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27명 중 13명 참석한 반쪽 청문회, ‘모르쇠’와 ‘잡아떼기’의 콜라보레이션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 참석한 증인들은 한결같이 모르쇠와 잡아떼기로 일관했다.
청문회에 참석한 증인들은 침울한 표정으로 바닥을 쳐다보거나, 물을 마시거나, 정면을 바라보는 등 각기 다른 모습으로 한결 같은 대답을 했다.
이날 청문회는 출석대상 증인 27명 중 절반가량인 13명만 참석한 ‘반쪽 청문회’로, 특위는 질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참석하지 않은 11명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출석대상 증인 중 구속된 피의자 신분으로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가장 먼저 국회에 도착한 김 전 차관과 차은택 씨는 기자들의 질문을 회피한 채 황급히 청문회장으로 향했다.
특히 차씨는 답변할 때 외에는 고개도 잘 들지 않는 등 몹시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또한 김 전 차관은 답변할 때조차 의원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으며 ‘피겨 여왕’ 김연아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을 사과할 때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증인이 위축된 모습을 보이자 김성태 위원장은 의원들에게 “구속 신분의 피의자들도 있지만 인격 모독적 발언은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이날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국회 입장 때부터 입을 열지 않았으며 청문회장 내에서도 미동 없이 앉아있었다.
특히 세월호 7시간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김 전 실장을 향할 때에도 그는 감정의 동요 없이 “알지 못한다” “사실이 아니다” “관여한 바 없다”를 반복했다.
한편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는 빠른 발걸음으로 별다른 말 없이 국회에 입장했으며 청문회장에서는 심각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자주 물을 마시는 모습이 포착됐다.
최씨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직원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후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또한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도착하자마자 “죄송하다”며 “‘왜 이렇게까지 됐나’ 하는 생각에 참담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박리환 rpm9_lif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