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주 국토부 강호인 장관으로부터 고발을 당하면서 그동안 소비자들이 제기했던 품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9일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강 장관은 현대차 이원희 대표이사가 지난해 6월 2~3일 생산한 싼타페 2360대에서 ‘조수석 에어백 미작동 가능성’ 결함을 발견하고도 적법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사실을 은폐했다고 고발했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은 결함을 알게 되면 국토부 장관 보고, 일간신문 공고, 차주 통보 등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규칙 41조에 따르면 자동차 제작자는 결함 사실을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시정조치계획을 수립해 차주 등에게 우편 통지해야 한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자동차관리법 제31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하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지난해 6월 3일 에어백 결함을 발견한 현대차는 같은 달 6~7일 2360대 가운데 2294대를 시정 조치했지만, 66대는 이미 출고된 상태였다. 이 때 현대차는 제작결함의 시정조치 계획을 차주 66명에게 통지하고 국토부에 보고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고, 66대에 대해 자체적으로 결함을 시정했다는 사실을 국토부에 뒤늦게 알렸다.
그러나 66대 가운데 4대의 차주에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아 결함이 여전히 바로잡히지 못한 상태라는 내부고발이 제기되면서 사건이 알려지게 됐다.
이에 앞서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차 쏘렌토에서는 달릴수록 엔진오일이 증가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기아 ‘올 뉴 쏘렌토 UM 클럽’ 등에 따르면, 정상적인 엔진오일 교환주기를 지킨 차에서도 적정량을 넘어서는 엔진오일이 체크되면서 차량 결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기아차도 이 문제를 인지했으나, 비공식적으로 ECU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그러면서 동호회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밝힌 이 문제에 대한 답변은 한 마디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기아차 측은 “유로6 엔진의 경우 질소산화물, 황, 탄소 등을 촉매 내에 포집해 연료 후분사를 통해 태우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일부 연료가 실린더 벽면을 타고 흘러 엔진오일이 증가되는데, 이는 시내주행이나 단거리 주행을 반복하는 일부 운전자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 “이는 유로6 시스템의 기술적 한계이며, 수입차에서도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엔진오일이 증가해도 엔진 기능이나 성능에는 문제가 없으며, 시동에도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도 “저속주행이나 정체구간 주행이 반복되는 차에 대해서는 데이터 보완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접한 동호인들은 “말이 안 되는 소리”라는 반응이다. 한 동호회원은 “문제가 없다면서 데이터 보완을 검토한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소리”라고 했고, 또 한 회원은 “기아차의 해명과 달리 장거리 정속주행으로 출퇴근하는데도 엔진오일이 증가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MBC 시사매거진2580은 현대차와 기아차에 얹힌 세타2 엔진의 결함에 대해 지적했다. 이 엔진은 현대 그랜저, 쏘나타, 기아 K7, K5 등에 얹혀 수십만 대가 판매된 바 있다.
프로그램은 그랜저 HG 택시를 몰다 세타2 엔진을 통째로 교환한 기사가 상당수라고 지적한다. 동종 엔진을 얹은 YF 쏘나타를 모는 김경훈 씨는 “엔진소음 때문에 네 차례에 걸쳐 500만원을 들여 방음처리를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이를 접한 현대차 서비스센터 기사는 “얼마나 더 조용하게 타려고 하느냐. 운전자가 예민해서 그런 거다”라며 면박을 준다.
K7을 모는 장영식 씨는 소음문제로 엔진을 세 번이나 교체한 후에도 시정이 되지 않자 내시경을 구해 엔진을 들여다보다 엔진 내부가 마모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금속 피스톤과 실린더 벽이 부딪혀 나는 소리였다.
시사매거진2580은 2009년 이후 출시된 아반떼, 쏘나타, K5 51대의 엔진을 분해해 정밀 점검해봤는데, 51대 모두에서 실린더 내벽이 긁히고 파인 현상을 발견했다. 반면, 32만㎞를 달린 일본차와 27만㎞를 주행한 르노삼성 SM3에서는 이러한 증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현대차 홍보팀의 이현섭 부장은 “이는 소비자가 엔진오일 교환주기를 지키지 않았거나 하는 관리상의 문제”라고 답한다.
문제는 또 있었다. K5를 모는 어느 운전자는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차가 멈추는 사고를 겪었다. 엔진을 뜯어보니 커넥팅 로드가 부러져 엔진이 멈춘 것이었다. 그랜저 HG를 모는 택시기사도 같은 사고를 겪었다고 증언한다. 달리던 제네시스(BH)에서도 시동이 멈췄을 뿐더러 화재까지 났다.
이에 대해 현대차 이현섭 부장은 “일부 차종에서 생산 공정 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반전은 현대차 내부 직원으로부터 시작됐다. 현대차에서 품질관리를 담당했던 부장급 엔지니어는 “세타2 엔진의 경우 엔진오일 유막이 파괴되고, 콘로드 베어링이 소착되어 베어링이 손상되고 시동이 꺼지는 결함이 나타난다”고 문서를 통해 폭로했다.
이 직원이 작성한 문서에는 2013년에 나온 K5 엔진결함 보도에 대해 “정식 결함조사를 차단하기 위해 특정차량 문제로 대응했다”고 적혀 있다.
반면 2011~2120년에 미국에서 판매된 YF 쏘나타 47만대에 대해 현대차는 지난해에 리콜을 실시한 바 있다. 그리고 9일(현지시간)에는 2011~2014년 YF 쏘나타의 엔진결함에 대해 소비자들이 건 집단소송에서 배상절차에 대해 합의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서 현대차 측은 “미국 공장의 불량문제이며, 한국 생산 차종은 문제가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시사매거진2580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대차가 베어링 문제를 인지한 건 2010년 6월이다. 이후 현대차는 콘로드 베어링의 도금 사양 적용, 오일 간극 증대, 강성 보강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개선해보려고 했으나, 외부에는 이를 알리지 않았다.
현대기아차는 과거에도 결함이 있는 경우 이를 인정하기보다는 무상수리나 서비스 캠페인으로 대처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에어백 결함과 관련해서 국토부 장관으로부터 고발을 당한 상태여서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띌 것으로 보인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