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회사들은 요즘 친환경 브랜드 ‘이름 짓기’에 한창이다. 블루, 에코 등의 단어가 들어가야 하고, 파란색이나 초록색으로 표시하며 환경을 덜 해친다는 인식을 심으려 노력 중이다. 볼보는 ‘DRIVe(드라이뷔)’라는 친환경 브랜드를 앞세운다. ‘Drive’와 ‘Eco’를 합한 개념이다. 로고는 Drive라는 단어를 바탕으로 ‘e’를 녹색으로 강조했다. ‘달린다’는 자동차의 핵심을 표방하면서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한 여러 기술이 적용된 차라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볼보의 친환경 브랜드 ‘DRIVe’는 지난 2008년 파리모터쇼를 통해 처음 소개됐다. 2020년까지 km당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0g 이하로 낮추는 게 목표며, 궁극적 비전은 배출량을 없애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엔진과 변속기, 오일, 에어로파츠, 타이어 등 저항이 생기는 모든 곳을 개선했다. 그리고 국내시장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올해 3월 S60/V60/S80 D2 삼총사가 출시됐다. 반대로 기술 완성도가 그만큼 높아졌고, 국내시장에 적용할 여력이 생겼기 때문에 조심스레 내놨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시승한 건 볼보의 중형 왜건 V60 D2다. 서울에서 대구를 왕복하는 구간에서 여러 성능을 체험했지만, 편안한 주행감각과 높은 효율이 인상적이었다. 고속도로에서 리터 당 19.7km로 표시됐지만, 실제론 이보다 훨씬 효율이 뛰어나다. 복합연비도 리터 당 16.5km에 달한다.
이 차의 핵심은 1.6리터급 4기통 터보디젤엔진과 고효율 변속기다. 배기량이 적어서 힘이 부족할 거라 생각하면 안 된다. 최고출력이 115마력으로 시속 150km 이상의 고속주행 성능이 조금 떨어질 뿐, 27.5kg.m의 최대토크는 실제 주행 영역에서 꽤나 강한 가속감을 느끼게 해준다. 2.5리터급 가솔린 엔진보다 토크가 높다. 운전이 꽤 즐겁다. 국도에서 앞차를 추월할 때도 불안함이 적다.
이런 가속감과 높은 효율은 듀얼클러치 6단 변속기가 한 몫 했다. 구조적으로 수동변속기를 기반으로 하지만 클러치가 두 개여서 짝수와 홀수 단을 각각 담당, 최대한 촘촘하고 빠르게 변속할 수 있다. 그만큼 변속 효율이 좋아져서 엔진의 힘을 바퀴에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V60은 스포츠세단 S60의 왜건형이다. 세단처럼 길쭉하지만 트렁크 공간과 캐빈(탑승공간)이 이어져 있어서 짐을 많이 싣기 유리하다. 아웃도어 활동엔 제격이다. 여러 캠핑 장비도 넉넉하게 들어간다. 뒷좌석 등받이를 젖히면 대형 SUV 부럽지 않은 공간이 생겨서 겨울 장비까지 충분히 실을 수 있다. 트렁크 바닥엔 짐을 고정할 수 있는 고리도 있다. 볼보는 ‘왜건의 명가’라고 불릴 만큼 이 형태의 차종을 가장 잘 만드는 회사 중 하나다. 실제 차를 이용할 때면 곳곳에서 감탄사를 내뱉게 된다. 손잡이의 형태, 버튼의 크기나 촉감, 곳곳에 숨겨진 아이디어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안전의 볼보’라는 명성에 걸맞은 첨단 안전장비도 대거 탑재했다. 저속 주행 중 앞 차와 부딪힐 상황에서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 알아서 멈춰 서는 ‘시티 세이프티(City Safety)’를 비롯, 주행 안정성을 확보하는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트랙션 컨트롤(DSTC)’, 야간 운전을 도와주는 ‘액티브 밴딩 라이트(Active Bending Lights)’ 등을 기본 탑재했다. 그렇지만 이런 모든 안전장비를 아우르는 ‘매우’ 단단한 골격이 바탕이 됐다는 점이 핵심이다.
그리고 국내 출시된 D2 모델은 가격도 힘을 뺐다. 2.0과 2.4리터 디젤엔진이 탑재된 기존V60이 5천만원 대 중반이었지만, D2 라인업은 4천만원 대 중반이다. 안전과 주행성능이라는 자동차의 ‘기본’은 유지하되,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며 가격까지 낮춘 회심의 한 수가 아닐까.
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