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백’이라는 속칭으로 부르기도 하는 0-100km/h 가속 테스트는 자동차 성능을 가늠할 때 흔히 사용되는 잣대 중 하나다. 평지 직선로에서, 정지 상태로 출발해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잰다.
실생활에서 이처럼 급출발 및 최대가속을 해야 하는 상황이 드문데도 불구하고 이를 눈여겨보게 되는 것은 최고 출력 등 단편적인 수치들만으로는 알 수 없는 성능의 조화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카를 비롯, 주로 성능이 우선시되는 차들에서 중시되는 이 수치에는 엔진의 힘과 순발력 뿐 아니라 변속기의 작동방식, 기어비, 굴림 방식, 무게 배분, 타이어 등 많은 부분이 영향을 끼친다.
이 수치는 자동차 회사에 따라 제원의 일부로 공개하기도 하지만 업체에 따라서는 밝히기를 꺼려하는 경우도 있다.또, 업체에서 제공한 수치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는 지적도 있다. 업체 성향에 따라 수치가 보수적으로, 또는 지나치게 희망적으로(?) 나오기도 하고, 시장이나 트림에 따라 휠, 타이어를 비롯한 각종 스펙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측정에 사용한 장비나 방식, 탑승자나 연료의 남은 양, 노면 상태 등에 따라서도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다음자동차(auto.daum.net)가 강원도 인제스피디움 자동차 경주장에서 국내 시판 중인 SUV들에 대해 다양한 성능 테스트를 실시하고, 그 일부로 모델별 0-100km/h 가속 시간을 공개해 눈길을 끈다. 지난 13~14일 실시된 제 1회 다음 카테스트에서는 전문심사위원 12명이 참가한 가운데 11종의 국산·수입 SUV들을 한 자리에 모아 성능, 디자인, 실용성, 경제성 등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0-100km/h 테스트의 경우, 전문 드라이버가 인제 스피디움 직선구간의 마른노면에서 정지 상태로부터 출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GPS기반의 계측 장비로 측정했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공정을 기하기 위해 차마다 세 번씩 측정해 평균값을 기록했다.
그 결과, 업체에서 수치를 제시한 6개 SUV 중 3개 모델은 100km/h 도달 시간이 제원보다 0.4~0.5초 더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볼보 XC60 D5는 0.9초, 아우디 Q5 3.0 TDI는 1.3초가 더 걸려 상대적으로 차이가 컸다. 반면 BMW X5 30d의 경우엔 제원과 동일한 7.6초를 기록했다.
이번 테스트는 업체 측 발표치가 없는 국산차들과 미국 브랜드 차들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다. 각각 2.0리터 R엔진과 2.2리터 R엔진을 탑재한 현대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는 나란히 10초를 살짝 넘겼다. 함께 테스트에 임한 차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느린 것처럼 보이지만 패밀리카로서는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다만, 이들보다 느린 기록을 낸 차는 2.8리터 디젤엔진을 탑재한 정통 오프로더 지프 랭글러(11.6초)뿐이었다.
이번 테스트 중 유일하게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 포드 이스케이프는 8.8초를 기록, 배기량 대비 높은 성능을 보였다. 또, 유일한 하이브리드카였던 렉서스 RX450h는 3.5리터 가솔린 엔진과 3개의 고출력 전기모터가 힘을 합쳤지만 9.0초의 기록을 냈다.
한편 이번 테스트에서 0-100km/h 가속성능 상위권은 벤츠 ML63 AMG(5.2초),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5.0SC (5.9초), 폭스바겐 투아렉 4.2 TDI(6.2초)가 차지했다. 이들은 각각 5.5리터 가솔린 트윈터보, 5.0리터 가솔린 슈퍼차져, 4.1리터 디젤 터보 엔진을 탑재했다.
자세한 결과는 카테스트 특별페이지(http://auto.daum.net/cartest/index.daum)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다음자동차 측은 사용자들이 구매 시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SUV외에도 다양한 차종은 물론 부품, 타이어 등까지 테스트 대상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병권 RPM9기자 bk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