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드라이빙 익스프리언스 2013
설렜다. 포르셰를 서킷에서 하루 종일 몰아볼 수 있는 날이다. 이른 아침부터 눈이 절로 떠졌다. 숙소 창밖을 내다보니 알록달록한 색의 차들이 굉음을 뿜어내며 서킷을 돌고 있었다. `포르셰(Porsche)`라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가슴을 뛰게 만들지만, 재밌기로 소문난 인제스피디엄에서 `911 카레라 4s` `카이맨 S` `카이엔 GTS` 등 포르셰 대표 모델을 지겹게(?) 탈 수 있다니 이런 기회가 또 어디 있을까 싶었다.
우선 행사 소개와 함께 기본 운전교육이 진행됐다. 가장 중요한 건 올바른 자세. 시트와 스티어링휠이 멀면 핸들링할 때 어깨가 시트에서 떨어지고, 시선 확보가 어려워진다. 결국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주행할 때 운전대는 양쪽을 쥔 채로 좌우로 돌려야 안전하다.
아침부터 비가 온 탓에 코스는 평소보다 안전하게 구성됐다. 그렇지만 차와 코스를 즐기기에 충분했다. 참가자들은 20여명. 네 개 조로 나뉘었고, 마련된 차를 모두 타볼 수 있었다.
먼저 탄 건 911 카레라4s. 네 바퀴 모두를 굴려 힘을 고르게 전달하는 방식의 차다. 엔진이 뒤에 있어서 코너를 돌 때 차 뒷부분이 밖으로 밀려 나가기 쉽다. 중심이동이 일반적인 승용차와 달라 조심해야 한다. 더군다나 노면이 젖어있는 상태다. 코너에 진입할 땐 충분히 속도를 줄이고, 빠져나올 때 가속해야 탈출이 쉽다.
이 차는 3.8리터 6기통 수평대향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은 7200rpm에서 400마력을 내며, 최고시속은 297㎞다. 이런 힘을 7단 PDK가 재빠르게 바퀴에 전달한다. 그래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드는 시간은 단 4.3초. 그레이드2 급의 국제규격 서킷을 공략하기에 제격이다. 후륜구동방식의 911과 다른 건 엉덩이가 커졌고, 멋진 테일라이트패널 장식도 붙였다는 것. 당연히 주행 안정감이 더해졌는데, PTM이라는 포르셰 구동력 제어장치와 PTV라는 토크벡터링 기술 덕에 젖은 노면에서도 안전하게 달릴 수 있었다.
두 번째로 탄 건 카이엔 GTS다. 4.8리터 V8엔진이 8단 팁트로닉S 변속기와 맞물려 420마력의 괴력을 뿜어내는 SUV로, 웬만한 스포츠카 못지않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카이엔S보다 차체가 24㎜ 낮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도달엔 5.7초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서킷에서 큰 덩치는 감출 수 없었다. 차고가 높고 무거워서 코너를 공략할 땐 넓디 넓은 타이어가 수시로 비명을 질러댄다. 몸무게가 무려 2295㎏에 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적인 SUV와 비교해선 안 된다. 견딜 수 있는 한계치 자체가 차원이 다르다. 포르셰답게 우렁찬 배기음을 내뱉으며 꽤나 공격적인 서킷 공략이 가능하다. 즐기기에 충분한 차다.
마지막으로 카이맨S를 탔다. 형님인 카레라에게 큰소리치는 매력덩어리 동생이다. 3.4리터 6기통 수평대향 미드십 엔진이 7단 PDK와 함께 325마력의 힘을 균형 있게 노면에 전달한다. 행운이 따른 것일까. 앞선 세션의 주행으로 노면이 거의 말랐고, 최상의 퍼포먼스를 끌어낼 수 있는 환경이다. 이리저리 강하게 몰아붙여도 흔들림이 적다. 차체 밸런스가 아주 좋다. 서킷에 찰싹 달라붙은 느낌이다. 구형보다 넙적해지고 길쭉해지고 가벼워진 탓이다.
이와 함께 참가자들의 경쟁을 이끌어낼 슬라럼 세션도 마련됐다. 경품이 걸린 탓에 가장 반응이 좋았던 시간이다. 카이맨S를 타고 일정하게 놓인 콘 사이를 빠르게 달려야 한다. 흥분은 금물. 높은 속도보단 핸들링 리듬과 가벼운 페달 조작이 필수다. 페이스를 잃은 일부 참가자들은 코스를 이탈하며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를 마련한 포르셰 국내 공식 수입사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는 한 차종당 서킷 15랩(15바퀴)쯤을 돌 수 있게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거의 50바퀴를 돌아야 했다. 오로지 포르셰를 제대로 타보게 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가장 큰 연중행사인 `포르셰 월드 로드쇼(PWRS)`의 축소판 격이지만, 이 회사 이재원 이사의 말처럼 `포르셰 바이러스`를 감염시키기엔 충분했다. 혹시라도 이런 행사에 참가한 다음 바로 매장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지갑은 집에 두고 가는 편이 여러 모로 나을지도 모르겠다.
글, 사진/ 인제(강원)=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