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백`이라 하면 들어서 여는 문이 달린 자동차를 뜻한다. 트렁크 공간과 승객이 타는 캐빈이 나뉘어 있지 않은 형태여서 다양한 공간 활용성이 특징이다. 게다가 길쭉한 트렁크가 따로 없다 보니 주차가 편해 유럽에선 대부분 이런 형태의 차종이 대세지만,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캐빈과 트렁크가 분리된 `세단`형이 강세를 보여왔다.요즘엔 수입차들의 적극적인 공세에 힘입어 해치백 시장이,아웃도어 레저 열풍 덕에SUV와CUV 시장까지뜨겁게 달아오르는상황이다.오래 전 출시된 차종부터 요즘 차까지, 테일게이트의 흥미로운변천사를 사진으로 소개한다.
사실 해치백차들은 그동안 전통적인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규격 안에서 최대한 공간을 확보하려다보니 비슷한 모양새가 많았던 것이다. 해치백의 대명사 폭스바겐 `골프`도 테일게이트가 큰 변형 없이 오랜 시간을 유지해왔고, 상징처럼 여겨졌다.
하지만크로스오버 모델들이 등장하면서 조금씩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볼보는 C30에서 해치를 작게 하는대신 도어를 통 유리로 만들었다. 큰 화물을 실을 공간을 포기하는 대신 `스타일링`에 중점을 둔 셈이다. 하지만 게이트가 통째로 열리는 방식은차이가 없다.
볼보 C30
미니가 3도어 해치백의 휠베이스를 늘린, 왜건 스타일 `클럽맨`을 발표하면서 마침내 해치백의 변형이 등장했다. 클럽맨은 과거 오리지널 미니 컨트리맨, 트래블러 등의 스타일을 그대로 이어 받아 도어를 좌우로 활짝 열 수 있는 캐비닛 방식을 적용한 게 특징이다.
미니 클럽맨
SUV를 살펴보면 그 변형은 훨씬다양하다.
우선 테일게이트를 여는 방식은위로 들어올리는 것과 옆으로 당기는 방식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도어에 스페어 타이어를 장착한 모델은 타이어 무게 때문에 옆으로여는 구조가 될수밖에 없다고 한다.랜드로버 디스커버리 2의 경우 옆으로 여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우리와 통행방향이 다른 영국의 디스커버리 2를 비롯해, 일본에서 들어온 토요타 RAV4와 혼다 CR-V는문 여는 방향도 반대였다. 문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열리는 탓에국내에선 사용하기에 불편하다는 지적이 있었다.그래서 CR-V는 2006년 모델부터, RAV4는`2012 LA모터쇼`에서 선보인 신형부터 위로 여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또 다른 변형으로는 필요에 따라 문의 일부만 나눠 여는 형태를 들 수 있다. 분할 방식 중 간단한건 1세대폭스바겐 투아렉이나1세대 현대 싼타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리만 따로 열어서 가벼운 짐을 편리하게 넣거나 꺼내는 방식이다. 이후 1세대쏘렌토와 투싼, 2세대 스포티지에도 채택됐다. 하지만이후 2세대 싼타페부터는 이 방식이 없어지고 도어 전체를올려 여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편의를 더하고 보다고급스러움을 강조한분할 방식은도어를 위아래로 나눠여는 방식이다.
BMW의 첫 SUV이자 SAV라는 용어를 만들어 낸 X5가 이 방식을 채택했다. 윗부분만 열면 작은 짐을 넣고 꺼내기 편리하고, 아래 부분까지 열면 짐을 편리하게 올려 놓을 수 있는 선반의 역할도 할 수 있어서 편리하기도 하면서 고급스럽기도 했다.
이 방식은 고급 SUV의 상징처럼 여겨진 탓에다양하게 적용되기 시작했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3와 4, 그리고 레인지로버 등에도 적용됐다. 국산 모델에서는 르노삼성 QM5가 이렇게 위아래로 분할되는 방식을 채택했다.
르노삼성 QM5
나눠 여는 방식 중 독특한 차도 있었다. 최근 선보인 4세대 신형 레인지로버에는 이 분할 방식을 좀 더 고급화해 위 아래 도어를 모두 전동으로 열고 닫을 수 있도록 한 것이 돋보인다.
그리고 오프로더의 대명사JEEP 랭글러다. 유리 부분은 위로 열고, 그 아래 도어 본체 부분은 옆으로 여는 방식이다.
요즘엔 다양한 크로스오버 모델들이 발표되면서 더욱 독특한 형태의 테일게이트도 등장했다. BMW 그란투리스모는 정통적인 왜건도 아니고, SUV도 아닌 모델이면서 패스트백 형태여서 `ㄱ`자로 열리는 커다란 해치 도어를 갖췄다. 화물공간의 뒷면 뿐 아니라 윗면까지 넓게 열리는 도어 덕분에 보다 쉽게 큰 화물을 실을 수 있다.
그리고 뒷면에 오븐처럼 열리는 별도의 도어가 하나 더있어 작은 화물도 쉽게 넣고 꺼낼 수 있다.
이렇게 지붕의 뒷부분까지 `ㄱ`자로 열리는 형태는쌍용 액티언이선도적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겠다.나중에 등장한 BMW X6의 뒷모양과 게이트 열린 모양이 "액티언 닮았다"는 얘기가 많았었다.
뒷문 여는 방식은 시대 별로, 디자인에 따라 꾸준히 진화해 왔다. 특히 테일게이트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의 고심과 아이디어가 곳곳에 고스란히 묻어있는 산물이 아닐까 싶다. 안전과 편의에다 디자인까지 챙겨야 해서다. 테일게이트 진화의 끝이 어딘지 궁금하다. 디자이너들의 도전을 기대해 본다.
박기돈 객원기자 nodikar@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