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했다. 부드러우면서 강했다. 약간의 성형수술로 분위기를 확 바꿨고, 실용성과 멋스러움까지 더했다. 르노삼성 QM5 Neo(네오)는 이름 그대로 새로운 QM5였다. QM3로부터 시작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반영했고, 안전 및 편의장비를 늘린 게 특징이다.
시승한 QM5 네오는 173마력의 2.0 dCi(디젤) 4WD 모델이었다. 무엇보다 2.0 dCi 엔진을 탑재했지만 가솔린차 같은 느낌을 주려 노력했다. 꽤 조용하다. 물론, 높은 엔진 회전수에선 디젤차의 거친 매력이 일품. 최대토크는 2,000rpm에서 36.7kg.m다. 힘은 충분하다. 가속감도 꽤 좋다. 주행 소음도 잘 억제됐다. 특히 공회전 상태에선 소음이나 진동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차 안에 탔을 때 얘기다. 그리고 고속주행에서 바람소리가 크게 들리지만, 공기저항이 큰 SUV들에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큼지막한 사이드미러 쪽에서 소리가 많이 들린다. 물론, 동급 차종보다 조용한 편이다. 엔진 소리가 얌전해진 만큼 바람소리나 타이어 소음 등이 오히려 잘 들리는 거라 봐야 한다.
무엇보다 QM5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운전하기가 쉽다는 점이다. 길이가 4,525mm로 보기보다 짧고, 높이는 1,695mm로 운전석에 앉으면 시야가 탁 트인다. 여기에 사각지대 안내 시스템인 BSW가 보이지 않는 곳의 안내까지 맡는다. 그리고 곱상한 겉모양과는 달리 오프로드를 고려한 디자인도 특징이다. 진입각과 탈출각을 고려한 앞뒤 범퍼 형상과, 2,690mm의 무난한 휠베이스가 그 예다. 여기에 225/55R18 규격의 콘티넨탈 타이어로 안정감을 더했다. 일반 도로 주행 상황도 고려한 선택이다. 4WD는 자동과 LOCK 모드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으며, 2WD 모드도 있다.
QM5는 대형 SUV가 아니어서 여러 사람이 탔을 때 수많은 캠핑 장비를 모두 싣기에 역부족이다. 기본 장비는 충분히 싣고도 남지만, 겨울이나 여름 등 계절용품이 많이 필요한 시기엔 루프랙을 설치해야 짐을 다 담을 수 있다. 그래서 짐을 다 가지고 다녀야 하는 일반적인 캠핑보단 장비가 다 갖춰진 글램핑이 더 잘 어울린다. 반대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며, 실속 있는 ‘스마트 캠핑족’에게도 잘 어울린다. 두 명만 탈 땐 뒷좌석을 접으면 트렁크 공간이 꽤 넓어진다. 시트를 180도로 펼치면 간이 침대로 변신한다. 이땐 파노라마 루프를 통해 하늘을 올려다 볼 수도 있다.
아울러 트렁크도어가 위아래로 나뉘어 열리는 매직 게이트는 짐을 싣고 내릴 때 유용하다. 그동안 SUV나 해치백 차종들은 실내주차장에서 후면주차를 했을 때나, 다른 큰 차가 바짝 붙어있을 때 트렁크 문을 열기 부담스러웠지만, QM5처럼 위아래로 나뉘어 열리는 방식은 거뜬하다. 텐트 옆에 차를 세웠을 땐 아래 문까지 열어 캠핑용품이나 여러 짐을 쉽게 싣거나 내릴 수 있다. 아래까지 열었을 땐 잠시 짐을 놓아두는 선반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간이 벤치로 쓸 수도 있다. 밖에서 앉을 곳이 마땅치 않을 때도 좋다. 잠시 걸터앉아 신발을 갈아 신을 수도 있다. 다른 차에서 보기 힘든 기능 덕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도 한다.
QM5 네오는 그동안 부족한 점을 많이 보완해 상품성을 높인 모델이다. 장점을 조용히 발전시켜왔다. 그리고 덩치 큰 SUV들과는 분명히 다른 매력이 있다. 프랑스인들의 여유와, 실용주의가 배어있다. 이런 점 때문에 꾸준히 관심을 받는 게 아닐까 싶다.
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