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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르노삼성 SM3 Z.E.

발행일 : 2013-11-15 08:52:47
[시승기]르노삼성 SM3 Z.E.

전기차 시대 본격 개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반신반의, 기대와 의심이 교차한다. 전기차 등장에 열광적인 호응도 없지만 그렇다고 절망적인 비관론도 없다. `더디겠지만, 결국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르노삼성이 내놓은 순수전기차 SM3 Z.E.를 제주도 중문단지 일대에서 시승하며 전기차의 성공 가능성을 엿봤다.

SM3 Z.E.는 국내 처음으로 출시된 준중형 순수전기차다. 기아 레이와 한국지엠 스파크 전기차는 각각 경형과 소형으로 분류된다. 르노삼성 측에선 “국내 출시된 전기차 중 유일한 5인승 세단”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달 14일 부산공장에서 양산 1호차를 생산한 이후 이달 1일부터 공식 판매를 시작했다.

SM3 Z.E.는 기존 SM3(4.62m)보다 130㎜가 늘어났다. 트렁크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하기 위한 조치다. 그럼에도 트렁크 부피가 줄어든 것은 어쩔 수 없다. 뒷좌석은 다리를 뻗는데 불편함이 없다. 전체적으로 공간 활용 차원에선 SM3 Z.E.가 경쟁 차보다 앞선다는 생각이다. 전면 그릴과 후미등 디자인이 크게 바뀌었는데, 전기차 느낌을 잘 살렸고 일반 SM3보다 더 멋있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테리어는 특별한 것 없이 무난한 편이다. 계기판이 좀 다른 것이 특징이다. 엔진이 없는 전기차 특성상 분당 회전수를 나타내는 RPM 대신 전기 출력을 나타내준다. 엑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면 바늘은 회생제동을 의미하는 `CHARGE`로 내려간다. 속력은 큼지막한 숫자로 표시된다. 계기판 한켠엔 나뭇잎이 여러 개 표시돼 있는데, 이파리가 많을수록 연비 운전을 한다는 의미다. 시동을 걸어도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기 때문에 일부러 소리를 내주는 `Z.E. 보이스` 기능을 탑재했는데, 이를 조작하는 스위치가 운전석 좌측 하단에 있어 잘 보이지 않았다. 웬일인지 지붕이 낮아 머리가 닿을 듯 했다.

[시승기]르노삼성 SM3 Z.E.

시동을 걸면 정말로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계기판에 `GO`라고 표시되는 게 전부다. 뭔가 좀 더 `화끈한` 표시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차 모드일 때는 가속페달을 밟아도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 정말로 시동이 걸렸는지 자꾸 의심이 든다. 시승회 도중 무심코 시동을 끄지 않고 차에서 내린 사람이 여럿 있을 정도다. 보행자를 위한 Z.E. 보이스는 차 내에서 거의 들리지 않는다. 조금 더 커야 보행자가 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르노삼성이 줄곧 강조한 게 초기 가속능력이다. 2500cc 6기통 가솔린 엔진과 비슷한 23㎏.m의 토크를 내기 때문에 일반 자동차를 멀찌감치 따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일반 차보다 조금 빠른 수준이었지 놀랄 만큼 빠른 가속능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주행 시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에 확실히 밋밋한 감은 있었다.

그러나 두어 시간 달리는 동안 금세 적응이 됐는지 일반 차를 타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스피드광이 아니라면 전기차가 주는 이질감은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회생제동 시스템도 처음 경험할 땐 매우 낯설었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기만 하면 회생제동 장치가 가동되면서 속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가속도가 유지되던 일반 차와는 분명 다른 느낌이었다. 르노삼성 측에선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다는 것은 뭔가 속도를 줄일 일이 생겼다는 의미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이는데 이를 회생제동 시스템이 하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일리 있는 말이다. 단지 회생제동 시스템을 경험해보지 못한 습관의 문제일 수 있다.

[시승기]르노삼성 SM3 Z.E.

1회 충전시 SM3 Z.E.의 주행거리는 135㎞다. 최고 시속도 135㎞다. 시내구간을 주행하느라 최고 속도를 내보지는 못했지만 100㎞/h 내외로 달리는 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 차에 장착된 배터리는 5년이나 10만㎞ 내에서 75%의 용량을 보증해준다. 보증기한 내에는 한 번 충전하고 100㎞ 정도 거리를 무난히 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시승을 하는 내내 `배터리가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강박관념에 시달렸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차도 새것이고 어차피 두 시간 정도밖에 달리지 않을 것이어서 방전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SM3 Z.E.는 완속충전시 3~4시간(100%), 급속충전시 30분(80%)만에 충전이 가능하다. 급한 사람을 위해 5~10분 안에 배터리 자체를 교환해주는 `퀵드롭` 기술도 있다. 택시 등 사업용 차량이 퀵드롭을 많이 사용한다고 보면 결국 일반인에게는 급속충전소가 많아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국전력과의 협의 문제와 사업자 참여 부진 등으로 충전 인프라 구축이 늦어지고 있는데,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SM3 Z.E. 판매가격은 기본사양인 SE 플러스가 4200만원대, 고급사양인 RE가 4300만원대다. 환경부와 지자체(10대 전기차 선도도시) 보조금을 받으면 2000만원 내외에 구입할 수 있다. 르노삼성은 연간 2만㎞를 주행한다고 할 때 기존 가솔린 차 대비 240만원의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고 엔진오일 등을 교환할 필요가 없어 소모품 교환비용도 절반으로 줄었다고 강조했다. 내년 판매목표는 4000대인데, 일반인 판매목표는 10%(400대)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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