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 독특하다, 귀엽다…”
르노삼성자동차가 내놓은 QM3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물론 “차 값이 얼마냐”는 질문도 곧 뒤따랐다.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컬러를 지닌, 흔치 않은 크기의 차종이어서 더 그런 듯 싶다.
QM3는 그동안 차를 평가하던 잣대로는 설명이 어려운, 정체성이 불분명한 차다. 일단 차 형태를 두고 르노삼성은 소형 SUV가 아닌 `CUV`라 정의했다. 세단만큼 편하면서 해치백과 SUV의 장점을 두루 갖춘 `크로스오버` 차종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특징은 여러 매력을 잘 버무려 놓았다고 좋게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는 이도 저도 아닌 꽤나 어중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정체성 논란은 또 있다. 원형은 르노의 `캡쳐`라는 차다. 게다가 분명 르노 스페인 공장에서 만들어진 차를 수입했는데, 르노삼성은 `국산차`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보험사에서도 수입차로 분류하며 국산차가 아니라고 못박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은 부품 값을 국산차 수준으로 낮췄고, 국내 AS망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기에 `수입 국산차`라는 해명을 했다.
그런데 막상 차를 타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싹 사라진다. 예쁘고, 즐겁다. 효율도 좋다. 차 곳곳에 아이디어가 숨어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세련된 맛이 일품이다. 특히 1.5리터 dCi 디젤엔진은 최고 출력이 90마력에 불과하지만, 22.4kg.m의 토크로 힘차게 차체를 이끌 수 있다. 2.0리터 이상의 가솔린 엔진보다 힘이 세다.
또한 독일 게트락 사의 파워시프트 DCT(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엔진의 힘을 재빠르게 바퀴로 전달한다. 수동변속기의 효율과 자동변속기의 편리함을 갖춘 듀얼 클러치 변속기로 효율과 응답성 모두를 챙겼다. 공인연비는 리터 당 18.5km인데, 고속도로 위주로 주행하면 실제 연비는 이보다 `훨씬` 좋아진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연료 게이지가 고장 난 것처럼 꼼짝 하지 않는다.
가속할 때 느낌은 묵직함 보다는 무난함이다. 주체할 수 없는 강한 힘을 뿜어내기보단 딱 알맞게 느껴진다. 프랑스인들의 실용주의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하지만 꽤 빠르게 가속된다. 그리고 페달을 꾹 밟아서 가속할 때보다 적당히 밟으며 가속할 때 느낌이 훨씬 부드럽고 좋다. 고속주행을 할 땐 배기량이 적어서 치고 나가는 맛이 덜하다.
핸들링은 수준급이다. 흔들거리는 SUV가 아니라 해치백 차종을 모는 듯하다. 운전이 즐겁다. 연속 코너도 안정적으로 돌아나간다. 멈춰 서는 것도 참 잘한다. 믿음직스럽다. 이 모든 게 단단한 뼈대와 튼실한 하체 덕이다. 아쉬운 건 타이어다. 205/55R17 규격을 쓴다. 같은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닛산 `쥬크(JUKE)`는 타이어 접지면이 더 넓어서 핸들링이 훨씬 강력하다. 물론, 타이어 폭이 무난해진 건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기에 나쁜 것만은 아니다.
실내공간은 아이디어로 무장했다. 대용량 슬라이딩 글로브 박스인 `매직 드로어`는 노트북이나 카메라, 신발 등 이것저것 넣을 수 있도록 디자인 됐다. 또한 시트엔 지퍼를 달아놨다. 커버를 벗겨 집에서 세탁할 수 있다. 뒷좌석은 슬라이딩 시트가 적용돼 짐 싣는 공간을 넓힐 수 있고, 유아용 카시트를 장착했을 때 운전석과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장점이 있다.
QM3는 분명한 개성이 있다. 꽤나 어중간할 수 있는 컨셉트지만 디자인과 아이디어로 독창성을 잘 살려냈다. 단지 가격이 저렴한 소형차여서 이 차를 산다기 보단, 이런 개성을 이해하고 즐기기 위해 사는 게 아닐까 싶다. 수입차라고 생각하면 싼 편이지만, 국산차라고 생각하면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가격대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 한다. 어쨌든 지금까진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르노삼성의 부족한 라인업을 보완하면서도 해외생산 차종을 수입해 파는 형태의 가능성도 엿봤다. 앞으로도 다양한 차종이 추가돼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길 기대해 본다.
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