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서울모터쇼의 주인공 중 하나는 르노삼성의 SM7 콘셉트카였다. 아우디를 닮은 싱글 프레임은 수입차 같은 고급스러움으로 눈길을 끌었다. 많은 관람객이 새로운 SM7에 대해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실제 양산 모델로 나온 SM7의 외관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앞머리가 길다 해서 ‘죠스바’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도 생겼다.
부진한 판매를 이어가던 SM7은 박동훈 사장 취임 이후 판매가 조금씩 늘고 있다. 플래그십 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한 박 사장은 SM7 판매를 늘리기 위해 도넛 탱크를 장착한 LPi 모델을 내놓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던 르노삼성이 지난해 SM6와 QM6를 내놓으면서 나머지 차종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다소 줄어들었다. 잘 나가는 히트 모델 두 차종을 보유하게 됐지만 나머지 차종들이 부진하다면 그것도 편치 않은 일일 터. 르노삼성 홍보팀은 이런 사정을 의식해 전 차종 시승회를 최근 열고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참가한 기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차종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었다. 일부 기자들이 참석하지 않아 차종 선택의 폭은 더욱 넓었다. 기자가 선택한 차는 SM7 3.5와 SM6 1.6 터보였다. 둘 다 이전에 시승해본 차들이지만 왠지 다시 한 번 타보고 싶었다.
SM7 3.5에 얹은 258마력 3.5ℓ 엔진은 명성이 자자한 닛산의 VQ 엔진이다. 나온 지 좀 됐지만 지금도 성능 면에서는 경쟁 국산차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2011년 데뷔한 모델과 비교하면 성능 면에서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특히 부드러운 회전 질감과 강력한 파워가 일품이다. 다만 기어 레버와 패들 시프트 레버는 디자인을 바꾸면 좋겠다. 기어 레버는 최신 트렌드에 맞게 부츠 타입으로 바꾸고, 가운데 위쪽에 몰린 패들 시프트 레버는 좌우 양쪽으로 내리면 더 좋을 듯하다.
SM7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 중 하나는 앞뒤 좌석에 달린 헤드레스트다. 머리를 부드럽게 감싸주는 디자인은 동급 타 차종에서 보기 힘든 디자인인데, 특히 뒷좌석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아주 좋다.
SM7이 그동안 평가 절하되었던 이유 중 하나는 부드러운 서스펜션 때문이다. 지금은 드라이빙 성능을 중시하는 SM6가 있으므로 SM7에서 이 점이 약점으로 지적받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SM7은 쇼퍼 드리븐이나 편안한 승차감을 중시하는 오너드라이버를 위한 차로 포지셔닝을 확실히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번 시승에서도 이 점을 확실하게 느꼈다.
SM7 3.5의 가격은 3860만원으로, 웬만한 사양은 거의 기본으로 들어가 있다. 현재 18인치 휠&타이어 세트가 무료 증정되고 있으므로 이 기회를 살려보는 것도 괜찮다. 옵션은 파노라마 선루프(110만원), 나파가죽 시트(55만원), 뒷좌석 VIP 패키지(180만원) 등 세 가지가 마련된다.
오랜만에 타본 SM6 1.6 터보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쾌감을 줬다. 폭발적인 가속력과 탄탄한 서스펜션, 묵직한 배기음이 거의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쏘나타 1.6 터보보다 좀 더 스포티하고, 말리부 1.5 터보보다 파워에서 좀 더 앞서는 느낌이다.
가격은 2830만~3260만원으로 동급 중에서도 살짝 비싼 편이다. 하지만 비싼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 호쾌한 드라이빙을 즐기고 싶다면 SM6 1.6 터보가 큰 만족을 줄 것이다. 나이가 지긋한 중년이나 큰 차를 좋아하는 이, 뒷좌석에 주로 타는 이라면 SM7 3.5도 좋은 선택이다.
SM7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파워트레인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