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던 전기차 기업 테슬라모터스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9월 30일 235억달러(약 25조792억원)로 정점을 찍은 시가총액은 현재(11월 21일 기준) 148억달러(약 15조7398억달러)로 87억달러(약 9조2524억원)가 증발했다. 테슬라 주가는 2010년 12월 이후 최대로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테슬라 주가가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아 제2의 IT 거품론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테슬라에 쏟아지는 장밋빛 전망에 제동을 걸고 신중한 투자를 주문했다.
◇ 불확실한 미래 가치에 의존
테슬라는 스티브 잡스를 이을 혁신가로 거론되는 엘론 머스크가 이끈다. 회사는 고급 전기차 `모델S`를 내놓으며 질주를 시작했다.
주가는 지난 1년 사이 여섯 배나 뛰어 시가 총액이 235억달러를 넘었다. 테슬라의 한 달 판매 대수가 2000대 미만이고 2분기 7000만달러 흑자인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GM은 지난 8월 27만5000대를 팔고 최근 분기 12억달러 흑자를 냈는데 시가총액은 테슬라의 2.5배인 518억달러다. 포드는 8월 테슬라보다 100배 많은 22만1270만대를 팔았다. 포드 시가 총액은 테슬라의 3배인 680억달러다.
실적과 동떨어진 테슬라의 천문학적 시가총액은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다. 하지만 최근 투자가는 테슬라 정체성에 혼돈을 느낀다. 디트로이트 기업인지 실리콘 밸리 회사인지 정의를 내리지 못한다.
1999년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등장했을 때와 비슷하다. 당시 투자가는 아마존이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인지 그저 상품을 전달하는 또 다른 방법인지 판단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은 기업 가치 평가를 어렵게 만든다.
테슬라도 마찬가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JP모건체이스가 지난 8월 테슬라 목표 주가를 산정했을 때 평가액 중 86%가 2020년 이후와 관련됐다고 보도했다. 현재 실적의 평가가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 가치에 의존한다.
◇ 기대 못 미친 실적, 안전성은 도마에
고공행진하던 테슬라 주가에 제동이 걸린 건 높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과 연이은 화재 사고 탓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3분기 테슬라가 좋은 실적을 올렸지만 시장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고 보도했다. 월가는 테슬라가 3분기 5700대가 넘는 모델S를 팔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판매량은 5000대에 머물렀다. 4분기 성과도 3분기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주가는 더욱 하락했다.
테슬라 거품론은 잇따른 모델S 화재 사고로 더 확산됐다. 모델S는 8월 미 교통안전국(NHTSA)이 실시한 충돌테스트에서 최고 등급인 별 다섯 개를 받았다. 지난 5월 컨슈머리포트가 모델S를 지금까지 시험한 차 중 최고라고 평가한 데 이어 두 번째다. 공식적으로 안전성까지 입증하며 판매에 날개를 달았던 테슬라는 최근 잇따른 화재에 고개를 숙였다.
머스크 CEO는 “모델S가 다른 자동차보다 화재가 날 확률은 매우 낮다”며 “미국에서 연간 20만대 가솔린차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250~300명이 사망한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 시장은 개화, 혁신은 진행형
머스크 CEO 역시 주식 시장에서 테슬라 기업 가치가 높게 평가됐다고 인정했다. 그는 “투자가의 높은 기대감이 회사에 압박을 가한다”고 말했다. 월가의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테슬라는 계속 성장했다. 3분기 테슬라는 매출 4억3130만달러(약 4575억원)를 기록하며 작년 동기 5000만달러보다 여덟 배나 커졌다.
화재 사건에도 모델S 수요는 여전하다. 예상보다 적은 차량 공급 원인은 주요 부품인 배터리 탓이다. 머스크 CEO는 “실적은 단기적 부품 공급 부족 탓이다. 세계 최대 규모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라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해외 공략도 적극적이다. 다른 제조사가 부진한 유럽시장에서 사업을 축소하는 것과 반대다. 테슬라는 8월 네덜란드에 조립 공장을 새로 열고 유럽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테슬라는 9월 노르웨이 자동차 시장에서 616대가 팔려 단일 모델 판매량 1위에 올랐다. 9월 노르웨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1만2168대로 모델S 점유율은 5.1%였다.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시장 공략도 한창이다. 테슬라는 내년 말 전기 SUV `모델X`를 내놓는다. 이 차는 두 개의 엔진과 사륜구동 방식이 적용될 예정이다.
시장 전망도 밝다. 전기차 시장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초기 단계를 거쳐 올해부터 2017년까지 본격 성장기에 접어든다. 올해 미국과 일본의 전기차 판매 비중이 1%에 근접한다. 내년부터 BMW를 비롯한 유럽업체 양산 모델이 등장하며 시장은 더 커진다. 올해 25만대에서 2020년 312만대로 연평균 43% 고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