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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갤러리] ‘입 안의 소리 展’ 강맑음 작가 ‘실낙원’

발행일 : 2017-01-06 16:43:17

‘입 안의 소리 展’이 작년 11월 12일부터 21일까지 백석갤러리에서, 12월 28일부터 올해 1월 3일까지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는 제7회 2016 백석대학교 조형회화과 졸업전시회로 진행됐으며, 본지는 참여 작가 중 심으뜸 작가와 강맑음 작가의 작품에 대한 리뷰를 공유한다.

◇ 실낙원Ⅰ, oil on canvas, 130.0×80.3, 2016

‘실낙원Ⅰ, oil on canvas, 130.0×80.3, 2016’(이하 ‘실낙원Ⅰ’)에서 상의를 입지 않은 흑인은 눈을 감고 있지만 살며시 미소 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검은색으로 표현됐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피부의 굴곡을 세심하게 그리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흑인의 눈앞에 걸어가는 두 사람은 모두 얼굴이 없다. 얼굴뿐만 아니라 손도 없다. 옷으로 나타난 부분이 아닌, 신체가 외부로 직접 노출된 부분은 생략 또는 제거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런 점에서 보면 SF 속의 인물 또는 상상 속의 인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실낙원Ⅰ’에서 상반신만 보이는 흑인은 상의를 입지 않았다. 그런데, 그 앞의 두 사람의 모습에서 비교 유추하면, 어쩌면 흑인은 상의를 입고 있었는데 옷이 보이지 않는 것일 수 있다. 두 사람의 노출된 신체를 표현하지 않으면서, 흑인에게 덧붙여진 의상을 생략 또는 제거했을 수도 있다.

실낙원은 종교적 의미로도, 인간 내면 깊숙한 곳이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는데, 모든 대상이 같은 것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것을 잃어버린 것으로 강맑음 작가는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중절모를 쓴 두 사람은 옷과 구두, 모자는 보이지만 노출된 신체는 보이지 않는데, 두 사람 중 뒤에 있는 사람의 얼굴은 이전부터 없었던 것이 아니라 방금 감춰지거나 사라진 것처럼 표현됐다는 점도 흥미롭다.

실낙원Ⅰ, oil on canvas, 130.0×80.3, 2016. 사진=강맑음 제공 <실낙원Ⅰ, oil on canvas, 130.0×80.3, 2016. 사진=강맑음 제공>

검은 피부의 한 사람 앞에는 검은 옷을 입은 두 사람이 있고, 그 앞에는 두 마리의 동물이 있다. 쓰러져 있는 한 마리와 그를 위로하고 있는 듯한 또 한 마리의 동물은 모두 흰색이다.

그림 중앙의 선인장, 두 사람이 땅을 온전히 짚은 발밑의 풀은 초록색이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열정 또는 불안을 표현하는 빨간색이 주를 이룬다. 육체만 남았거나 옷만 남은 검은 사람들이 있는 붉은색 세상에 흰색의 동물이 같이 있다.

‘실낙원Ⅰ’은 강맑음 작가의 분노, 분노로 인한 내면의 분리, 분노가 강해졌을 때의 울분 중 일부분만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다른 면은 감추거나 사라지게 해 투명이 되도록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면은 하얗게 약한 존재이기에, 쓰러져 있는 나를 누군가 위로해 주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 누군가는 타인이 아닌 아직 기력이 남아있는 또 다른 나일 수도 있다.

‘실낙원Ⅰ’에서의 다섯 생명체는 그림의 오른쪽으로 갈수록 크기가 점점 작아진다. 그런데, 두 사람과 두 동물은 혼자 있지 않고 둘이 같이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다섯 생명체는 모두 작가의 내면일 수 있는데, 점점 미약해진 내면은 또 다른 내면이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은 희망의 메시지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한 명의 흑인은 눈을 감았으나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처음에 언급했었는데, ‘실낙원Ⅰ’ 전체가 작가의 내면이라고 본다면 웃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참고 있는 표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 실낙원Ⅱ, oil on canvas, 90.9×72.1, 2016

‘실낙원Ⅱ, oil on canvas, 90.9×72.1, 2016’(이하 ‘실낙원Ⅱ’)에서 ‘실낙원Ⅰ’보다 다양한 색채와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색채뿐만 아니라 다양한 안식처도 만날 수 있다. 빨간 깃발을 꼽은 흰 종이 뒤에 있는 크기와 색이 다른 의자는 물과 육지에 걸쳐 있으면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물과 육지, 어디에서 온 사람도 앉을 수 있고 같이 온 두 사람이 모두 앉을 수도 있다. ‘실낙원Ⅰ’과는 달리 흰색의 동물은 혼자 있지만 당당하게 서 있고, 반대편에 있는 사람은 찾아올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낙원Ⅱ, oil on canvas, 90.9×72.1, 2016. 사진=강맑음 제공 <실낙원Ⅱ, oil on canvas, 90.9×72.1, 2016. 사진=강맑음 제공>

흰색 종이배도 한 대가 아니라 두 대라는 점이 눈에 띄는데, 종이배 좌우와 뒤쪽은 모두 위협적이거나 무거운 느낌을 주는데, 그 사이에 떠 있는 종이배는 전체를 상쇄할만한 밝음과 가벼움을 가졌다는 점이 돋보인다.

‘실낙원Ⅰ’이 향하는 곳 또는 거치는 곳이 ‘실낙원Ⅱ’라고 가정한다면, 작가는 내면의 불안의식 속에서도 진지한 희망을 찾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 희망 속에 젊은 날 진지했던 초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밝은 에너지 또한 작품 활동을 위한 또 하나의 동력으로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작품에는 작가의 생각뿐만 아니라 사적인 경험도 들어있기 때문에 함부로 추측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지만, 이제 막 세상으로 나가는 작가의 내면에 들어있는 고독의 깊이는 현실에 직시했을 때 오히려 더 큰 공감과 반향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전하고 싶다. 깊이를 가진 강맑음 작가의 다양한 도전을 기대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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