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리만큼 안전에 유별난 반응을 보이는 자동차 회사가 있다. 다름아닌 ‘볼보자동차’다. ‘볼보(VOLVO)’라는 말은 ‘나는 구른다(I roll)’라는 뜻의 라틴어다. 1926년, 스웨덴 최대 볼베어링 회사의 자본으로 세워졌고, 이후 승용차용 소형 엔진은 물론 트럭과 선박, 항공기 엔진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이 회사가 1927년 첫 모델을 내놓으면서부터 지금까지 로고로 쓰는 화살표 달린 원은 ‘아이언 마크’라 부르는데, 고대부터 철을 나타내는 기호이자, 강인함과 내구성의 상징이라고 한다. 또한 이런 특징을 고스란히 제품에 담아내려 한 게 이 회사의 철학이다. 그래서 세계최초로 3점식 안전벨트, 사이드/커튼/보행자 에어백, 전복방지시스템,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 스스로 멈춰 서는 시티세이프티 등 안전에 있어 혁신을 거듭해왔다.
최근 국내 소개된 볼보자동차의 2014년형 페이스 리프트 모델 중 XC60, S80, S60을 잇따라 시승했다. 이번 볼보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총 5종으로, 모두 낮고 넓어 보이도록 얼굴을 고쳤다. 이른다 ‘와이드 앤 로(Wide & Low)’ 컨셉트다. 프론트 그릴은 구형보다 옆으로 늘어났고, 범퍼 하단 그릴도 일체형 수평구조로 차체가 더욱 크고 안정감 있어 보이도록 했다.
안전을 바탕으로 역동을 가미했다. 사람과 장애물은 기본, 자전거 탄 사람까지 감지하는 기능에 액티브 하이빔 컨트롤2, 레이더 기반의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 등 첨단 안전 시스템을 대거 탑재했다. 운전자 취향에 따라 세 가지 주행 모드를 고를 수 있게 했고, 운전대만 무거워지는 게 아니라 차의 성격이 확 달라진다. 여기에 패들시프터와 코너 트랙션 컨트롤(CTC) 등도 갖춰 스포츠 드라이빙에도 적합하게 변했다.
▲XC60 D4
볼보자동차의 대표 크로스오버 모델인 XC60 중 앞바퀴굴림방식의 D4를 탔다. 윗급인 D5와 T6등에 들어있는 사이클리스트 감지 시스템이나 액티브 하이빔 컨트롤II와 AWD시스템을 빼 가격을 낮춘 실속형 모델이다. 그렇지만 시속 50km이하로 달릴 때 위험 상황에서 알아서 차를 멈춰 세워주는 시티세이프티와 레이더 방식 사각지대안내시스템(BLIS 2)은 기본 적용됐다.
배기량 1,984cc의 직렬5기통 터보 디젤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63마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낮은 엔진 회전 영역대인 1,500~2,750rpm에서 40.8kg.m의 힘을 내며, 최고시속은 195km다. 변속기는 6단 자동이다. 싱글 터보차저가 장착된 탓에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초기 반응은 더딘 편이다. 어느 정도 탄력을 받으면 강한 토크를 뿜어내며 꾸준히 가속된다. AWD모델과 비교하면 뒷부분이 살짝 가벼운 맛이 있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은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고 했다.
역동성도 살짝 가미했다. XC60의 좋은 밸런스가 바탕이 됐지만, 새로 적용된 ‘CTC’ 시스템 덕에 이리저리 차를 휘저어도 핸들링이 꽤 안정적이고 경쾌하다. 운전이 즐겁다. 시트도 옆구리를 감싸는 면적이 늘어 몸을 단단히 고정시켜준다.
▲S80 D5
그저 점잖은 볼보의 대형 세단 S80이 스포츠 세단으로 변했다. Four-C라는 섀시 제어 시스템이 기본 적용된다. 스포츠 또는 어드밴스드로 놓으면 서스펜션이 단단하게 바뀌며 운전자가 차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차에 탑재된 D5엔진은 배기량 2,401cc급이다. 최고출력 215마력, 최대토크는 44.9kg.m에 달한다. 트윈스크롤 터보차저 덕에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반응속도가 빠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도달에 7.8초가 걸린다. 고속도로연비는 리터 당 17.3km며, 타이어는 245/40R18규격을 써서 접지력도 신경 썼다. 변속기는 6단 자동이고, 패들시프터로 수동 변속하며 즐겁게 달릴 수 있다. S80은 가솔린 라인업이 AWD고, 디젤은 앞바퀴 굴림 방식(FF)이다.
사이클리스트 감지, 액티브하이빔, 시티세이프티II,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및 큐 어시스트, 보행자 충돌 방지 시스템 등 고급 안전장비도 챙겼다. BLIS는 카메라 방식이다.
그리고 수 년째 디자인이 바뀌지 않았기에 그만큼 작은 변화도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S80의 가장 큰 변화는 인테리어다. 클래식한 아날로그 계기반 대신, V40의 어댑티브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다양한 정보를 LCD를 통해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화면 테마도 세 가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S60 T4
볼보 라인업 중 가장 날렵한 차다. 배기량 1,984cc의 직렬 5기통 터보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고, 최고출력 213마력, 최대토크는 30.6kg.m다. 최고시속은 230km. D4와 D5엔진을 탑재한 디젤 라인업도 있지만, S60은 가솔린이 가장 잘 어울리는 거 같다. 가솔린 특유의 높은 엔진 회전수를 활용할 수 있고, 차 무게가 가벼운 탓에 경쾌한 핸들링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강성이 최고 50%까지 늘어난 차체, S80에도 적용된 Four-C, V40에 적용된 어댑티브 디지털 디스플레이, 패들시프터 등 운전자에게 충분히 운전하는 재미를 준다. 특히 CTC와 스포츠 레더 시트는 코너링 상황에서 운전자가 안정을 잃지 않도록 돕는다.
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