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볼리 돌풍으로 지난해 흑자로 돌아선 쌍용차가 이번엔 대형 프리미엄 SUV인 G4 렉스턴으로 시장을 공략한다.
그동안 연비와 경량화가 주된 관심사였던 자동차업계에서는 SUV 차종에서도 프레임 타입보다 모노코크 타입이 눈길을 끌어왔던 게 사실이다. 현대차 싼타페와 맥스크루즈, 베라크루즈(단종), 기아 쏘렌토 등이 모두 모노코크 타입을 채택한 모델들이다.
반면 쌍용차는 G4 렉스턴에 세계 최초의 4중 쿼드 프레임 타입을 채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 쌍용차는 전통적인 구조의 프레임을 적용했는데, 이번에 포스코와의 협업을 통해 가볍고 단단한 4중 구조 쿼드 프레임을 개발한 것이다.
쿼드 프레임의 단면을 보면, ㄷ자 모양의 프레임을 위‧ 아래로 붙였고 그 사이에 V자형 프레임과 M자형 프레임이 위‧아래 프레임을 이어주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위, 아래, 좌우 방향에서 오는 힘을 견딜 수 있도록 해 충격에 견디는 능력을 높였다. 기존 쌍용차의 프레임과 비교해서는 평균 인장강도가 22% 향상됐다. 또 비틀림 강성은 18%, 굽힘 강성은 17% 향상됐다.
기존 쌍용차의 경우 고강도 강이 95%, 일반 강이 5% 정도의 비율이었다. 그러나 G4 렉스턴의 경우는 초고강도 강이 63%, 고강도 강이 32%, 일반 강이 5%를 차지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강성을 높이면서도 차체 중량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했다.
신차 개발에는 포스코가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포스코는 초고강도 강을 제안했고 쌍용차는 차량 설계와 제작, 평가를 담당했다. 또 차세대 프레임 개발에는 경기산업과 효림산업, 만도 등이 참여했다.
주목할 점은 세계 최초로 1.5기가파스칼(GPa) 강도의 마르텐자이트 강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마르텐자이트는 강철 조직 중 가장 단단한 조직으로, 바이트나 드릴, 다이스 등 다른 금속재료를 깎거나 자르는 데 주로 쓰인다. 이 마르텐자이트 강은 앞 범퍼 빔에 적용됐다. 앞 범퍼 빔은 정면충돌 때 차체 변형을 막는 역할을 하는데, G4 렉스턴은 여기에 마르텐자이트 강이 사용됨으로써 상당히 우수한 충돌 강성을 갖추게 됐다.
자신만 튼튼하면 다른 차에 해를 끼칠 수도 있는 법. 쌍용차는 이에 대비해 충돌 부위가 쉽게 찌그러지도록 590FB 강을 크래시 박스 존(Crash Box Zone)에 마련해 상대 차의 안전성도 배려했다.
현대차 싼타페 등 상당수 SUV들이 전륜 기반의 4륜구동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후륜 기반의 4륜구동을 채택한 것도 G4 렉스턴의 특징이다. 전륜구동은 엔진과 구동장치가 가로로 배치돼 있지만 후륜구동은 엔진과 구동장치가 세로로 배치된다. 이에 따라 앞뒤 무게 배분에서 후륜구동이 훨씬 유리하고, 이는 급가속이나 등판, 제동 때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급가속 때는 차량 하중이 차체 후방으로 몰리는데, 전륜구동은 앞바퀴가 헛돌 가능성이 크지만 후륜구동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또, 차체 중량이 뒤로 쏠리는 등판 때에도 후륜구동이 더 유리하다. 제동 때에도 앞뒤 무게가 골고루 배분된 후륜구동은 바퀴가 잠길 가능성이 적다.
특히 이러한 특성은 차체가 크고 성능이 좋을수록 두드러진다. 쌍용차가 G4 렉스턴을 후륜 기반의 프레임 타입으로 개발한 이유다.
이수원 쌍용차 기술연구소장은 “개발 초기에는 FF냐 FR이냐, 프레임 타입이냐 모노코크 타입이냐를 놓고 논쟁이 뜨거웠지만 결국 쌍용차의 정통성과 DNA를 유지하면서 프리미엄 SUV를 개발하키로 했다”고 회고하면서 “선입견을 버리면 혁신적인 새로운 제품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쌍용차는 G4 렉스턴으로 프리미엄 SUV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기존 렉스턴도 병행 생산할 예정이다. 이어 Q200(코란도 스포츠 후속), C300(코란도 C 후속) 등의 신차도 연이어 내놓을 계획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