그레인’ 장식도 새롭다. ‘메탈’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느낌은 파충류의 것으로 만든 가죽 제품을 연상시킨다. 여성 고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이외의 실내는 얼핏 보기에 달라진 것이 없지만, 몇 가지 무시할 수 없게 바뀐 부분이 있다.
우선, 컬러 디지털 계기판이 적용됐다. 2세대 SM3가 데뷔할 당시, 형제차인 르노 메간에는 이미 모노톤의 디지털 계기판이 적용됐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르망 등에 적용됐던 구식 디지털 계기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남아있다는 이유로 아날로그 계기판으로 대체됐었다. 세월이 흘러,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비자 기호가 바뀌었다는 분석에 따라 한국시장에 맞게 새로 개발된 컬러 디지털 계기판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뉴 SM3의 디지털 계기판은 가운데에 큼지막한 숫자로 표시되는 속도계를 중심으로 연료계, 수온계 그래프를 배치했고, 기존 방식대로 실제 바늘이 움직이는 엔진회전계를 왼쪽에 놓았다. 언뜻 단순해 보이면서도 전기 자동차처럼 미래 지향적인 느낌이 들어 좋다. 이점에서는 SM3의 전기차 버전인 SM3 Z.E.보다 낫다.
다만, 예전처럼 ‘한국식’ 크롬 테두리를 두른 것은 실망스럽다. 차량 설정 등 상세 정보를 보여주는 액정이 오른쪽으로 쏠린 것, 계기판이 어색하게 뒤로 누운 것도 여전하다. 기존 것을 재탕한 부분들이 신차의 신선함을 반감시키고 있다.
한편, 최하위 트림인 PE에도 기본 사양으로 적용되는 이 디지털 계기판은 더욱 친절해지기도 했다. 문이 열렸으면, 그냥 ‘문이 열렸어요. (어느 쪽 문이 열렸는지는 네가 찾아보세요)’라고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어느 쪽 문이 열려 있는지를 그래픽으로 보여준다. 후방 센서에 장애물이 감지될 경우에도 어느 방향(3방향), 어느 정도 거리(3단계)에서 감지됐는지를 그래픽으로 보여준다. 그게 뭐? 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국산 준중형 중에서는 최초로 제공하고 있는 내용이다.
주력 트림인 LE부터는 새로운 사양인 전자식 주차브레이크도 적용된다. 시동을 끄면 자동으로 잠기고, 출발할 때 가속페달을 밟으면 부드럽게 풀린다. 핸드브레이크가 사라진 자리에는 브레이크 스위치와 크루즈 컨트롤/스피드 리미터 스위치가 배치됐다. 이 위치에 크루즈 컨트롤/ 스피드 리미터 스위치가 달린 것은 낯설다. 아무튼, 여기서 기능 사용 여부를 선택한 뒤, 운전대 앞에 달린 큼지막한 스위치로 속도 등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아무 버튼 없이 깔끔한 것이 나름 매력이었던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이 이상해졌다. 그러면서도 오디오 원격 조작부는 이전처럼 운전대 뒤에 뭉텅이로 배치했다.
주차브레이크 옆의 컵 홀더는 이상할 정도로 크기가 작았었지만 이제는 톨 사이즈 컵을 꽂을 수 있을 만큼 커졌다. 2단 구성이었던 가운데 팔걸이 아래의 수납함도 구조를 단순화하면서 공간을 넓혔다. 시승차는 수납함 입구의 플라스틱 마무리가 깔끔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가운데 팔걸이는 여전히 낮은 느낌이고, 특히 상대적으로 높이 앉은 느낌을 주는 동반석에서는 그렇다. 글로브박스에는 냉장 기능이 있다.
운전대는 거리와 각도를 조절할 수 있고, 운전석 시트 높이는 적당하다. 시트 설계는 이전과 같지만 가죽 마감에 가로줄 스티치를 넣어 ‘폭스바겐 CC’의 것처럼 견고한 이미지를 추구했다고 한다. CC의 시트라니, 언감생심이다. 어쨌든, 일부의 지적과 같은 착좌감의 불편은 느낄 수 없었다.
운전석은 6웨이 전동 조절이지만 동반석은 수동 조절이고, 높이 조절은 안 된다. 운전석 요추받침수동 조절 레버는 오른쪽 팔꿈치 부근에 있다. 시트 열선은 2단이나 3단이 아닌 ON/OFF 방식이고, 스위치는 시트에 달려있다. 열선이 켜져 있으면 계기판에 경고등이 들어오는데, 운전석과 동반석 중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다. 운전석 안전벨트 경고등이 계기판이 아닌 내비게이션 화면 옆에 있고, 동반석의 착용여부는 나 몰라라 하는 것도 여전하다.
얄팍한 촉감의 운전석 시트 전동 조절 레버나, 너무 가볍게 도는 계기판 밝기 조절 다이얼도 그대로이다. 주유구와 트렁크 덮개를 운전대 왼편의 전기 스위치로 열 수 있는 것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고급스럽고 편한 사용감을 준다.
앞으로 돌출되어 조작부의 시인성이 떨어졌던 오디오 유닛은 버튼을 단순화하고 크기를 키우는 개량을 거쳤다. 특히 돌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이스틱처럼 각 방향으로 움직이기도 하는 중앙 다이얼은 대시보드 상단의 화면에 나타나는 메뉴를 조작할 때도 사용한다. 이걸 누르면 ‘확인’인데, 누르려다 보면 다이얼이 휙 돌면서 엉뚱한 항목이 선택되기도 한다. 조작 방식만 놓고 보면, 센터콘솔에 수평으로 배치된 QM5의 것이 낫지 싶다.
내비게이션 화면은 7인치이고, 터치스크린도 지원한다. 여기에 딸려오는 후방카메라는 후진할 때 운전대를 돌리는 정도에 따라 예상궤적을 표시해주는 기능을 준중형 최초로 제공하고 있다. 블루투스 스트리밍, DMB, 음성인식은 당연히 지원한다. 아울러 뉴SM3는 와이파이 테더링으로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P2C를 통해 기능을 더욱 확장했다. 가령 블루투스 연결로는 전송이 곤란한 스마트폰 안의 동영상 파일도 와이파이 연결을 통해 내비게이션 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다.
기존 아이나비 대신 SK텔레콤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새 내비게이션은 기본적으로 TPEG 교통정보를 토대로 길 안내를 하지만, 스마트폰 연결 시에는 SK티맵(Tmap) 내비게이션의 길 안내 정보를 활용해 더 빠르고 강력한 실시간 길 안내를 제공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SK텔레콤의 음악감상 사이트인 멜론의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카 오디오에서도 듣고 싶은 음악을 바로 찾아서 바로 듣는 것이 가능하다. 스마트 폰의 데이터 요금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 말이다.
내비게이션의 업데이트 또한 메모리카드를 PC에 연결하는 번거로움 없이 SK주유소에 들렀을 때 와이파이를 통해 간편히 이루어지도록 했으니 ‘스마트 커넥트 내비게이션’이라는 명칭이 무색하지 않다. 한편, 와이파이 테더링이 어쩌고 하는 말들이 외계어처럼 들리는 이들은 순정용품으로 마련된 ‘V6’ 내비게이션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V6 내비게이션은 맵피 3D맵을 쓰고, 화면은 8인치로 더 크며, 가격도 더 저렴하다.
예전에는 내비게이션 옵션을 선택할 경우 USB단자가 삭제되고 RCA단자만 적용되어 당황스러웠는데, 이제는 내비게이션을 선택해도 USB/AUX단자를 쓸 수 있다. 기본형인 PE부터 AUX, USB, 아이팟 연결단자, 블루투스 스트리밍을 지원하는 오디오가 적용되고, LE부터는 서브우퍼를 포함한 스피커 9개와 디지털 외장앰프가 딸린 보스 사운드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다. 앞 문짝 포켓 사이로 툭 튀어나온 스피커 때문에 물병 꽂기는 애매하다.
2세대 SM3는 동급최초로 에어컨의 좌우 온도 독립 조절 기능과 AQS, 뒷좌석 송풍구를 제공하는 차였다. 이 기능들은 계속 제공된다. (즉, QM5처럼 연식변경과 함께 뒷좌석 송풍구가 슬쩍 사라지지는 않았다.) 시승 중 버스 뒤를 졸졸 쫓아가야 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적절한 시점에서 외기유입을 차단했다가 다시 유입시켜주는 AQS가 기특했다.
뒷좌석 공간에는 변화가 없다. 데뷔 당시의 2세대 SM3는 닛산 블루버드 실피 베이스의 구형 SM3보다 차체 길이와 폭이 10cm이상씩 커지고 높이도 4cm 늘어나 중형에 육박한다는 표현이 손색없었다. 아닌게아니라, 2,700mm의 휠베이스는 GM대우 토스카와 같은 수치이기도 했다. 1년 뒤 나온 아반떼(MD)도 같은 휠베이스를 가지게 됐지만, 차체는 여전히 SM3가 더 크다. SM3의 뒷좌석은 준중형으로서는 아쉬울 것 없이 넓을 뿐 아니라, 적당한 등받이 각도를 갖고 있어 앉는 자세에서도 프리미엄을 느낄 수 있다. 단, 멋 부린 지붕모양 탓인지 머리공간은 다소 제약된다.
뒷좌석은 6:4로 나눠 접을 수 있다. 등받이를 쓰러뜨리기 전에 별도의 손잡이가 없는 방석 부분을 잡아 뜯어 앞으로 넘겨야 하는 과정이 조금 거북하지만, 그만큼 등판은 트렁크 바닥에 맞게 낮고 평편하게 접힌다. 트렁크 내부는 넓고 반듯하다. 바닥 아래 스페어 타이어 공간에는 타이어 대신 펑크수리킷이 들어 있고, 덕분에 꽤 넓게 남게 된 공간을 추가 수납용으로 쓸 수 있다.
SM3는 카드 키를 소지하고 차에서 멀어지면 도어가 자동으로 잠기고, 도어 손잡이만 잡으면 버튼을 누를 필요 없이 잠김이 해제되는 기능을 제공해왔다. 초기에는 도어 손잡이의 까만색 고무 버튼이 보기 흉했지만 지금은 매끈하게 감춰진 상태다.
시동을 걸면 디지털 계기판의 엔진회전계와 연료계, 수온계가 끝부분까지 올라갔다가 원위치 되는 웰컴 애니메이션이 펼쳐진다. 경쟁차의 얄팍한 엔진 소리와 달리 저음이 적당히 섞인 시동 소리가 듣기 좋다.
뉴 SM3는 기존 ‘H4M’ 1.6리터 가솔린 엔진을 개량한 ‘H4Mk’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은 112마력에서 117마력으로, 최대토크는 15.9kg.m에서 16.1kg.m로 높아졌다. 가변 밸브 타이밍 시스템을 흡기와 배기에 모두 채용했고, 듀얼 인젝터로 효율을 높였다. 올해부터 닛산의 소형차들에 점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엔진인데, 르노 계열 모델 중에서는 뉴SM3에 최초로 얹혔다.
뉴SM3의 무단변속기는 1,2단으로 구분된 보조 변속기를 CVT에 결합한 하이브리드 구성으로 진화했다. 아울러 풀리 크기를 축소해 지속적인 유압 제어로 인한 에너지 소비를 감소시켰고, 토크컨버터를 최적화했다. 이론적으로만 이상적일 뿐, 실제 성능이나 효율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기존 CVT의 초기 발진 가속 성능과 정속 주행 효율을 일타쌍피로 높이는 한편 최고의 연비를 얻어내기 위한 묘수를 짜낸 것이다. 보조 변속기는 내부적으로 작동하는 것일 뿐, 조작부는 예전과 같고, 6단 수동 변속 모드도 그대로 제공한다.
신개념 무단변속기인 X-CVT(‘neXt generation CVT’의 약자라고 한다.)의 적용효과는 뚜렷하다. 출발하기 위해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뗄 때 즉각 동력이 전달되는 느낌은 부족하지만, 가속 페달을 밟으면 엔진 회전수만 높아지다가 바퀴가 뒤늦게 따라 도는 듯 했던 이전의 어색함은 현저하게 줄었다. 그만큼 주행이 자연스러워졌다. 수동 모드에서 변속기가 받쳐주는 느낌도 견고해졌다. 100km/h 정속 주행시의 엔진회전수가 종전의 2,000rpm에서 1,800rpm으로 낮아진 것도 두드러진 개선이다.
뉴SM3는 이런 개선들을 통해 경차 수준의 연비를 실현할 수 있었다. 뉴 SM3의 공인연비는 15.0km/L로, 1.0리터 엔진을 탑재한 기아 모닝의 15.2km/L와 별 차이가 없다. 구 연비 기준으로 맞춰 비교해보면, 현대 아반떼는 16.5km/L, K3는 16.7km/L, 뉴 SM3는 17.5km/L이다. 뉴SM3가 상대적으로 크고 무거우며, 그렇다고 ISG(엔진 스타트 스톱) 등의 부가 시스템을 단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성취는 대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적어도 연비만큼은 르노삼성이 큰 소리를 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참고로, 140km를 주행한 이번 시승(행사)에서 필자가 절반 정도 운전한 뉴SM3는 9.3km/L의 평균연비를 기록했다.
물론 주요 경쟁모델인 아반떼, K3의 140마력, 17.0kgm 힘과 비교하면 뉴SM3는 여전히 한참 뒤쳐진 엔진 성능을 갖고 있다. 시승 때는 성인 남성 셋이 타고 이동했는데, 토크가 이전보다 좋아졌다고는 하나, 경쟁 차량보다 크고 무거운 차체를 힘차게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다. 정속 주행 때는 정숙하지만, 고회전은 괴롭고 허무하다. 엔진을 쥐어짜며 다니지만 않는다면 SM3 특유의 조용하고 부드러운 파워트레인 특성에서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건조하게 들렸던 구동계 소음은 이전과 다른 음색을 들려준다.
정지 상태로부터 풀 가속할 때에는 엔진 회전수가 5,500rpm 남짓에 고정된 상태로 140km/h까지 가속된다. 수동 모드에서의 풀 가속에서는 5,500rpm을 기준으로 자동 변속이 이루어지는데, 60,90,125에서 다음 단으로 넘어간다. 조금씩이지만, 이전보다 변속 포인트가 늦어졌다. 변속 이후에는 2단, 3단, 4단 모두 엔진회전수가 4,300rpm으로 떨어진다. 이보다 더 낮은 회전수에서 부터 가속하는 경우에는 4,500rpm에서 약간의 저항을 보였다.
크루즈 컨트롤의 부가기능으로 볼 수 있는 스피드 리미터는 수입 준중형차(가령 ‘푸조’)에서 오래 전부터 볼 수 있었던 기능이지만 국산 준중형에는 처음 달렸다. 속도를 설정해 놓으면 가속페달을 깊이 밟아도 그 이상 가속되지 않으니 페달 조작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다. 단, 가속페달을 킥다운 스위치까지 밟을 경우에는 운전자의 의도로 인식해 기능이 해제된다.
크루즈컨트롤이나 속도제한 기능을 사용할 때는 속도계의 테두리 부분 흰색 조명 네 개 중 왼쪽두 개가 녹색으로 바뀐다. 그리고 설정 속도를 초과했을 때는 나머지 두 개가 빨간색으로 바뀌어 경고등 역할을 한다. 설정 속도는 속도계 위쪽에 작은 숫자로 표시돼 확인이 용이하다.
하체 부분은 크게 바뀐 것이 없으나, 댐퍼 감쇄력을 조절해 이전보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구현했다고 한다. 차량 성격에 비해 서스펜션이 단단하다는 지적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SM3의 서스펜션이 단단했었나? 고개를 갸우뚱하게 됐다. 짧고 뚜렷한 요철에서 굵게 튀는 느낌은 이전보다 못해진 듯도 싶다. 2세대 SM3의 승차감은 후륜 서스펜션의 형식에 대한 선입견을 불식 시킬만큼은 좋았던 기억이다.이번에는 뒷좌석에 사람을 태웠기 때문일까? 2세대 모델 데뷔 당시 205/50R17이었던 타이어가 205/55R17로 바뀌어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시승차의 타이어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금호 솔루스 KH25였다.
스티어링 휠의 조향력은 가벼운 편이지만, 지나치다고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도심에서의 운전을 –민첩하게는 아니라도- 편하게 만든다. 세팅이 바뀐 것은 아니라고 한다. 브레이크는 저속에서의 반응이 다소 민감하게 느껴졌는데, 적응 후의 성능은 무난해 보였다. 급제동 때는 자동으로 비상등이 점멸되는 기능이 추가됐다. 하지만 경사로 밀림방지 기능이 없는 것은 요즘 추세에 비추어 아쉽다.
시승차는 최상급 트림인 RE로, 기본 차 값(이하 모두 한시적 개별소비세 인하 미반영 기준)은 1,978만원이지만 여기에 ESP (40만원), 선루프 (50만원), 보스 사운드 시스템 (65만원), 스마트 커넥트 티맵 내비게이션 (105만원)이 더해진 2,238만원짜리 풀 옵션 사양이었다. 과거 옵션 사양이었던 커튼/사이드 에어백(55만원)은 기본 사양이 된 반면, ESP는 최상위 트림에서도 옵션으로 남아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뉴 SM3의 가격은 기존 모델보다 평균 40만원 인상되었는데, 주력 트림인 LE의 경우에는 53만원이 비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