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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화려한 무대, 사라진 원작의 감성 ‘서울의 달’

발행일 : 2016-12-27 17:56:56

세종문화회관, MBC 주최, 서울시뮤지컬단 주관의 ‘서울의 달’이 12월 10일부터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됐다. ‘서울의 달’은 1994년 MBC에서 인기리에 반영된 동명의 원작 드라마를 무대에 올린 뮤지컬이다.

◇ 화려한 기술력, 사라진 원작의 감성

‘서울의 달’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젊은 창작가들의 만남으로 이뤄진 작품답게 화려한 기술력의 아름다운 무대를 선보였다. 노우성 연출, 최종윤 작곡, 이다윗 작가, 김성수 음악감독, 김경엽 안무감독의 만남은 시선을 압도하는 멋진 무대를 만들었다.

‘서울의 달’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의 달’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그런데, 화려한 기술력과 함께 사라진 원작의 감성은 아쉽다. 당시의 감성을 완전히 소환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면 현대적으로 바뀐 것도 아닌, 섞여버린 현대적 감각 속에 소시민의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는 묻혀버렸다.

다른 장르의 원작이 있는 작품은 원작을 알고 있는 관객과 원작을 본 적이 없는 관객 모두를 충족시켜야 한다. 알고 있던 사람만 재미있거나, 원작을 알기에 현재 작품이 시시해지면 안 된다.

‘서울의 달’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의 달’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뮤지컬 ‘서울의 달’은 동명의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은 세대에게는 어색함을 줄 수 있다. 그 당시의 정서를 잘 느낄 수가 없고, 그렇기 때문에 추억이 소환되지 않는다. 과거의 영광에 기대려면 과거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야 하고, 현대적으로 바꾸려면 재창작의 마음으로 새롭게 해야 하는데, ‘서울의 달’은 두 가지가 섞였다고 느껴진다.

군무의 노래와 안무는 좋은데, 특히 뮤지컬 넘버가 반복되면서 정서를 쌓아가는 모습은 더욱 좋다. 그런데, 현대적 조명 하의 군무는 극의 흐름과는 분리된 느낌을 준다. 감정을 고조해야 하는 시간에, 새로운 정서를 넣은 것처럼 생각된다.

‘서울의 달’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의 달’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 마이크 사용의 디테일이 뒷받침됐으면 더 빛났을 뛰어난 미장센

‘서울의 달’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라는, 대형 오페라의 매력을 발산하기에 무척 좋은 장소에서 공연됐다. 오케스트라는 라이브 연주로 기대감을 높였고, 양복을 입지 않은 지휘자의 역동적 지휘는 정말 살아있는 소리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지휘자의 역동적인 동작은 관객들의 시야를 방해할 때가 많았다. 무대도 같이 역동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에는 상대적으로 문제 되지 않지만, 정적인 무대에서 역동적인 지휘자의 모습은 관객의 시야를 분산시킨다.

‘서울의 달’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의 달’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자연음향 연주가 아닌 마이크를 사용한 공연이었기 때문에, 오케스트라 피트를 약간만 낮춰서 관객의 시야를 확보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마이크로 확성된 기악 연주는 윙윙거렸고, 고음이 아닌 상태의 성악의 가사 전달력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현대적인 연출과 영상은 돋보였지만, 무대 배경은 달동네였는데 너무 예쁘게 만들어져 현실감을 떨어뜨렸다. 빈촌이 아닌 동화적 나라의 느낌은, 삶이 막장이지 생각이 막장은 아니라는 홍식의 대사가 와 닿는 강도를 약화시켰다.

마이크를 사용했는데, 대사는 육성으로 하는 연극처럼 톤을 유지했는데, 완급조절, 강약조절을 통한 미묘한 감정 표현이 아쉽게 느껴졌다. 이런 일정한 톤은 합창에서도 동일하게 표현됐는데, 뮤지컬보다는 합창극이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서울의 달’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의 달’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 원작의 러브라인은 순정, 욕정, 야망의 수단, 뮤지컬에서 성적 판타지는 야망의 수단으로만...

원작의 러브라인은 순정과 욕정, 야망의 수단이 모두 있는데, 뮤지컬 ‘서울의 달’에서는 성적 판타지는 야망의 수단으로만 보였다. 춘섭이 순정은 잘 느껴지지 않고, 홍식을 바라보는 영숙의 마음이 변화한 것도 크게 와 닿지 않았다.

뮤지컬 자체의 느낌으로 감동받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를 추정해서 생각해야 했는데, 드라마를 모르는 세대, 그리고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친절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사료된다.

‘서울의 달’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의 달’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의 달’은 수준이 낮은 뮤지컬이 아닌데 콘셉트와 디테일에 있어서 관객이 공감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관객과 소통, 공감, 감정이입의 측면에서 미흡하다. 뮤지컬 넘버는 좋은데 관객의 열화와 같은 환호는 많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홍식과 춘섭, 특히 춘섭의 캐릭터는 죽고 노래만 살아서, 정말 멋진 무대 미장센과는 달리 내용은 밋밋해진 느낌을 준다는 점은 아쉽다. 시대가 지나 캐릭터가 서로 동화됐을 수도 있고, 긴 호흡으로 표현했던 캐릭터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액션신의 합과 동선 등 대부분 잘 만들었는데, 관객에게 큰 감동을 주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케이스 중의 하나이다. 공연은 재공연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간다. ‘서울의 달’이 재공연을 통해 디테일을 보완하면서 서울시뮤지컬단의 레퍼토리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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