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 페달을 밟자 몸이 시트에 밀착되며 차가 앞으로 튀어나간다. 심장을 압박할 정도는 아니지만, 가속할 때 힘이 충분히 느껴진다. 노면의 상태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스티어링 휠을 쥔 두 손 뒤엔 패들시프터가 있어 수동변속을 즐기며 신나게 달릴 수도 있었다. 세단 `K3`에서 문짝 두 개를 떼어내 스타일을 살리고, 엔진엔 터보차저를 달아 성능을 높였다. 타이어 접지력을 높이기 위해 서스펜션도 손봤다. 온갖 편의품목도 그대로 넣었다. 운전이 즐겁다. 기아자동차가 새로운 시도를 한 셈이다. 최근, K3 쿱(KOUP) 1.6 터보 GDI 모델 중 최고급형을 시승했다.
K3 쿱 터보는 적은 배기량으로도 강한 힘을 내는 차다. 가속할 때 느낌이 참 좋다. 1.6리터 가솔린 직접 분사 방식(GDI)의 엔진에 공기를 압축해 강제로 산소를 불어넣어 힘을 높이는 터보차저를 붙였다. 그래서 최고출력은 무려 204마력, 최대토크는 27.0㎏·m에 달한다. 1.6리터급 엔진으로 2.5리터급 중형차 엔진의 힘을 낸다고 생각하면 쉽다.
터보 모델의 경우 모든 트림에 수동변속기가 기본이지만, 패들시프터를 포함한 자동변속기를 고를 수도 있다. 선택폭이 넓어진 셈이다. 시승한 모델의 변속기는 6단 자동이었다. 변속 반응은 꽤 빠른 편이다. 더블클러치변속기가 아님에도 의외로 경쾌했다. 패들시프터는 꽤나 튼튼해 보인다. 누를 땐 딸깍거리는 느낌이 좋다. 귀에 전달되는 소리, 손에 느껴지는 감각 모두 직관적이다. 수동 모델의 복합 연료효율은 리터 당 12.7㎞, 자동은 11.5㎞다.
핸들링은 딱히 거슬리는 점이 없었다. 차를 이리저리 휘저어도 다루기 쉬웠다. 차 뒷부분의 출렁임은 위화감이 적었다. 최대한 노면에 딱 달라붙을 수 있도록 노력한 세팅 덕인 듯싶다. 서스펜션은 단단한 편이어서 도로의 굴곡이 엉덩이와 등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 하지만 구형처럼 통통 튀는 게 덜하다. 적당히 걸러내고 운전자에게 직관적으로 알려준다. 사람에 따라 즐거울 수도, 불편할 수도 있다.
휠은 18인치였다. 준중형차에 적용된 휠 중 가장 크다. 타이어가 땅에 닿는 면적도 넓다. 225/40R/18 규격의 타이어를 쓴다. 물론, 최고급형이어서 타이어 공기압 경보 시스템(TPMS)도 달려있다.
뒷자리는 포르테쿱보다 넓어 보이고 직접 타봐도 나쁘지 않았다. 가운에 불쑥 솟은 센터터널이 거의 없어서 3명이 붙어 앉아도 충분해 보인다. 머리공간은 앉은키가 큰 사람은 불편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포르테쿱의 큰 매력 중 하나였던 보험료가 세단과 같다는 점도 그대로 이어진다. 따라서 기아차는 준중형 가격에 쿠페를 즐길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국내마케팅실장 서춘관 상무는 “연간 판매목표를 7000대로 잡았다”고 말했다. 이는 조심스러운 목표로 보일 수 있다. K3 쿱의 전 버전인 `포르테쿱`이 가장 많이 팔렸을 때인 2010년에 8000대에 비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그땐 딱히 고를 차가 많지 않았고, 콘셉트카를 옮겨 놓은 듯한 스타일로 호평 받았기에 가능했던 기록이다.
지금은 준중형차 시장이 연간 20만대 규모로 커졌지만, 여전히 파생상품 시장은 규모가 크지 않다. 현대차의 벨로스터가 월 300대, 포르테쿱이 200대 수준이다. 월 50대쯤 팔리는 아반떼 쿠페까지 끼워 넣어도 550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K3 쿱의 월 580여대 판매목표는 놀라운 발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늘 그렇듯 걱정거리는 가격이다. 이번에 시승한 터보 모델은 2140만원짜리 노블레스 트림이다. 여기에 자동변속기와 스포츠 버켓 및 통풍시트를 추가하고, 내비게이션을 달았더니 2465만원까지 올라간다. 수입차 수요를 가져오는 걸 생각하면 상품성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어 납득할 만하지만, 반대로 단순히 준중형차를 생각한다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래서 기아는 기본형 가격을 1790만원(터보 1920만원부터)으로 책정, 차별화 했다. 튜닝을 원하는 사람들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서다. 기아차는 물론, 업계에선 K3 쿱이 파생상품 시장의 파이를 키워주길 기대하고 있다. 향후 소비자 평가가 궁금하다.
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